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굴에서 조망한 설악풍경
2015.
9/27~9/29
모처럼 식구들과 강원도로 추석여행을 떠났다.
원래 전남 순창과 담양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조류독감으로 방역이 엄격해져서 방향을 바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작년부터 어머니께서 벌초와 성묘를 한꺼번에 마치라고 당부하신 덕택에
추석에는 마음껏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가족 모두에게 기다려지는 명절이 되었다.
속초 대포항을 숙박지로 예정하고 운전하다가 삼척 추암해변을 찾았더니 해안은
오징어를 건조하느라 분주하다.
애국가 영상에도 일출과 함께 나오는 촛대바위다.
촛대바위 주변에도 해식으로 인해 절경으로 거듭난 바위들이 많다.
대포항에서 숙박을 하고 이튿날 맛집으로 소문난 순두부집에서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순두부집에서는 울산바위가 지척으로 다가오고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자태를 뽐낸다.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으로 이름난 설악골로 향한다.
이미 입구에는
케이블카가 부지런히 오르내리고 있다.
천년고찰 신흥사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주요
출발점이기도 한 이 코스는 금강굴로 올라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22km, 통상 12~14시간의 난코스이다.
비선대에 가까워지니 암벽등반대가 까마득히 바위에 매달려 있다.
기암의 봉우리들 밑에는 옥빛 맑은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장군봉, 형제봉,
선녀봉이 나란히 솟은 비선대는 옛날의 유명인사들도 많이 찾던 명소이다.
비선대를 지나면서 바로 급경사가 시작된다.
비선대에서
15분 정도 급경사를 오르면 금강굴로 가는 철계단이
나타난다.
2년 전에 공룡능선을 다녀올 때는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하느라 사방이 깜깜하여
이곳을 들르지 못했다.
철계단 위 중간 전망대에 오르니 금강굴이 절벽에 아찔하게 위치해
있다.
곧 단풍으로 물들 천불동계곡과 설악의 수많은 봉우리들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케이블카가 연결되는 곳이 집선봉 뒤에 위치한
권금성이다.
금강굴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은 위에서부터 10~20% 정도 단풍이
물들어 아래로 향하는 중이다.
금강굴에서 아래를 보니 중간전망대에 올라온 사람들과 천불동계곡이 보인다.
까마득한 절벽에 놓인 난간을 따라 비경의 금강굴 감상을 마치고 다음날
대관령옛길 트래킹을 위해 강릉으로 이동한다.
대관령박물관에서 주막터까지는 왕복 6km 정도의 평지에 가까운 트래킹
코스여서 가족
모두가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이른 시간이라 관리인이 마당을 청소하고 계신다.
5년 전 다녀올 때보다 주변의 나무들도 많이 무성해졌고 꽃밭도 화려하게
가꾸었다.
트래킹을 시작할 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서 주막터까지는 사진을 담지 않다가 돌아 오면서 계곡풍경을 한가하게 즐겼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다녀올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율곡 선생이 어릴 때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향하던 길이다.
이 길을 부단히 드나들던 율곡이 13세에 진사 초시에 장원급제해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도 이런 환경을 접했던 때문일까?
겨우 8세에 율곡이 지었다던 팔세부시(八歲賦詩)는 어머니 신사임당의 천재성을 그대로 닮았다.
林亭秋已晩 / 騷客意無窮
숲에는 가을이 저물어 가매 / 시인의 시정은 그지없어라.
遠水連天碧 / 霜楓向日紅
물빛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 단풍은 햇빛 따라 불타올라라.
山吐孤輪月 /
江含萬里風
산에는 둥근 달이 솟아오르고 / 강에는 끝없는 바람
어려라.
塞鴻何處去 / 聲斷暮雲中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 저무는 구름 새로 소리 끊겨라
여행은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이해하고 다니면 더욱 흥미롭다.
어느 곳이든 다녀오려면 먼저 공부를 하고 다녀와야 하는 이유이다.
첫댓글 여전하네 명절 잘보냈구만...우린 여행계획은 잘세우고 차밀린다고 모두 패스~아~~짱나 ㅎㅎ
며칠 방콕도 힘들어..
그러게. 명절이나 연휴때는 대도시 사람들 몰리는 곳은 피해서 다녀야지.
동해안 도로는 명절에는 엄청 한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