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탁구교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공정(公正)을 야기한 최근의 사건 때문이다.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공평하고 올바름. 정당함'이다.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다.
공정(公正)과 정의(正義)가 흔들리면 분노사회가 온다.
주민센터 탁구교실의 등록 경쟁이 치열하다.
희망자는 많은데 수강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3개월에 한 번 신규 등록할 때마다 난리다.
저녁반이다 보니 직장인도 많다.
그런데 온라인이 아닌 직접 수강 등록을 해야 하니 직장인들은 불만이 있다.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뒷 말 없는 공정한 접수를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들의 생각과 업무의 편의성을 위함이라 짐작된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이 있고 대리접수의 문제도 있어서 대면 등록이 원칙이다.
등록일도 하루뿐이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빨리 마감된다.
탁구도 그렇다.
9시에 주민센터를 여는 데 조금 일찍 도착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다. 같이 운동하는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얼굴이 안 보이는 회원에게는 실시간으로 문자도 날린다.
빨리 와서 등록하라고.. 현재까지 몇 명이 와있으니 등록인원까지 몇 명 안 남았다고..
문자를 보내는 적극적인 회원은 원준 씨다.
접수가 시작되었다. 탁구교실 접수는 첫 번째(?) 같다.
여유롭게 접수를 끝내고 등록대기하는 회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접수 잘하시라고.
저녁에 원준 씨의 전화가 왔다.
"누나, 접수할 때 이 OO 씨 봤어요?"
"아뇨.. 못 본 것 같은데.. 다른 회원들은 봤는데.. 그분은 못 봤어요. 왜요?"
"접수대장을 보니까 이 OO 씨가 1번으로 접수되어 있어서요. 다른 분들도 못 봤다고 하는데.."
"그래요? 분명 내가 1번으로 접수했고 그분은 못 봤는데.. 먼저 접수하고 갈 수도 없었고..
번호표 순서대로 접수했다면.. 그분을 못 봤을 리 없는데.. 이상하네요."
탁구교실에 난리가 났다.
원준 씨가 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이 탁구교실 접수대장을 봤는데 이 OO 씨가 1번이었고 내가 2번이었다고 했다.
접수자(이 OO)가 현장에 없었는데 등록이 된 것은 대리접수밖에는 없다.
대리접수는 불가한데.. 어째 이런 일이.. (와이프가 와서 접수를 했나?)
공정하지 않다.
원준 씨 같은 직장인은 출근을 조금 늦추고 접수하고 가는 현실인데..
이건 아니지 않은가?
회원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회원 중에는 개인일로 조금 늦게 왔더니 등록이 끝났더라는 분도 있었다.
같이 운동하던 좋은 분들이 많이 빠졌다.
"그건 아니죠. 누구는 출근 시간도 늦추고 등록하러 왔는데... 대리접수라니요?
이건 공정한 게 아니죠. 주민센터에 항의를 해야겠어요. 대리접수를 할 수 있냐고요?
그러면 누구나 대리접수하죠?"
"맞아요. 그건 아니죠.. 나는 병원 간다고 등록도 못했는데.."
"인접한 주민센터의 탁구교실도 접수는 철저히 원칙을 지키는데.. 대리접수 불가해요.
접수시간까지 번호표 받고 대기하고 있다가 불러줘야 접수시켜요,
주민등록증 무조건 대조하고요. 우리 주민센터는 왜 이런 원칙이 없는 걸까요?
논란을 일으킨 것은 주민센터예요. 항의할까요?"
원준 씨가 흥분한 이유는 또 있었다,
탁구를 잘 치는 회원들이 등록을 못한 것이다.
운동도 분위기인데... 잘하는 회원들이 있어야 배울 것도 있고 실력도 느는데..
그 기회가 없어지니 아쉬운 것이다. 그것이 공정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으니 더 그랬던 것이고.
대리접수를 한 것으로 의심(?) 받는 회원이 운동을 왔다.
그런데도 몇몇 회원이 대리접수 얘기를 계속해서 했다. 그것도 큰 소리로. (그가 들으라는 듯이)
그만 좀 하면 좋았으련만.. 분노의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분명 그분도 들었을 것이다. 그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솔직히 시인을 하든 변명을 하든 했으면 싶었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
오래 같이 운동을 한 분인데.. 그냥 인정을 하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건 이후 그분이 2주 가까이 운동을 나오지 않았다.
궁금했다. 운동을 안 나오려나?
드디어 어제 운동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큰 소리로 인사를 했는데도 댓 구가 없다. 평소에는 인사를 잘 받아주던 사람인데..
뭐지? 이건?
다른 회원들에게는 인사도 하고 탁구를 같이 친다.
기분이 영~ 찝찝하다. 내 인사를 못 들은 건가? 못 들은 척하는 건가?
운동하는 내내 기분이 별로다.
운동을 마치고 친한 언니와 같이 나오는 길에 이 기분을 물어봤다.
"이 OO 씨가 나한테 삐진 것 같아요. 인사도 안 받아주고..
등록할 때 제가 얼굴 못 본 것 같다고 해서 삐진 것 같아요. 원준 씨도 모르는 척하고..
원준 씨 전화 왔길래 등록일에 이 OO 씨 얼굴 못 본 것 같다고 한 것뿐인데.."
"뭐 그러겠어요? 그냥 잊어버리고 재밌게 운동해요."
그 말에 위로를 받고 잊어버리자 했지만... 영~~ 찝찝하다.
다음에 이 OO 씨 만나면 직접 물어보고 오해를 풀까 생각도 해본다.
공정(公正)과 정의(正義)가 흔들리면 분노사회가 온다.
이런 분노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작고 사소한 것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사회적인 문제, 불공정에 분노를 한다.
공정과 정의를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보거나 바보가 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나부터 공정해야 남에게도 공정하라 당당할 수 있다.
나는 괜찮고 상대에게만 공정을 강요하는 것은 내로남불일 뿐이다.
공정과 정의가 흔들려서 분노하는 사회를 만들지 말자.
너와 나의 작은 실천으로부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함께 만들어가요~~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