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칼로 광장
마침내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서 순례팀과 합류했다.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길 위의 방황이 하나의 의미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낯선 땅에서 마주한 익숙한 얼굴들은 그 자체로 하느님이 보내주신 위로였다.
성당 앞 소칼로 광장은 아즈텍 테노치티틀란의 심장부이자, 스페인 식민의 권좌였으며, 현재의 멕
시코가 고동치는 곳. 발밑의 땅은 단순한 돌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였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곳인 소칼로 광장은, 스페인 지배 당시 세워진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유럽의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소칼로라는 말은 원래 ‘기반’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나 현재는멕시코의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중앙 광장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완공되기까지 무려 24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아름답고 웅장한 교회이다.
대성당의 내부는 천장이 매우 높고 아치형의 기둥이 솟아 있어 강한 힘이 느껴지며, 14개의 예배
당과 5개의 중앙 제단이 마주보고 길게 늘어서 있다.
1524년 건축을 시작해서 고딕, 바르크, 르네상스 등의 건축 양식이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 무너진 신전의 돌로 쌓은 성벽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나는 눈앞의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였다.
멕시코의 심장이라 불리는 소칼로 광장, 그리고 그 곁에 처참한 상흔처럼 남은 아즈텍
의 성소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
스페인 정복자들은 아즈텍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던 태양의 신전을 무참히 허물었다.
그리고 그들은 멀리서 새로운 자재를 가져오는 대신, 방금 무너뜨린 신전의 돌들을 가져다 자신들의
신앙을 증명할 성당과 궁전을 세웠다. 아즈텍의 신들이 깃들어 있던 돌들이 졸지에 정복자의 하느님을 모시는
벽이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 삼문화의 광장(Plaza de las Tres Culturas)이 주는 침묵
이어 발걸음을 옮긴 ‘삼문화 광장’은 그 모순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아즈텍의 고대 유적과 스페인 식민 시절의 산티아고성당, 그리고 현대의 고층 빌딩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다.
가이드는 이곳을 융합이라 설명했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보였다.
찬란했던 시장과 신전이 파괴된 자리 위에 들어선 산티아고 성당을 보며, 나는 종교란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타자의 신념을 파괴하고 세운 신앙이 과연 진정한 평화일 수 있을까.
성당 벽면에 박힌 아즈텍신전의 돌들은 어쩌면 수백 년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
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어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멕시코인들은 비극적이 파괴 위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신앙을 꽃피우냈다.
정복자의 종교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뿌리와 결합해 ‘과달루페
성모님’이라는 가장 멕시코다운 치유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깊은 사랑과 공경을 받고 있다.
신전은 무너졌고 시장은 불탔지만,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파괴자들의 의도와는 다른 꽃이 피어났다.
그것은 증오를 넘어선 용서였고, 죽음보다 강한 생명력이었다. 파괴된 돌 위에 세워진 성당 안에서
오늘도 멕시코인들이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인간이 가진 회복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 틀라텔로코, 상처 위에 핀 신앙의 꽃
우리는 아즈텍과 스페인,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삼문화 광장을 지나 산티아고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과달루페 성모 발현의 증인인 후안 디에고가 세례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은 이곳,
정복의 비극 위로 신앙의 씨앗이 뿌려진 그 자리이다. 오늘 하루 겪었던 기쁨과 아쉬움, 분노와 평화가
미사 중의 기도속에 녹아들었다.
결국, 모든 것은 은총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며 이 낯선 길 위에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가로막혔던 문도, 뜻밖에 열린 문도,
그리고 만난 순례의 벗들도 모두 하느님이 예비하신 계획의 일부였다.
첫댓글 읽고 보면서~~ 깊이 감사합니다. 성지순례의 귀한 뜻과 앎에 대하여~~ 저도 다시 기억하고 되새깁니다.
오래전 다녀온 기억들을 돌아보고 마치~~ 그곳에 서 있는 듯한 느낌마져 큰 선물로 다시 저를 설레이게 하네요.
감사하고 기쁨니다. 잘 보고 읽고 갑니다.
저는 그때의 삼정을 말하려면 오묘했어요. 자신들의 신앙이 무너지고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 마음?
그래도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그분의 뜻을 받아 온 세상이 사랑과 평화가 넘쳐나야 좋은 세상이라는 것울 알기에 하느님을 경외하고 찬미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