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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比스님이 읽어주시는 화엄경(2021.5.25.PM2시)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
근본법회 - 궁전이 홀연히 넓어지다
오늘도 화엄경 한단락 공부하겠다. 어제까지 15권이 끝났고, 오늘은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제16권, 16권은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과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揭讚品) 그리고 십주품(十住品)까지 세 품이 이 한 권 안에 다 포함되어 있다. 짧은 품들이다.
그중에 승수미산정품과 수미정상게찬품은 서론에 해당되고 본론은 십주 이야기, 보살 십주품 이야기가 본론에 해당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먼저 서문을 읽어보겠다.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제16권
十三,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
十四,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
十五, 십주품(十住品)
서문
부처님께서 처음 정각(正覺)을 이루신 부다가야의 보리수나무 밑을 떠나지 않으시고 수미산 정상에 오르시었습니다.
제석천왕은 이렇게 찬탄하며 영접하셨습니다.
가섭(迦葉) 여래께서는 큰 자비를 구족하시니
모든 길상(吉祥)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구나모니(拘那牟尼)께서는 소견이 걸림이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가라구타(迦羅鳩馱)께서는 금산과 같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수미산에 올라 영접을 받고 나서 다시 시방의 보살들로부터 각각 열 게송씩 1백 개의 게송으로 찬탄함을 듣습니다.
부처님께서 길고 긴 찬탄의 노래를 듣고 나자 드디어 화엄경 7처(處) 9회(會)의 설법 중 제3회 설법의 본론인 십주(十住)법문이 법혜(法慧)보살로부터 설해집니다. 이른바 발심주(發心住)와 치지주(治地住)와 수행주(修行住)와 생귀주(生貴住)와 구족방편주(具足方便住)와 정심주(正心住)와 불퇴주(不退住)와 동진주(童眞住)와 법왕자주(法王子住)와 관정주(灌頂住)입니다. 이것을 보살의 열 가지 머무는 곳이라 이름합니다. 이 열 가지 보살이 머무는 곳은 과거, 미래, 현재의 모든 부처님들이 모두 설하시는 것입니다.
2014년 10월 20일
신라 화엄종찰 범어사
如天 無比
이것이 서문이고 그다음에 승수미산정품에 대한 설명이다.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
화엄경 7처 9회의 설법 중에 그동안 제2회의 십신(十信)법문이 끝났다. 다음은 제3회의 6품 경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보살의 수행 단계가 시작되는데 먼저 십주(十住)법문이다. 십주법문 중 그 서분(序分)으로서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과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 두 품이 있다. 승수미산정품은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신 보리수나무 밑을 떠나지 아니하고 수미산 정상의 제석천궁에 올라가서 걸림이 없는 변화의 몸을 나타낸 내용이다. 그리고 제석천왕은, 이 제석천궁이 가섭 여래 등 열 분의 부처님이 다녀가신 궁전이므로 길상한 곳이라고 게송으로 찬탄한다.
1. 근본법회(根本法會)
이시(爾時에 여래위신력고(如來威神力故)로 시방일체세계일일사천하염부제중(十方一切世界一一四天下閻浮提中)에 실견여래(悉見如來)가 좌어수하(坐於樹下)어시든 각유보살(各有菩薩)이 승불신력(承佛神力)하고 이연설법(而演說法)하야 미부자위항대어불(靡不自謂恒對於佛)이러시니라
그때에 여래의 위신력으로 시방 일체 세계의 낱낱 사천하 염부제에서는 여래께서 나무 아래 앉아 계신 것을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각각 보살이 있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법을 연설하며, 항상 부처님을 대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여래의 위신력으로 시방 일체 세계의 낱낱 사천하 염부제에서 여래께서 나무 아래 앉아 계신 것을 다 보았다고 하였다. 보리수 나무 밑에 앉아 계신 것을 다 보았다. 그리고 각각 보살이 있어서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법을 연설하고 또 항상 부처님을 대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는 내용이다.
