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 여행(2) - 음식 중심으로
누군가 나에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음식이라고 말할 것이다.
해랑기차여행 2박3일간은 지역 특색에 맞는 엄선된 맛 집 덕분에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우선 기차 안에서는 각종 음료와 커피, 코코아, 와인과 맥주에 간식으로 과일이나 견과류, 치즈, 스낵 등을 무제한으로 공짜로 먹을 수 있으니 먹돌이 선아는 신이 났다. 불어나는 허리 살은 여행기간동안은 철저히 잊어주기로 하자. 먹는 즐거움을 뺀다면 살맛이 나지 않을 테니까~^^*
첫날, 서울역을 떠나 목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미리 준비된 도시락을 먹는다. 도시락은 별다른 특색이 없으니 그냥 통과하자. 목포역에 도착한 기다리고 있는 리무진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을 둘러본다. 마침 문화재청에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온다. 이곳에 있다고 하니 ‘여행 중이구나,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은 문화재청 소속이니 잘 관람하시길~’이라는 문자가 들어온다. 신안해저 유물선의 실물을 보면서 크기에 많이 놀라기도 한다.
목포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멋진 경치에 빠졌다. 배에서 내리니 어느새 어둠이 우릴 반기고 어둠을 밝히는 조명등이 아름다운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식당으로 향했다. ‘송죽’이라는 회/일식전문점에서 회정식을 먹는다. 남도 특유의 맛이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계속 나오는 색다른 음식 앞에 감탄이라는 양념을 섞어서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목포 유달산에 올라 전라도 사투리의 맛깔스러운 말솜씨를 가진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노적봉과 이순신 이야기도 듣고 목포의 야경에 취한다.
밤새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였지만 여행의 피로는 잠을 자게 해 준다. 잠에서 깨어나니 해랑열차는 밤새도록 달려서 우리를 마산역에 내려주고 있었다. 또다시 버스로 이동하여 이제는 통영으로 달린다. 통영에 내린 우리는 바다풍경이 근사하게 보이는 마리아나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시래기가 들어있는 뼈다귀탕인데 소 의 누린 맛이 내 입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통영해안도로를 돌아서 미륵산 곤돌라여행에 나섰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다보는 풍경은 바다가 보여서 가슴이 탁 트였다. 미륵산은 별로 높지 않았기에 정상까지 올랐다. 섬들이 겹쳐서 풍경을 만들고, 계단식 논밭이 향수를 자극했다.
산을 내려와 근사한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통영시 무전동에 있는 ‘굴향토집’으로 15년 전통의 국내최초 원조 ‘굴요리 전문점’이라고 씌여 있다.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보다 안주가 좋으니 술 한 잔을 마셔야 제격이라며 옆에 앉으신 은빛 노인 여행 동행자 한 분이 소주를 시켜주신다. 홀짝 마시니 술이 왜 이렇게 단맛이 강한 지 확실히 안주 탓이다.
마산역에서 기차는 오른쪽으로 바다를 낀 채 경주로 향한다. 부산 해운대도 만나고 울산도 만나고 어두워져서야 경주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곧바로 정해진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경주시 배반동에 위치한 ‘수석정’ 이라는 품위가 느껴지는 고급한정식집이다. 식당 곳곳에 놓여있는 수석들이 예사롭지가 않더니 음식 맛도 별로 흠잡을 곳이 없다. 게장이 너무 달았던 점은 옥에 티였던가!
경주 달빛여행이 유명한 데 음력으로 달이 보이지 않는 시기라서 별빛 여행이란 이름아래 신라문화원 소속의 문화해설가 분들이 나오셔서 안압지와 첨성대 일대를 숨겨진 일화를 곁들이며 귀를 자극한다. 선덕여왕 이야기가 오래토록 가슴에 애처롭게 머물게 생겼다.
경주역에서는 기차안에서 가수와 함께 노래도 부르며 신나는 여행의 또 다른 흥겨움에 취해본다.
우리가 자는 동안 기차는 밤새도록 달렸다. 어느 새 동해역에 도착했다.
동해에는 추암해수욕장에서 촛대바위를 보기도 하고, 텔레비전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하는 추암일출 장면을 기다려본다. 하지만 태양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주지 않았다. 일 년 중에 40일 정도 일출장면을 볼 수 있다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새천년일주도로로 버스는 아침 식사가 준비된 곳으로 이동했다.
오늘 아침은 우럭미역국이다. 삼척시 정하동에 있는 ‘해도지횟집’ 의 우럭미역국은 맛이 바다를 닮았다. 너무 시원하다. 애로점이 있다면 우럭의 뼈를 발라내는 일이 빨리 먹고 싶은 마음을 자꾸만 말린다.
아침을 먹고 삼척에 있는 유일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여행의 피로를 잠시 풀어낸다. 맑은 몸과 마음으로 무릉계곡에 들어갔다. 삼화사(三和寺)와 무릉반석을 둘러보고 버스는 맛있는 점심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 태백으로 향했다. 태백시 황지동에 있는 ‘태백한우골’ 한우생고기 전문점이다. 여행의 마지막 먹거리이기 때문일까? 한우이기 때문일까? 다들 먹는데 정신이 없다. 나도 물론 그 중의 한사람~!
그런데 솔직히 한우에 대한 평을 하라고 하면 고기가 질겼고, 깊은 맛은 내가 먹은 한우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평범하다고나 할까. 내가 맛본 한우 중에는 군위한우도 아니고, 경주 산내한우가 가장 맛있었다.
여행 후유증으로 허리 인치가 늘었다는 것!
먹을 땐 좋았는데 이젠 음식을 줄이면서 체중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찐 만큼은 빼둬야지 편할 것이다.
먹는 것의 즐거움 뒤에는 체중관리의 괴로움이 따르나니~~선아야! 어쩌노? *^^*
첫댓글 리뷰 잘봤습니다!
처음 알았네요! 해랑열차가 있다는 사실..! ^^
그럴 겁니다. 저도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이 상품이 생긴 건 작년 늦가을이라서 아직 모르는 분이 더 많아요. 주말에 1박 2일 코스도 있으니까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코레일 홈페이지 - 기차여행 - 해랑 - 이 순서로 보시면 나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