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20수] 줄줄 새는 건보료 징수체계 왜 못 고치나
건강보험료 징수가 엉망이다. 1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6개월째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가입자가 1,637명,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 납부를 피한 사람도 1만827명이나 된다. 재산이 200억원이나 되면서도 보험료 한 푼 안 내는 사람도 있고, 350여억 원대의 재산가는 7년 동안 7,800만원을 체납 중이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53만 명은 개인사업으로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직장 가입자로 등록해 소액만 내고 있다. 회사에 취직, 100만~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처럼 꾸며 보험료를 낮춘 재산가도 1,082명에 달한다.
직장 가입자들도 53만여 명이 월급 외의 사업소득 21조원을 신고하지 않아 1조원의 추가 보험료를 떼먹었다. 특히 공무원 사업장의 76%인 3,245곳에서 월정 직책급, 직급보조비, 복지포인트 등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34억4,200만원의 보험료를 환수 당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똑같다.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일부 힘센 부처는 보험공단에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잘못 받은 건보료가 매년 증가하고, 돌려주어야 할 과오납금을 횡령하는 직원들까지 있다. 건보공단의 재정적자는 연말이면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인데도 직원들은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월급이 120만원인 비정규직도 월 3만4,640원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며, 체납하면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도 가차 없다. 9월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1,454명이 임금이나 예금을 압류 당했다. 친서민, 공정사회라는 말이 무색하다. 공무원사회에서 편법과 불법이 판치고, 없는 사람에겐 가혹하면서 부자들은 안 내고 버텨도 불이익이 없는 건강보험료 징수체계를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고소득 체납자의 보험혜택도 막아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서 걸핏하면 재원부족 타령을 하고 보험료 올릴 궁리만 해서야 되겠는가.
[조선일보 사설-20101020수] '시진핑 시대의 중국' 움직일 새로운 접근법 찾으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18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됐다. 중국에서 군사위 부주석은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시 부주석이 중국 안팎의 예상대로 2012년 당 총서기, 2013년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면 마오쩌둥(毛澤東)에서 후진타오(胡錦濤)로 이어져온 중국의 5세대 지도자가 된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지방 행정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 공산당 중앙 간부로 발탁돼 군사·행정·경제 분야에서 서로 경쟁을 펼치다 그 중 1명이 차기 지도자로 떠오르는 방식으로 10년마다 국가지도자를 새로 뽑아왔다. 직접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현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지만 중국 나름의 경쟁과 검증을 통해 새 지도자를 뽑아 정치 안정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전면 등장하는 2012년은 한반도 정세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 시점이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고 있고, 김정일에서 아들 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성패(成敗)도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도 그해 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에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 세력으로 나설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있다.
시 부주석은 북한을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한국을 3번 방문했고, 중국 정치국 내에서 북한을 담당해 왔다. 현재로선 중국의 5세대 지도자들이 대북(對北) 정책에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은 통일로 이르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山)이다.
중국을 움직여야 북핵 해결부터 북한의 개혁·개방까지 이뤄낼 수 있고, 그래야만 북한 주민들을 3대(代)세습의 폭정에서 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韓·中)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라는 거창한 수사(修辭)로 포장돼 있지만, 외교 현장에선 긴급 상황 발생 시 중국측 관계자 면담은커녕 전화 통화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중국을 설득하는 논리와 화법(話法)을 비롯해 기존의 대중(對中) 외교 방식 전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보는 한반도 문제의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이며,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반도 상황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과 한·미 동맹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미 관계 역시 중국 문제에 대한 전략적 협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 시대'는 북한 변수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움직일 전략을 새로 찾는 일은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장래가 걸린 국가적 급선무다.