2. 세존이 수미산에 오르다
이시(爾時)에 세존(世尊)이 불리일체보리수하(不離一切菩提樹下)하고 이상승수미(而上昇須彌)하사 향제석전(向帝釋殿)하신대
그때에 세존께서는 일체 보리수나무 아래를 떠나지 아니하시고 수미산에 오르시어 제석천의 궁전으로 향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일체 보리수나무 아래를 떠나지 아니하시고, 라고 하였다. 항상 마음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든지 아무리 장소를 옮겨서 비행기를 타고 외국 여행을 한다 하더라도 항상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여행을 한다. 법회에 참석하나 무엇을 하나 항상 마음이 근본이 되고, 내 마음자리가 모든 것이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우리들 중생도 그렇지 않은가? 하물며 부처님이야, 부다가야 보리수 나무 밑에 앉아 계시면서 또 다른 데로 자리를 옮겨서 법문하러 가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떻다고 했는가? 보리수 나무를 떠나지 않고 앉았다, 라고 이렇게 표현했다. 부처님 깨달음의 경지를 떠나지 않고 법문하러 가셨다는 뜻이다. 그래서 깨달음의 법문이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서 또 더 깊이 들어가면 부처님 역시 한마음자리를 떠나지 않고 모든 곳에 가시고, 모든 일을 하시고, 걸식하러 가시든지, 제자를 교화하러 가시든지, 어디 여행을 하든지 간에 항상 깨달음을 떠나지 않았고, 또한 한마음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 역시도 한마음자리 떠나지 않고 모든 일을 행한다. 그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한마음자리를 늘 지키면서 한마음자리 그 고삐가 풀리면 안된다. 그거 챙기고 어디든지 다녀야 되는 것이다. 본래 그렇게 다니고 있는데, 한마음자리 가지고 다니는데 ‘내가 한마음자리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다. 그런 이치가 분명히 있고, 우리는 그 이치대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본래의 내 마음과 현전의 마음, 작용하는 마음이 합일이 못된 상태에서 또 그렇게 본분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치는 우리가 백방으로 잘 생각해 봐야 된다.
백방으로 생각해 보면 아주 여러 가지 이치가 그 가운데 다 포함되어 있다.
3.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부처님을 보다
시(時)에 천제석(天帝釋)이 재묘승전전(在妙勝殿前)이라가 요견불래(遙見佛來)하고
그때에 제석천왕이 묘승전(妙勝殿) 앞에 있다가 멀리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묘승전이라고 하는 것은 제석천왕이 있는 궁전이다.
4. 사자좌의 장엄
즉이신력(卽以神力)으로 장엄차전(莊嚴此殿)하고 치보광명장사자지좌(置普光明藏師子之座)하니 기좌(其座)가 실이묘보소성(悉以妙寶所成)이라
제석천왕은 곧 신력으로써 이 궁전을 아름답게 꾸미고 보광명장(普光明藏) 사자좌를 베풀어 놓았습니다. 그 사자좌는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십천층급(十千層級)으로 형극장엄(逈極莊嚴)하고 십천금망(十千金網)으로 미부기상(彌覆其上)하고 십천종장(十千種帳)과 십천종개(十千種蓋)로 주회간열(周廻間列)하고 십천증기(十千繒綺)로 이위수대(以爲垂帶)하고 십천주영(十千珠瓔)으로 주변교락(周徧交絡)하고 십천의복(十千衣服)으로 부포좌상(敷布座上)하고 십천천자(十千天子)와 십천범왕(十千梵王)이 전후위요(前後圍遶)하고 십천광명(十千光明)이 이위조요(而爲照耀)러라
일만 층으로 훤칠하게 장엄하였고, 일만의 금으로 된 그물로 그 위를 덮었고, 일만 가지의 휘장과 일만 가지의 덮개로 사이사이 두루두루 벌려 놓았으며, 일만의 비단으로 띠를 드리우고, 일만의 진주영락으로 두루 엮어졌으며, 일만의 의복으로 자리 위에 펴서 깔았으며, 일만의 천자(天子)와 일만의 범왕(梵王)이 앞뒤로 둘러싸고, 일만의 광명이 비쳐서 찬란하였습니다.
전부 일만으로 되어있다. 보살의 수행단계를 정상적으로 계산할 때 십신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십주부터 해당이 된다. 10주가 되어야 ‘수행이 한단계 올라갔다’ 고 하는데 십주품에서는 뭐든지 일만이라고 하는 것으로써 표현하고 있다.
