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의 오증자 작 임영웅 연출 손숙의 그 여자
공연명 그 여자
공연단체 극단 산울림
작가 오증자
연출 임영웅
공연기간 2015년 11월 5일~29일
공연장소 산울림 소극장
관람일시 11월 12일 오후 8시
산울림 소극장에서 오증자 작, 임영웅 연출의 손숙 출연의 1인극 <그 여자>를 관람했다.
극단 산울림의 오증자 대표는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역서로는<고도를 기다리며>,<바다의 침묵>,<에밀>,<미라보 다리>,<위기의 여자>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번역 출판했다. 극작으로는 <나의 황홀한 실종기> <그 여자>를 집필한 미모의 여성연극인이다.
손숙의 1인극 <그 여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의 <위기의 여자 (La Femme Rompue)>에서 주제를 따온 연극이다. 1967년에 발표한<위기의 여자>는 보편적 결혼관을 가진 여성이 굳게 믿었던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기면서 20년간 지속되어온 결혼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그 틈새가 벌어져 종당에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자, 모든 것을 훌훌 떨쳐버리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손숙의 1인극 <그 여자>는 결혼을 한지 20년이 넘은 두 딸의 어머니다. 남편은 전문의이고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큰딸은 결혼을 시켰고 작은딸은 외국으로 보냈기에, 이제는 남편과 더욱 다정하게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다. 그런데 남편이 차츰 늦게 들어오는 때가 많아지니, 하루는 그저 생각 없이 “여자라도 생겼어요?” 하고 진담 반 농담 반 남편에게 묻는다. 그러자 남편은 “그렇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소.”라고 정색을 하고 대답한다. “……그게…… 누군데요?”
남편은 삼십대의 이혼녀인 여성변호사의 이름을 댄다. “당신이 나에게 물어주니 고맙군. 당신한테 거짓말하기는 싫으니까.”
믿을 수 없는 사실이기에 아내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상의한다. 친구들은 “남자들은 대부분 한눈을 파니까, 교양과 품위를 지키면서 기다리면 돼”라고 충고한다.
아내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열심히 읽기도 하고, 필상학 전문가에게 자신과 남편의 글씨를 보여주며 미래를 묻기도 한다. 또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 해결책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뚜렷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 한다.
남편은 “8년 전에 부부싸움을 한 뒤부터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마음 변한 동기를 털어놓으며, “당신은 비록 교양은 있지만 남편과 딸들에게 독선적이었고, 타협을 모르는 이기주의자”라고 내뱉는다. “거짓말 마요! 우린 행복했잖아요?” “그건 사실이오. 당신이 나에게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제공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나의 길을 가려고 했을 때, 당신은 나를 막았어. 당신 방식대로의 인생을 내게 강요했지.”
아내는 차츰 남편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은 독점욕이 강하고 독선적이며 남편과 딸들의 독립된 생활을 침범하려고 했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내는 결혼 생활에 신선한 생기를 불어넣을 생각은 하지 않고, 지나간 과거의 행복한 추억에 황홀해하며 안주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아내는 미국에 있는 작은딸을 찾아간다. “엄마,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면 자기 아내에 대한 사랑은 식는 것이 보통 아닌가요? 안 그렇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뭐.” “그렇지만 평생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잖니?” “척하는 거죠, 뭐.”
작은딸은 행복했던 과거보다 중요한 건 미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로 연애를 시작해보든지 직업을 가져보라고 충고한다.
아내는 미국에서 돌아와 남편이 떠나고 없는 텅 빈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결심한다. “나는 움직일 거야. 그리고 문을 열거야. 그리고 나의 미래로 뚜벅뚜벅 걸어 나갈 거야.”
무대는 배경에 세 개의 창과 창 밑에 낮은 흰색의 벽장이 있고, 배경 오른쪽은 집의 출입구로 설정이 된다. 벽 중앙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기기구가 놓이고, 여자 얼굴을 그린 작은 액자, 그 옆에 포도주 병과 잔이 보인다. 길게 세운 옷걸이도 눈에 띤다. 중앙에 긴 안락의자와 그 앞에 탁자가 놓이고, 탁자 위에는 전화기도 놓여있다. 그 안락의자 좌우로 작은 원탁과 의자가 자리를 잡았다. 무대 오른 쪽 벽에는 화장대도 놓여있다.
음악은 귀에 익은 샹송의 멜로디와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고, 꼭 필요한 남편 대사에는 목소리만 녹음으로 들린다. 딸이나 친구의 음성도 녹음으로 대신한다.
손 숙의 1인극 명칭답게 연기 50년 손 숙의 호연과 열연이 무대 뿐 아니라 객석 구석구석까지 대사는 물론, 숨소리, 침을 삼키는 소리, 눈짓, 손짓에서 발가락 동작까지 전달시킨다. 암전할 때마다 의상을 여러 차례 갈아입고, 목소리만 들리는 남편, 그리고 남편의 연인, 그리고 딸과 대화할 때의 연기 또한 1인극만으로도 충분히 극을 이끌어가고 그녀 특유의 발군의 기량을 절제하듯 펼쳐 내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극장장 임수진, 예술감독 임수현, 무대미술 박동우, 극장기획 김보연, 진행 연태양·최은솔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산울림 개관 30주년 기념공연 오증자 작, 임영웅 연출, 손 숙의 <그 여자>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1월 1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