[서울신문 사설-20101020수] ‘미성년 性결정권’ 허용 연령 높이는게 마땅
중학교 여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건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충격을 주었다. 35세인 교사가 15세밖에 안 된 제자를 성적(性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그 하나이다.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그 여교사를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번째로 그 현행법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 13세가 되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었다는 사실 역시 충격적이다.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대단히 높고, 따라서 교육자를 각별히 존중하는 우리사회는 그에 비례해 교사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만한 인성을 갖추었다고 내세우는 이들이 교직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초·중고 교실에서 보호자 구실을 해야 할 교사가 도리어 어린 학생을 성행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어찌 용납할 수 있는 일인가.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교사는 학생의 학교생활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 그런 관계에서 파생한 성행위를 단순히 ‘대가 없이’ ‘서로 좋아서’ 합의한 결과라고 인정한다면 최소한 학교 현장에서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중학생 나이의 청소년에게 법률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미성년자는 갖가지 제한을 받는다.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든지, 부모 동의 없이는 혼인을 하지 못하는 일 등이다. 하다못해 성인영화를 보려고 해도 만 18세는 돼야 한다. 이처럼 제약하는 까닭은 당연히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유독 성행위에서만 만 13세에 자유를 주는 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일인가. 게다가 법리대로라면 중학생은 누구나 내키는 대로 성행위를 할 수 있다. 앞으로 ‘법을 지켜가며’ 성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청소년을 방치할 수 없다면 허용 기준연령을 높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20수] 카드회사 과당경쟁, `2002년 대란` 악몽 잊었나
신용카드회사들의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드사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카드론 확대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마케팅 비용으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2002년 말 겪었던 카드대란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실정이고 보면,이 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감독 당국의 철저한 지도 관리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확실히 지나친 면이 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2위 다툼에,KB카드는 분사를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몰두해 있고 신설사인 하나SK카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다른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12개월 무이자 공세를 펼치고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해 지난 상반기 카드사 전체의 마케팅 비용은 1조361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나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사의 주력 업무인 신용판매분야에선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카드사들은 금리가 높은 카드 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카드론 잔액은 14조58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3% 증가했다. 은행보다 대출받기가 쉽고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낮은 카드대출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당장은 달콤하지만 금리가 오름세를 타거나 경기가 침체되면 갚을 길이 막막해진다. 이는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소비자와 카드사 모두의 부실을 초래할 게 뻔하다.
물론 지금 상황을 카드대란 당시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카드사의 영업이익이 2조3095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이 개선됐고 연체율도 비교적 안정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등 카드사들의 재무상태는 당시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진정되지 않는 게 카드사 영업경쟁의 속성이다.
금융감독원이 카드사들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지만 구두 경고로 그칠 일이 아니다. 현장에 직접 나가 비정상적인 영업 관행을 적발하고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부실 위험에 대비토록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사태가 악화된 후에는 바로잡을 길이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020수]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車부품
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크게 늘면서 주력 수출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부품에 대한 세계 완성차 메이커들의 구매주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전체 부품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자동차부품 수출은 11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나 늘었다. 자동차부품 수출은 아직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공장에 들어가는 물량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국산부품 채택도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국산부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수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는 올해 GMㆍ폭스바겐ㆍ포드 등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 중 6개사와 수출상담회를 가졌거나 가질 예정이다. 예년의 경우 평균 3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11위 이하 업체까지 포함하면 11회에 이른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국산부품에 관심이 없던 자동차 업체들까지 구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가 올해 처음 상담회를 가졌고 일본의 경우 최근 11개 자동차 메이커가 합동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특히 미쓰비시 등 일부 일본업체들은 변속기 등 핵심부품의 대량 구매까지 추진하고 있어 자동차부품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과거 현대차에 기술을 제공한 '스승'일 뿐 아니라 부품사용에 폐쇄적이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업체들이 한국부품에 대해 대량 구매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자동차부품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엔고로 일본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저하된 탓도 있지만 그만큼 국산부품의 성능과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의 선전과 함께 자동차부품 산업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진입하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품질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아직 우리의 연구개발비는 일본의 70%, 생산기술은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부품의 성공경험을 전기전자ㆍ기계 등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 국내 부품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함석진(한겨레신문 기자)-20101020수] 무탄트 메시지
요즘 손이 가는 책이 하나 있다. 의사였던 말로 모건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원주민 부족과 함께 대륙의 사막을 건너며 보낸 석 달의 기록인 <무탄트 메시지>다. 5만년을 살아온 그들의 땅에 어느날 흰 얼굴의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 땅을 차지했다. 숲을 불태우고 강을 더럽히고 사람과 동물들을 죽였다. 원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에게 외지인은 원래 인간과 다른 돌연변이(무탄트)로 보였다.
그들은 놀이를 즐기지만 시합은 하지 않았다. 지는 사람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각이 깊은 그들은 말도 많이 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노래와 축제, 치료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막을 건너는 동굴 성지로의 긴 여정은 땅을 아프게 한 그들을 대신한 그들만의 속죄 방식이었다. 그리고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다. 언제부턴가 땅은 뜨거워지고, 비는 내리지 않았다. 동식물이 줄어 먹을 게 없어졌다. 후손들에게 고통을 남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람의 영혼은 본디 맑지만, 그것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그들의 자발적 멸종을 알리고 싶었다고 지은이는 썼다.