십주품의 처음은 발심주라고 하는 것인데 보리심만 발해도 발심주가 되고, 제1주인 발심주에만 이르러도 벌써 차원이 다른 삶이 전개된다는 뜻으로 봐야 된다.
낱낱이 1만 층으로 된 사자좌는 훤칠하게 장엄하여 있고 일만의 금으로 된 그물로 그 위를 덮었고, 일만 가지 휘장, 일만 가지 일산으로 벌려 놓았다. 꼭 숫자적으로 그렇다기보다는 앞서 말한대로 다른 차원의 삶이 전개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5. 제석천왕이 부처님을 청하다
이시(爾時)에 제석(帝釋)이 봉위여래(奉爲如來)하야 부치좌이(敷置座已)에 곡궁합장(曲躬合掌)하고 공경향불(恭敬向佛)하야 이작시언(而作是言)호대 선래세존(善來世尊)이시여 선래선서(善來善逝)시여 선래여래응정등각(善來如來應正等覺)이시여 유원애민(唯願哀愍)하사 처차궁전(處此宮殿)하소서
그때에 제석천왕이 여래를 받들어 자리를 펴 놓고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공경하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잘 오셨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잘 오셨습니다. 여래(如來), 응공(應供), 정등각(正等覺)이시여, 오직 원하옵니다.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 궁전에 계시옵소서.”
우리도 귀한 손님이 오면 “아주 잘오셨습니다. 오신 김에 푹 쉬었다 가십시오. 며칠이라도 시봉해드릴테니까 주무시려면 주무시고 산책을 하시려면 산책을 하시고 공양을 하시려면 공양을 하시고 차를 드시려면 차를 드시고 이렇게 푹 쉬었다가 가시죠.” 라고 한다. 가장 귀한 손님이 오면 특히 더 그렇게 한다.
요즘은 부모님이 찾아오지 못도록 아파트 이름도 얄궂게 짓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그럴 리야 있겠는가마는 ‘왜 아파트 이름이 저렇게 부르기가 까다롭느냐?’ ‘아 어른들 못 찾아오게, 찾아오기 까다롭게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하는 헛소문이 많이 돌지 않는가? 말세가 되어서 그런가, 정말 그런 이야기가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6. 시방세계도 이와 같다
이시세존(爾時世尊)이 즉수기청(卽受其請)하사 입묘승전(入妙勝殿)하시니 시방일체제세계중(十方一切諸世界中)에도 실역여시(悉亦如是)하니라
그때에 세존이 곧 그 청을 받으시고 묘승전에 들어가시니 시방의 일체 세계 가운데서도 다 또한 이와 같이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청을 받고 그 궁전에 들어갔다. 어느 한 곳에서 이루어진 일인데 시방 일체 세계에서도 똑같이 그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 경문이다. 이것도 또한 상당히 심오한 이치가 있다.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한 생각을 일으켜서 무엇을 한다 하면 온 우주가 다 동원이 되는 것이 아닌가? 온 우주가 다 동원이 되어서 내 한 생각 작용을 따라간다. 우리가 한 생각 일으켜서 무엇을 한다라고 하는 것은 그만치 중요하다.
그것을 축소해서 생각하더라도 온 우주가 동원이 됐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내 한 몸이 움직일 때, 내 한 몸에 백조의 세포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또 좀 확대해석하면 백 조의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내 한 몸 움직일 때 백 조의 세계가 같이 움직이고, 백조의 중생이 동시에 같이 움직인다.
절을 하면 백 조의 중생 세포가 같이 절을 하고, 염불 한마디 하면 백 조의 중생 세포가 같이 염불을 하고, 경전을 읽으면 백 조의 중생 세포, 세포 중생이 같이 경전을 읽고 있고, 내 한 생각 깨달으면 백 조의 세포 중생이 같이 깨달음을 얻고, 내 한마음이 경전을 보고 신심을 내고 환희심을 내면 백 조의 세포 중생들이 다 같이 환희심을 내고 신심을 낸다. 이런 도리다.
우리의 짧은 안목으로 보면 그런 것이 안 보이지만 불보살의 투철한 지혜의 눈으로 보면 사실은 다 그렇게 형성되어 있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사실로 이해해야 된다. 시방세계도 이와 같다고 하였다.
