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다섯 부부가 후쿠오카 2박 3일 나들이하러 간 이후 몇 개월 만에 다시 뭉쳐 동해로 나섰다. 처음 계획과 달리 승용차 3대로 서로 연락을 갖추어 출발한다. 중간 집결지에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제각기 집을 나섰다.
휴일이지만 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우리 차에는 네 명이 탔다. 두 집 여자들의 간섭과 남편 험담은 주거니 받거니 내내 이어진다. 어려웠던 시절 아이 키우면서 겪은 감내 해야 했던 눈물까지 아내끼리 서로 죽이 맞다. 남편이 동네북이다. 자녀들이 성장하여 직장에 들어가 제 밥벌이하고 있으니 온갖 이야기들이 들추어진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경주 나들목에 이르러 대화가 끊어진다. 먼저 나선 일행이 도착해 있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땀을 식힐 겸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짜장면 한 그릇이 3,500원이다. 특별히 65세 이상에게는 할인 행사를 하는 중이다. 아니 점심 한 끼에 이 정도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다니 가당키나 한가. 마음 씀씀이가 그들을 안아주고 싶다. 웬만한 커피 한 잔 가격도 이보다 더한 값이다. 모처럼의 특혜를 누린다.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간이 탁구대에 접근한다. 일전에 탁구 교습을 받은지라 동네 경기는 우세하지 않을까. 냉방기의 도움으로 한여름 열기를 견뎌낸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아낙들의 커피 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라켓을 정리하련다.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북쪽으로 달린다. 밀려든 차량으로 거북이걸음이다. 경주 시내를 벗어나자 속도가 붙는다. 동해를 끼고 옛 기억을 더듬는다. 재직 당시 학생들을 이끌고 강원도 설악산까지 내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대진 해수욕장에 발을 담그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몇십 년 전의 감상에 젖어 든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달려 울진 앞바다를 낀 숙소에 들어선다. 자연산 회와 홍게가 저녁상을 가득 채웠다. 철이 지나는 게지만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즐겁지 않으리. 술잔이 몇 순배 돌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비어 있는 친구의 집이라 한산한 어촌의 여느 별장이 부럽지 않다. 창문 밖 정면은 바다요 뒤뜰은 야산이라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어촌 풍경에 대게 마을 조형물이 우리를 반겨준다.
방파제 따라 연결된 자전거길은 동해를 실컷 안겨준다. 넉넉한 길 언저리에는 캠핑카가 줄지어 섰다. 차 안에서 낚싯대를 드리워 손맛을 느끼고 술안주를 건져 낸다. 이런 낭만이 있을까. 명당자리를 제대로 잡았다.
새벽이 늦어지도록 이야기꽃을 피운다. 동성끼리 모여 서로의 아픔을 쏟아낸다. 다음날 여정이 걱정될 뿐이다. 서녘 하늘 달빛을 뒤로하고 잠을 청한다. 동해의 기운을 업고 내륙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연거푸 울리는 알람에 몸을 뒤척인다. 이틀의 외출이 끝을 보고 달린다. 시립공원 내연산 보경사를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일급수가 흐르는 계곡을 가까이하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룬다. 여름 하루 따가운 햇볕을 송두리째 받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