현실로 돌아오면 책 속의 이야기는 아득해진다. 어디 한 곳 기댈 데가 없다. 이웃 도우라는 성금까지 유용하는 세상이 슬프다. 나 살자고 남 죽이고, 돈 빼돌리고 뒤 봐주고. 무심한 공식처럼 사람들은 기어이 그런 길을 간다. 에이브러햄 머스트(1885~1967)는 평화를 위해 생을 살았다. 그는 베트남전쟁 당시 백악관 앞에서 밤마다 촛불을 들었다.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한 방송 기자가 물었다. “혼자서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고 나라 정책이 바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난 이 나라의 정책을 변화시키겠다고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나를 변질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퀴퀴한 영혼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알량한 저항조차 버겁다.
[동아일보 칼럼-횡설수설/박영균(논설위원)-20101020수] 동반성장委는 활빈당?
1999년 경찰에 체포된 탈옥수 신창원을 영국 로이터 통신이 영국의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후드에 비유해 한국 경찰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로빈 후드의 모험’은 우리의 ‘홍길동전’에 비견되는 영국 동화다. 잉글랜드 셔우드의 숲을 근거지로 삼아 포악한 관리와 욕심 많은 귀족이나 성직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는 줄거리는 활빈당(活貧黨)을 조직해 탐관오리와 토호를 응징하는 ‘홍길동전’과 흡사하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부자에게 거두는 세금을 ‘로빈 후드 세(稅)’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나눠 준다는 의적(義賊)사상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에게 인기다. 현대 국가에서는 정부가 의적의 역할을 대신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거두어 재분배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느 정부나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빈곤층과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정책을 도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것이 다수의 인기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親)서민적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둔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선전 효과에 비해 실제 서민에게 돌아가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저성장이 계속되자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일자리가 감소하는 바람에 빈곤층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2005년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이 참여하는 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고 대기업에 기여를 주문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은 당시 전경련을 창구로 해서 150억원을 출연해 중소기업협력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효과는 남아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노 정부 시절의 ‘상생 협력’과 비슷한 ‘동반 성장’ 정책을 내놓았다. 상생 협력이든 동반 성장이든 문제는 돈이다. 지식경제부는 노 정부 때처럼 새로 설치되는 동반성장위원회 운영자금으로 150억원을 내놓으라고 전경련에 요청했다고 한다. 신판 활빈당 같기도 하지만 그 운영자금이라는 게 결국은 위원회 먹여 살리는 돈 아닐까. 중소기업 지원에 돈이 필요하면 세금 징수 등 합법적인 방식으로 조달해야지, 대기업들에게 준조세 부담이나 안겨서야 선진화 정부랄 수 없다.
[중앙일보 칼럼-차윤정(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20101020수] 물 관리가 국가 경쟁력
지난 11~14일 호주 퍼스에서 제13차 국제 강(江)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제 수자원 전문가, 학계, 각국 정부 인사, 국제기구 등 600여 명이 물과 관련한 정책·연구·기술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조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호주·남아공·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물 관련 정책과 사업이 소개됐다. 특히 외국의 연구소, 정부기관, 물 관련 단체들은 한국의 4대 강 사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물이라는 생명의 기본권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250여 개의 강 줄기에 모여 살고 있는 상황에서 강을 통한 수자원 확보는 인류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 전 지구적으로 편중되는 강우 패턴은 불행히도 21세기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시련으로 더욱 극단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건조한 곳은 더욱 건조하게, 그리고 비는 폭우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국내 기후변화 전문가와 물 전문가로 구성된 기후변화소위원회의 ‘기후변화 대응 미래 수자원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물 사정은 비관적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뒤인 2060년의 우리나라 물 부족량은 이용가능한 강수량의 약 10%에 육박하는 33억t에 이른다. 2100년 집중호우 횟수는 지금의 2~3배, 가뭄 발생 횟수는 3~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했다.