7. 제석천왕이 게송을 설하다
이시(爾時)에 제석(帝釋)이 이불신력(以佛神力)으로 제궁전중소유악음(諸宮殿中所有樂音)이 자연지식(自然止息)하고 즉자억념과거불소(卽自憶念過去佛所)에 종제선근(種諸善根)하야 이설송언(而說頌言)호대
그때에 제석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모든 궁전 가운데 있던 음악 소리가 자연히 그쳐 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곧 과거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모든 선근을 심었던 것을 스스로 기억하고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오신다 하면 벌써 풍악이 울릴 것 아닌가. 부처님이 가까이 오면 가까이 오는 것에 맞게 음악소리가 나고, 예를 들어서 천왕이 부처님을 영접한다면 그 영접하는 행동에 맞게 음악소리가 날 것이다.
그러다가 궁전 가운데 있던 음악소리가 자연히 그쳐 쉬게 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곧 과거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모든 선근을 심었던 것을 스스로 기억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음악이 잦아들고 드디어 제석천왕이 게송을 설한다. 게송을 설하는데 풍악소리 음악소리가 많이 나면 풍악소리하고 게송의 내용이 뒤섞여서 잘 분별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음악소리가 잦아들고 거기에 알맞게 제석천왕이 청아한 소리로 게송을 설하는 광경을 이렇게 연출하고 있다. 근사하다.
가섭여래구대비(迦葉如來具大悲)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가섭(迦葉) 여래께서는 큰 자비를 구족하시니
모든 길상(吉祥)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가섭 여래가 옛날에 계셨는데, 그 가섭 여래께서는 큰 자비를 구족하셨다. 모든 길상(吉祥)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라고 한다.
구나모니견무애(拘那牟尼見無碍)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구나모니(拘那牟尼)께서는 소견이 걸림이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이 궁전은 가섭 여래도 다녀갔고, 구나모니 여래께서도 다녀갔는데 가섭 여래는 자비가 출중하시고 구나모니는 소견이 뛰어나시다.
가섭 여래도 소견이 뛰어나고 구나모니도 자비가 뛰어나겠지만 부처님에 따라서 똑같은 이야기보다는 그 특징을 하나씩 표현한 것이다.
구나모니(拘那牟尼)께서는 소견이 걸림이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요즘은 그렇게 존경할만한 사람도 없고, 설사 존경할만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가정에 모시고 가서 한 번씩 ‘차라도 한 잔 자시고 가십시오’ 라고 하는 일이 없다. 그렇게 하면 복잡하고 일이 많고 귀찮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청하는 일이 수십 년 전부터 뚝 끊어졌다.
내가 그전에 서울에 다래헌이라고, 봉은사 다래헌이라고 하는 전각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법정스님이 계셨다.
법정스님은 해인사에 계실 때 저하고 앞 뒤 방을 썼다. 참 좁은 방이고 그것을 터서 한 사람이 두 칸을 써야되는데 그때 사중의 사정이 그렇게 못 되어서 중간에 칸막이를 해서 앞에 한 사람, 뒤에 한 사람이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 두 사람이 살았다.
앞에는 법정스님이 혼자 살고 뒤에는 두 사람이 살고, 그때만하더라도 학인 때니까 보통 방 한 칸에 혼자도 살고 둘도 살고 셋도 살고 그런 처지였다.
그것도 아무 학인이나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화엄반쯤 돼야 방 한 칸 그것도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차지한다.
내가 해인사 강원에 5회 졸업생이고 법정스님은 2회 졸업생이다. 그러니까 대선배다.
그런 인연도 있고 해서 옛날에 우리가 법정스님을 친견하러 봉은사 다래헌에 가게 되었다.
가서 인사하고 차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모두 해인사에서부터 잘 알던 관계이고 친숙한 관계라 ‘오늘 신도님 집에서 공양청이 있다’고 같이 가겠느냐고 법정스님이 물었다.
‘아 이게 웬 떡이냐’고 스님을 청했다면 우리가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로소이다, 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실로 원하는 바입니다’ 그 때 그런 말을 쓰는 것이 있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로소이다 ‘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실로 원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 때 돈연하고 나하고 또 전각을 하는 무용하고, 모두 거사가 되고 나혼자만 남아있는데, 무용거사, 돈연거사 지금은 거사들이지만, 나하고 세 사람이 법정스님을 따라갔다. 따라갔더니 아주 정갈한 집에 아파트인데 법정스님을 모셔서 점심 한 끼를 잘 얻어먹고 온 일이 있었다.
