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0.水. 지난 나흘 동안 서쪽에 붙어있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지
05월10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벨라거사입니다.
법당 안 왼편에서 과일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법당 문 앞에 ‘오늘 영산재靈山齋가 있습니다.’ 하는 팻말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 영산재 상차림을 보았습니다. 커다란 교자상 위에 가장 왼쪽의 참외부터 시작을 해서 가장 오른쪽의 배까지 10종류 과일이 다섯 단 쌓기로 참 보기 좋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뒷줄은 품이 넓은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찰밥과 여러 가지 음식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양갱이나 초콜릿 등이 괴어진 채로 한 줄이 더 있었습니다. 영산재라면 49재 가운데 하나로 사람이 죽은 지 49일 만에 영혼을 천도薦度하는 의식입니다. 영산재靈山齋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상징화한 의식절차입니다. 영산회상을 열어 영혼을 발심시키고, 그에 귀의하게 함으로써 극락왕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49재 중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재로 보통 우리가 막재라고 말하는 재인데 규모가 크면 영산재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앞줄에 진설된 과일 중에는 내가 이름을 모르는 과일이 세 가지나 있었습니다. 하나는 까맣게 윤이 나고 끝부분이 갸름하게 생긴 거죽이 오돌토돌한 과일이고, 또 하나는 샛노란 것이 작은 호박만한 게 둥글둥글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윤이 나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진초록에 검붉은 색이 서로 간섭하듯 섞여있어서 모양과 색깔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과일인데 그것을 보자마자 손오공이 훔쳐 먹었다는 천도복숭아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빛 찬란한 보살님의 체취體臭처럼 샤샤샤~ 풍겨오는 달콤하고 진한 과일 향 때문에 쳐다보게 된 영산재 상차림이지만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런 규모로 영산재를 지내려면 과연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문득 최소한 300백만 원은 넘을 듯하고 500백만 원이나 혹시 그 이상?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모가 훨씬 작은 시골절의 다른 49재의 예로 보아서 그 이상 쪽에서도 아마 상당히 높은 쪽에 비용이 마련되어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사람이란 ‘태어날 때도 빈손으로 오고,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간다’는 말은 전혀 잘못된 말입니다. 구태여 불교식으로 말한다면 태어날 때도 업業을 가지고 태어나고 죽을 때도 업業을 가지고 죽어 다음 내생來生을 또 예정하고 새로이 기약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비싼 비용을 후손이 부담해가면서 영산재靈山齋를 지내고 천도재薦度齋를 지내야하는 명분이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재력이 있으면 살아있는 자신의 사후를 위해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도 지내려고 합니다. 현생의 재력財力이 개개인의 업장에 이렇게 지대한 관여를 하고 있는데 빈손으로 오고 빈손으로 간다.는 말은 옳은 말일지는 몰라도 바른 말은 아니라는 판단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최희준 님의 노래 하숙생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노래 하숙생의 한 대목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라는 가사가 잘못됐다기보다는 그 빈손에는 늙음과 죽음의 원인인 태어남이 있고, 그 태어남은 업의 결과인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인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일정하게 고정되고 유일한 나란 없는 것인데 그러한 내가 있다고 착각을 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무명無明으로부터 업業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업에 이끌려 다니면서 생노병사를 반복하는 것이 바로 윤회전생輪廻轉生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인 불교의 삼법인三法印 사상 중 일체무아一切無我에 해당하는 무아론 사상無我論思想입니다. 그래서 무아론 사상은 불교의 윤회전생과 업설業說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사상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의 대답은 ‘업을 따라 왔다가 업을 따라 가는 것’이 되겠습니다. 무명을 밝히고 생노병사의 이치를 확연하게 일아 깨달음을 얻는다면 업을 짓는 근본원인이 해소되기 때문에 윤회전생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스스로 적정열반寂靜涅槃을 누릴 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영산재도 천도재도 생전예수재도 지낼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산재나 천도재나 생전예수재는 업장소멸을 위한 절차이자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다소 어려워져버렸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재미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달콤하고 진한 과일 향은 참외로부터 발산되는 것이었습니다. 