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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커피향기영상천국 원문보기 글쓴이: 이른아침
장미정의 힐링 라이프
“7년 전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였어요. 6개월 전 필리핀에 의료봉사를 갔다가 허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운동 부족과 피곤 탓으로 가볍게 여겼죠. 진통제 없이는 꼼짝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었지만 그저 허리 문제라고 생각하고 약을 먹으며 꾹꾹 참다가 결국 병원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에야 제가 난소암 3기 환자라는 것을 알았어요.”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서 늘 암과 생활하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암이 대장을 눌러 먹지도 못하고 변도 보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되고 폐로 전이돼 숨 쉬기 힘든 지경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암 환자인 줄 몰랐다. 급히 수술을 받고 암 조직을 떼어냈지만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아 수술 후가 치료의 시작이라는 걸 알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술 후 내가 왜 암에 걸렸을까를 생각해보았어요. 3가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죠. 오래전부터 채식을 고수했지만 고른 영양소를 갖춘 식단을 섭취하지 못했고, 늘 건물 안에서만 생활해 운동은커녕 하루에 30분도 채 햇볕을 보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죠. 가장 큰 문제는 누적된 피로였어요. 진료 외에도 봉사활동이나 강의 등을 이유로 늘 바빠 제대로 쉬지 못해 늘 피곤했거든요. 문제를 파악했더니 앞으로 고쳐야 할 것들이 보였어요.”
다행히 근무하던 암 전문 요양병원은 기독교 병원으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이 잘 갖춰져 있었다. 현미나 통밀 등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통곡식과 잡곡이 주식인 데다 직접 재배하고 가꾼 다양한 유기농 채소를 활용한 맞춤형 식단이었다. 게다가 화학조미료뿐 아니라 식초 대신 레몬즙, 발효간장 대신 천연가루 간장을 사용할 만큼 식이요법에 힘쓰는 곳이라 영양을 고루 갖춘 채식을 할 수 있었다. 하루에 차가 열 대도 오지 않을 만큼 산 중턱 깊은 곳에 위치한 병원이어서 맑은 공기와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장미정 의사는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호전돼갔다. 수술 후 6개월, 여느 암 환자에 비해 나을 바가 없었던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암을 떨쳐내고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주위에서는 휴식을 권했지만 하루하루 두려움 속에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던 정 의사는 다양한 강의를 통해 암 환자를 위한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저는 암 환자분들을 만나면 암이라는 애를 낳으라고 말해요. 좋은 걸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잘 자고, 잘 싸면 어느 순간 암을 낳을 수 있다고요.(웃음)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과 싸우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몸이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거든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평안하게 하면 몸의 면역력이 암과 싸워 병에서 회복될 수 있게 되지요. 다만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초조한 마음에 암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다니며 먹는 일은 절제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무슨 말이냐 하겠지만 암에 좋은 걸 모두 하겠다는 마음을 갖다 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늘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거든요. 욕심내지 않고 내 몸이 스스로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PERT'S ADVICE
난소암 명의 김덕례의 조언 난소암의 경우 자궁경부암이나 자궁내막암 등은 자궁이상출혈 같은 증상으로 병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난소암은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처음 병원을 내원했을 때의 장미정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심한 허리 통증과 식욕부진, 심한 변비로 병원의 여러 과를 돌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를 찾으셨습니다. 장미정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이 암을 초기 단계에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이 속도도 빨라 생존율이 낮은 편입니다. 종양을 제거한 후에도 재발률이 높아 6개월에 한 번은 주기적인 초음파검진이 필요할 만큼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다면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 등과 같은 적극적인 정기검진을 통해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리닥터 최정희 교수의 조언 환자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한 것이 난소암 극복에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셀러브리티의 경우 100% 채식으로 구성된 식단을 통해 난소암을 극복했지만 일반인의 경우 따라 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기농 환경에서 재배한 다양한 채소와 전문 영양사나 조리사가 없는 상태로 모든 요리를 설탕이나 소금 간 없이 채식으로만 구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암 발병 후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할 때는 에너지 소비율이 많아 충분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데 채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꼭 채식을 하고 싶다면 셀러브리티처럼 콩 고기나 밀 고기를 사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고윤지 기자 | 사진 박종혁, 이종수 | 도움말 김덕례(김란산부인과 원장) 최정희(백석예술대학 외식산업학과 교수, 요리닥터) | 요리스타일링 김영빈(수랏간) | 어시스턴트 김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