수자원 관리는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또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물 관리 정책의 과감한 투자와 실행의지, 그리고 기술적 성취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인들에게 확고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을 해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제15차 유엔 산하 ‘물과 위생 자문회의(UNSGAB)’가 11월 말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가를 놓고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는 동안 26억 명의 인구가 불결한 위생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 8억8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마실 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절대 다수는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진정 우리 사회가 지불하고 있는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 비용을 모두 모아 그들 나라에 기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아중근(논설위원)-20101030수] 주소의 역사
미국에서 땅을 사 진입로를 낸 한 교포의 이야기다. 오래 묵혀두었던 토지를 분할하기 위해 새 길을 내면서 그는 도로 이름에 조부의 별명인 ‘맨발’을 붙였다. 사람이 없는 데서는 신을 벗고 다닐 만큼 자린고비 절검으로 부자가 됐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었다. 그는 맨발의 발음을 영어로 옮긴 ‘maenbal’에 작은 길을 뜻하는 ‘레인(lane)’을 붙여 공식적으로 등록했다. 고달픈 이민생활 끝에 좁지 않은 땅까지 산 그로선 선조의 검약정신도 가르칠 수 있고, 길찾기도 쉬울 거라고 기꺼워하며 틈만 나면 지도를 꺼내 ‘맨발길’을 확인하곤 했다. 드넓은 미개척지를 야금야금 개발해온 전통이 있는 미국 얘기지만, 이처럼 도로와 주소제도는 토지 개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소제에 대한 역사 기록은 많지 않다. 신라 소지왕 9년(488년)에 우역(郵驛)을 마련해 국가가 우편을 취급했다고 했지만 주소제도에 관한 기록은 없다. 토지를 구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호(子號)를 도입했다고 기록된 것은 고려 공양왕 3년(1319년)이다. 그러다 1413년(태종 13년) 16세 이상 남자들에게 신분증명서인 호패를 지급하면서 얼추 주소제의 형태를 갖췄다. 거주지 명칭에 주민들을 통과 호(10호나 5호가 1통)로 묶어 병행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동리 무슨 골짜기 밭’이나 ‘어느 강 건너 어느 벌판의 논’ 하는 식으로 토지를 구분했고, 동리의 경계가 분명치 않았다. 지금처럼 모든 토지에 번호를 붙인 지번제가 실시된 것은 1918년 일제가 토지조사를 실시하면서였다. 거기엔 토지를 수탈하고 세금을 부과하려는 제국주의의 발톱이 숨겨져 있었다.
그 지번을 사용하는 주소가 2012년부터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를 사용하는 ‘도로명 주소제’로 바뀐다. 도시화 과정에서 불규칙적으로 부여된 지번으로 집과 땅을 찾는 데 혼란을 주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새 주소제가 도입되면 길 찾기가 쉬워져 연간 4조3000억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내려온 제도를 바꾼다니 혼란이 없을 수 없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까지 정부가 도로명 주소를 통·이장을 통해 알린 뒤 주민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디지털3.0/송인혁(TEDxSeoul 에반젤리스트)-20101020수] 친구따라 강남가는 소비자 잡으려면
안철수 교수나 박경철 씨가 방금 어떤 책을 구입했는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김혜수 씨가 마음에 드는 음악을 관심정보로 찜했다는 정보는?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당 제품이 어떤 것인지 따라 가서 구경할 것이고 구입까지 할 것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거나 구매하는 사실 그 자체가 큰 광고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애플 Ping이 음악에 대해 접근한 방법이다. 내 친구나 잡스 같은 관심 인물이 구입했거나 추천한 음악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고 이를 곧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수많은 상품 광고가 연일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매체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광고 내용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아는 사람의 사용경험담이나 추천에 신뢰와 관심을 갖는다.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주의를 기울인다. 어느덧 사람들은 전통 미디어가 아닌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리고 그들 자신들을 통해 직접 묻고, 답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하고, 감사하고, 비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 관심사항이나 구매 여부를 공개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방문한 지역에 대해 흔적을 남기는 포스퀘어 서비스나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미소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기 일상을 공유하는 데 빠른 속도로 익숙해져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비즈니스가 소비자들 간 소통을 수익모델로 적극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온라인에서는 자사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 소셜을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본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해서 그대로 온라인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상품 정보에 대한 접근과 구매를 유도하고 이 정보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하려고 하는 상품에 대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자 할 것이고 소통 내용은 그들의 폴로어 전체에게 계속해서 전파될 것이다. 따라서 기존 미디어보다 훨씬 강력한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상품 공급자들도 그들이 이용하는 스토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 차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자사 기능과 서비스를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OpenAPI나 매시업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수익 중 28%가 아마존 바깥에서 개설된 제휴업체를 통해 발생하고 있고, 관련 기능 개발자만 20만여 명에 달한다. 이베이 상품 정보 47%가 OpenAPI를 통해 등록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제한된 비용과 인력으로 어설프게 고객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 고객 요구를 즉각적으로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수익을 공유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셜마켓에 이상하리만치 대응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나은행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예고하고 발 빠르게 편리한 기능을 갖춘 인터넷뱅킹 앱을 제공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듯이 결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만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자기가 선호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바뀌고 있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따라잡아야만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