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기기 1000원으로 누리는 도심 속 재즈향연

[프림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혹자는 IMF 때 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기름값은 한 때 1800원까지 올랐고, 물가 역시 고공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이제 1000원 한장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과자 하나를 사먹으려도 해도 1000원짜리 지폐 한장에다가 동전을 두어개는 더 챙겨야 제대로 된 과자 한봉지를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다. 곧 있으면 현재의 10원, 50원짜리 동전처럼 1000원도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못 끌지도 모른다. 퇴출의 위협을 받고 있는 1000원이 요즘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다이소'를 비롯한 각종 천원shop이 1000원에게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자도 몸집을 줄여 미니상품 기획전 식으로 1000원에게 새생명을 주고 있으며,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1000원의 인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런 1000원의 인기에 힘입어 서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공연분야. 다른건 그렇다치더라도 공연이 단돈 1000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데... 과연 1000원짜리 한장으로 공연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

 

한 티켓판매 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1만원대 이하 저가 공연의 예매율이 1년전 대비 56%나 상승했다고 한다. 불황으로 인해,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단돈 1000원으로 고품격 재즈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Jazz and the City'는 1년전이 비해 76% 급증한 예매율을 기록하며 인기공연으로 떠올랐다. 과연 'Jazz and the City'에서는 어떤 공연이 펼쳐질까? 혹시나 싼게 비지떡이라고 그저 그런 밴드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닐까?

 

천원의 나눔 콘서트가 펼쳐질 KT아트홀. 광화문은 많이 가봤지만 KT아트홀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역시 찬바람이 두터운 옷깃을 너무나 쉽게 파고들 정도로 날씨가 매우 찼다. 아직 공연이 시작하려면 1시간 정도가 남았지만 KT아트홀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찬바람을 피해 조용히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KT아트홀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바로 이 곰인형.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리기에는 여운이 남았는지 이쁘게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당연 'Jazz and the City'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는 인기 만점. 가족끼리 다정하게, 연인끼리 사랑스럽게 이 곰인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Jazz and the City의 브로셔. 조그만한 크기로 핸드백에도 딱 맞춰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1월달의 공연일정이 수록되어 있으며, 천원의 나눔 콘서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Jazz and the City' 공연의 무대는 예술의 전당 마냥 거대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소극장처럼 비좁은 공간도 아니다. 공연을 보는데 넘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을 적당한 인원이 딱 맞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규모이다. 혹시나 'Jazz and the City'를 보러 가실 분이 계신다면 위의 좌석안내도를 참고하기 바란다. 노란색 안에 있는 좌석은 바닥에 의자를 배치한 공간이다. 평지여서 혹시나 자기 보다 큰 사람이 앞에 앉으면 공연을 보는데 불편할 수도 있다. 프림타가 추천하는 좌석은 바로 하늘색 박스 안의 좌석이다. 하늘색 박스 안의 좌석은 계단식으로 되있어서 앞사람의 키에 상관없이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무대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Jazz and the City'라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악기에서 나오는 풍부한 음악소리를 즐길 수 있다면 먼거리 정도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프림타가 본 공연의 주인공은 바로 '이한진 밴드'이다. 이한진 밴드는 2003년 이한진 가스펠 앨범 "디보션" 출시와 함께 창단된 밴드. 색소폰 심상종, 드럼 정원식, 건반 문상선, 기타 이병호, 베이스 김정훈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이한진 밴드가 들려주는 겨울밤에 즐기는 재즈향연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준다한들 어떻게 그 감동을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자음과 뻔한 레퍼토리 음악에 익숙해진 우리 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준 재즈. 이런 공연을 단돈 1000원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천원의 나눔 콘서트 'Jazz and the City'가 1000원 공연이라는 사실 말고도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천원의 나눔 콘서트 'Jazz and the City'는 지난 2006년 7월부터 계속되어 온 KT의 자선활동 '천원의 나눔'의 일환으로, 공연수익금 전액이 저소득층 청각장애인을 위해 지원되고 있다. 1000원으로 멋진 선율도 감상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고.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까?

불황이라고 허리띠를 꽉꽉 졸라메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비용으로도 더 큰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꼭 가격이 비싸야만 좋은 공연이라는 선입견은 던져버리자. 경제가 어렵다고 무조건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지워버리자. 1000원짜리 한장으로도 수준높은 문화공연은 물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여기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