그 신도는 ‘법정스님이 여기에 다녀갔다’ 고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아니겠는가? 아마 지금도 그 아파트를 팔지 않고 그냥 살 것이다. 사람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 진정 가치가 있는가?’ 그 가치관에 따라서 그런 것을 소중한 것이라고 여긴다.
여기에 제석천 궁전이, 물론 궁전이 외형적으로 보기에도 훌륭하고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이렇게 ‘가섭 여래가 다녀간 곳이고 구나모니 여래가 다녀간 곳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분이 다녀가셨다’ 그래서 이렇게 자랑자랑 늘어놓고 지금까지 이렇게 수천 년 수만 년 수십 만 년을 기록해서 자랑을 하고 있다. 자랑할만하다. 이런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겠는가?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안목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가라구타여금산(迦羅鳩䭾如金山)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가라구타(迦羅鳩馱)께서는 금산과 같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가라구타라고 하는 부처님께서는 금산, 금으로 된 산에 햇빛이 비치면 그 빛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그와 같이 빛나는 분이라는 뜻이다.
비사부불무삼구(毘舍浮佛無三垢)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비사부불(毘舍浮佛)께서는 세 가지 때가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세 가지 때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탐진치 삼독이다. 삼독의 때가 없다. 물론 부처님이 삼독의 때가 있을 리 없지만 특징을 이렇게 표현하다 보니 이런 표현까지 있게 된다.
비사부불(毘舍浮佛)께서는 세 가지 때가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삼독만 없어도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다고 했다. 그것이 제일이다. 삼독이 없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겠는가? 탐진치 삼독이 없는 것을 부처님도 이렇게 자랑거리로 특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삼독은 우리들의 영원한 숙제다. 탐진치 삼독을 잘 조정하고 적당하게 그것을 관리하고, 가능하면 드러내고 밖으로 표현만 안 해도, 속에는 좀 있다손치더라도 밖으로 표현만 안 해도 상당한 인격이다. 상당한 수준의 인격자라고 할 수가 있다.
시기여래이분별(尸棄如來離分別)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종래입차전(彼佛從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시기(尸棄)여래께서는 분별을 여의셨으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시기 여래께서는 분별이 없다. 차별심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평등한 입장으로만 보는 것이다. 그래야지 밖으로 드러난 차별하는 것 이런 것을 낱낱이 차별하고 분별하고 따지고 저울질한다면 답이 없다. 끝이 없다.
그저 내면에 누구나 똑같이 평등한 면, 심불급중생시삼무차별(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이라고 하지 않는가.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
우리에게도 차별없는 면이 분명히 있다. 여기에
시기(尸棄)여래께서는 분별을 여의셨으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비바시불여만월(毘婆尸佛如滿月)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비바시불(毘婆尸佛)께서는 보름달과 같으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그런 분이 다녀갔다, 보름달과 같이. 비바시불은 참 얼굴이 잘생겼는가 보다. 부처님은 다 32상 80종호를 갖추었는데 그중에서도 비바시부처님은 보름달처럼 훤하게 밝은 모양이다.
우리가 사람들도 얼굴이 환하게 잘 생기고 하면 ‘아유 보름달 같다’고 ‘달덩이 같다’고 칭찬하지 않는가.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불사명달제일의(弗沙明達第一義)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불사(弗沙)여래께서는 제일의(第一義)를 통달하셨으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불사(弗沙)여래라고 하시는 분은 제일의(第一義)를 통달하셨다. 제일가는 진리, 제일가는 이치 그것을 통달하셨다.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제사여래변무애(提舍如來辯無碍)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증래입차전(彼佛曾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제사(提舍) 여래께서는 변재가 걸림이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모든 부처님이 다 설법을 잘하시고 변재가 뛰어나다. 그러나 제사 여래는 특별히 또 그 중에서도 변재가 뛰어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파두마불정무구(波頭摩佛淨無垢)하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종래입차전(彼佛從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파두마불(波頭摩佛)께서는 청정하여 때가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부처님을 찬탄하는 말이 얼마나 단순한가?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 한마디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에 부처님의 모습이 선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파두마불(波頭摩佛)께서는 청정하여 때가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연등여래대광명(然燈如來大光明)이시니 제길상중최무상(諸吉祥中最無上)이라
피불종래입차전(彼佛從來入此殿)이실새 시고차처최길상(是故此處最吉祥)이니이다
연등(燃燈) 여래께서는 큰 광명이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연등(燃燈) 여래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과거생에 수기를 받은 부처님이다.
