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상을 전부 다 내려놓고 자연인처럼 조용히 살고싶다.
나도 자연인처럼 산과 바다가 마주닿은 무인도에서 살고싶다.
자연인 둘을 합쳐놓은 바다위의 섬 자연인, 섬위의 산속 자연인을 함
께 할 수 있는 무인도의 자연인이 되고 싶다.
먹을것도 두배, 보는것도 두배, 즐거움도 두배, 잊는것도 두배인 무인
도와 그 섬위의 산속 자연인이 되고 싶다.
속상한 일들, 머리아픈 일들, 걱정되는 일들, 머리속에 가득한 복잡한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조용한 일상으로 살고 싶다.
지나간 세월도 앞으로의 일들도 모두다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쉬면서
살고 싶다.
눈이내려 대충 베어낸 조각논의 벼꼭지가 수북이 쌓인 눈 위로 듬성듬
성 빼꼼하게 고개를 들고있는 조그마한 논바닥도 참 아름답게 보일것
같다.
이런 생각 중에도 걱정은 있단다. 과연 남보다 앞서 가려던 전쟁터 같았
던 농협에서의 직장생활과 정년 퇴직후에도 남보다 잘 지내 보려고 개
업한 공인중개사를 마음속에서 내려놓고 과연 내가 그렇게 살아갈수 있
을까 하는 생각으로 겁도 난단다.
내가 지금 복용하는 많은 약들도 그렇다. 난 복용하는 약이 참 많단다.
간장약, 갑상선호르몬제약, 혈압약, 잇몸약, 영양제 등등 많단다.
어려서 얻은 B형간염으로 인하여 평생을 조심해서 살아야 되며(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E항체가 생겼음) 전염방지와 호전을 위하여 값비싼 치료
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사십대 후반에 갑상선 암 수술로 인하여 갑상선
을 제거해서 평생을 갑상선 호르몬제를 투약해야 된단다.
게을러서 운동은 안하고 고기를 좋아해서 혈압도 약간높아 안전을 위하
여 혈압약도 미리서 조금 복용하고 있단다.
자연인으로 살아가려면 이러한 약들도 챙겨서 복용하는것이 어렵지 않
을까 싶은 걱정도 된단다.
그래서 마음과 발이 안 떨어져 시도조차 못하고 있단다.
TV에 나오는 자연인들중 깊은 산속이나 인구 감소로 무인도가 된 섬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 까지도 하다.
어떻게 저분들은 저렇게 다 내려놓고 저 자리에 와 있을까?
스님으로 출가하는 마음 정도는 아니어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만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