참외의 진노랑색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역시 노랑은 매혹, 유혹, 정열, 발산의 의미가 있다 보니 지나치면 색정이나 퇴폐의 의미까지 묻어나는 색깔입니다. 서양에서도 yellow가 앞에 붙으면 선정적인, 색정적인 이라는 뜻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참외 이외에도 향기가 유독이도 진한 과일들이 있습니다. 붉은 딸기가 그렇고, 노란 바나나가 그렇고, 도화색 복숭아가 그렇고, 검은 포도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붉게 물든 사과향의 강렬함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언젠가 크고 잘 생긴 사과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집 현관에 놓아둔 적이 있었는데 집에 들어설 때마다 시원하고도 상큼한 향기가 감도는 바람에 사과향기에 감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경동시장 과일 전에 갔다가 잘 생긴 사과만 골라 새가 부리로 한두 번씩 찍어놓은 물건이라 상품가치로는 좀 떨어지지만 그냥 먹기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고급품이니 조금은 싸게 드릴 터이니 가져가시라는 권고를 받고는 사과 알이 하도 좋아 보여 사왔던 것입니다. 어차피 선물로 보낼 것이 아니라면 하는 마음에 충동구매를 한 턱이 되겠지만 잘생긴 몸피와 강렬한 향기가 그 뒤로 그 만한 사과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원래 오늘은 하안거 입재일이라 실은 천장사 하안거 입재에 참석을 하여 기도도 하고 일요법회 도반님들도 보고 싶었으나 오후 시간이 약속되어있어서 천장사행은 포기하고 봉은사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법왕루法王樓에서는 주지스님을 모시고 법회가 진행되고 있어서 나는 다소나마 한적한 대웅전으로 들어와 잠시 입정入定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머리는 입정 중인데 코로는 과일향이 드나들고 귀로는 대웅전 안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법문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법왕루의 법문이 나에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법문과 마찬가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하심下心과 상相, 업장소멸業障消滅과 기도祈禱, 정진精進이었습니다. 하심과 상, 물론 여기에서는 아상我相을 말하고 있을 터이고, 거기에다 업장소멸은 법문을 하기에 참 좋은 소재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용어가 법문 안에서 너무 많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면 은근한 강제력과 강압적인 느낌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신앙생활에서 차지하는 기도, 정진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무조건 개인의 기도, 정진으로 회향시키는 것보다는 앞으로는 사회적 봉사나 사회적 활동을 통한 적극적인 신행생활을 강조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습니다. 어떤 스님이라도 가사를 수하고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 다음에는 법상에 올라 법사스님이 되어 법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문에 앞서서 법문을 위한 준비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투자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법상위에 오른 법사스님이 평소 실력으로만 법문을 하신다면 늘 하심과 상, 업장소멸과 지옥, 극락, 인연과 기도, 정진을 제외하고는 따로 법문을 위한 신선한 소재거리가 없을 것입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앤소니 홉킨스나 ‘대부’의 알 파치노 같은 배우들도 새로운 영화대본을 받으면 그 대본을 만 번씩 연습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지만 중생을 선도하고 제도해야하는 법사스님이 늘 평소 실력으로만 법문을 한다면 대중 인기배우의 정열과 책임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법문이 끝나고 고지사항을 몇 가지 전하겠다고 말씀 하신 뒤에 올해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수익금이 작년보다 조금 늘어났다면서 모두 고생하셨다는 치하를 하고나서는 허허~ 웃으셨습니다. 이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도님들의 보시금으로 부처님 오신 날 수익금이 전해보다 더 늘어났다면 가슴아파하면서 더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껴야할 것 같은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어떠한 진정성眞情性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수도 서울의 불교 대표 얼굴인 강남 봉은사에서 한국 조계종 불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랬습니다.
아침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에 황사미세먼지가 씻겨 내리면서 미세먼지 농도 지수도 40이하로 닷새 만에 떨어졌습니다. 그것만으로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지만 앞으로도 우리는 미세먼지가 높아지면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어 쓸고 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서쪽에 붙어있는 중화나라를 생각했습니다. 저 몸집 큰 중화나라를 상대로 소신 있는 쓴 소리와 능란한 외교를 펼칠 줄 알고, 미국을 상대로 나라의 자존을 세워주고, 북한을 포용하여 민족의 남북통일을 시킬만한 대통령감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사방을 돌아보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라 이번에는 미세먼지 대신 짙고 옅은 구름이 하늘과 산을 가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