연등 여래가 석가모니 부처님께 수기를 주셔서 그 인연으로 우리 시대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부처의 역할을 한다. 금강경에도 나오고 여러 경전에 나온다.
연등(燃燈) 여래께서는 큰 광명이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으사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이렇게 해서 열 분의 게송이 다 끝났다. 열 분 부처님에 대한 게송이지만 제석천왕이 궁전의 존귀함을, 길상함을 ‘어떤 훌륭한 분이 이곳에 다녀가셨는가’ 하는 그 사실을 가지고 자랑을 한다.
기둥이 뭘로 됐다, 대리석으로 됐다, 황금으로 칠해졌다, 무슨 뭘로 됐다, 어떤 목수가 지었다, 이런 것이 아니고, ‘누가 다녀갔는가, 그래서 그분이 다녀간 발자국 발자국 마다 너무 소중하고 길상하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8. 시방의 제석천왕들도 모두 이와 같다
여차세계중도리천왕(如此世界中忉利天王)이 이여래신력고(以如來神力故)로 게찬십불소유공덕(偈讚十佛所有功德)하야 시방세계제석천왕(十方世界諸釋天王)도 실역여시(悉亦如是)하야 찬불공덕(讚佛功德)하니라
이 세계 가운데 도리천왕이 여래의 신력으로써 열 부처님의 공덕을 게송으로 찬탄하는 것과 같이 시방세계의 모든 제석천왕들도 다 또한 이와 같이 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습니다.
시방세계에도 똑같이 되었다는 말을 앞에서도 했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칭찬하는 것과 같이 시방세계의 모든 제석천왕들도 똑같이 찬탄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卽一切 一切卽一)과 일중일체 일체즉일(一中一切 一切卽一)’ 이라고 내가 해석해 놓았다.
하나 가운데 일체가 있고, 일체 가운데 하나다. 또 하나가 곧 일체고 일체가 곧 하나다. 이런 도리, 모든 존재가 이미 그렇게 하나 가운데 일체고 일체가 곧 하나다. 하나가 곧 일체고 일체가 곧 하나다, 이런 관계들을 갖고 있다.
이렇게 부처님이 다녀가신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는 이치까지도 표현하고 있다.
9. 궁전이 홀연히 넓어지다
이시(爾時)에 세존(世尊)이 입묘승전(入妙勝殿)하사 결가부좌(結跏趺坐)하시니 차전(此殿)이 홀연광박관용(忽然廣博寬容)하야 여기천중(如其天衆)의 제소주처(諸所住處)라 시방세계(十方世界)도 실역여시(悉亦如是)하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묘승전에 들어가시어 가부좌(跏趺坐)를 맺고 앉으시니, 이 궁전이 홀연히 넓어져서 그 하늘 대중들이 모두 머무는 곳과 같았으며, 시방세계에서도 다 또한 이와 같았습니다.
부처님이 딱 앉아계시고, 제석천왕이 찬탄을 하는 사이에 그 하늘 궁전까지도 쓰윽 넓어졌다. 다른 세계의 궁전들도 묘승전같이 그와 같이 넓어졌다. 그런 표현을 하면서 수미산정에 올라간 사연들, 수미산정에 올라가서 궁전에 앉으셔서, 앞으로 거기에서 십주법문을 설할 것인데, 사전 정지 작업을 이렇게 아주 근사하게 하고 있다.
오늘 화엄경 공부는 이 한 품, 승수미산정품 수미산 정상에 부처님이 올라가시는 과정과 거기에서 천왕이 ‘아 이 궁전이 보통 궁전이 아닙니다’ 하고 찬탄하는 내용이다.
이것으로써 화엄경 공부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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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신 분들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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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무량서원학(法門無量誓願學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무상서원성(佛道無上誓願成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성불하십시다.
첫댓글 _()()()_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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