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는 이스라엘에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요(신명기 34:10)
신대원 1학년 때 학교 아래에서 자취하던 학우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함께 갔던 친구들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학우의 집 책상에 커다란 뭔가가 있었는데,
그게 컴퓨터였습니다. 전원을 넣으니 흑백 화면에 이상한 글자들이 나왔고, 그 학우가 플로피
디스크란 것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몇 번 손을 놀리자, 글을 적어 넣을 수 있는 ‘보석글’이라는
워드 프로그램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친구는 우리에게 한껏 자랑했습니다. 손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다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데, 워드 프로그램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로운 수정이
가능했습니다. 신기한 세상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모두 컴퓨터라는 그 괴물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 후 컴퓨터를 사용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컴퓨터에 어둡습니다. 마치 자동차
운전은 하면서도, 고장이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같습니다. 컴퓨터가 이상 증세를 보이면
속수무책입니다. 그래서 컴맹은 아닌 것 같으면서도 컴퓨터를 실제로는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기거나 바이러스라도 침투하면 그때부터 컴퓨터는 제게 고철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잘 모르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자료가 많아서
저장 용량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동식 하드 디스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쓰지 않는 하드 디스크가 있어서 케이스만 사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만 원을 주고 케이스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케이스에 하드 디스크를 넣으려고 하니
맞지 않았습니다. 연결하는 케이블이 전혀 달랐습니다. 나중에서야 하드 디스크도 연결 방식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코드가
맞느니, 안 맞느니’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코드가 맞다’는 말은 케이블이 맞는다, 연결 방식이
맞는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이게 맞아야 연결되고, 연결되어야 기계가 작동합니다.
접속 케이블이나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은 기계만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접속이
원활해지려면 연결 코드가 맞아야 합니다. 딱 들어 맞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우리 사이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케이블이 하나님께 딱 맞습니까? 끼우면 정확히 들어갑니까?
하나님께 접속된 사람
본문은 모세의 죽음 이후 그의 생애를 평가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중에 눈길을 끄는 구절은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요’라는 말씀입니다. 모세는 하나님과 마주 보고 있었고,
하나님께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억지로 맞추어 전원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불량품이
아니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과 대면한 사람, 하나님께 밀접하게 연결되어 하나님의 엄청난
능력과 에너지를 공급받던 인물입니다.
젊은 목사였을 때와 나이 들어가는 요즘을 비교하면 다른 점이 많이 있습니다. 전에는 왕성하게
사역하는 목회자가 부러웠습니다. 설교 잘하는 분이 부러웠습니다. 널리 알려진 명성을 가진
분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교회가 빠르게 부흥하는 것을 부러워했습니다. 소위 목회에 성공했다는
이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하나님과의 접속 상태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하나님과 제가 연결 코드가 맞는지,
하나님께 정확히 연결되어 있는지, 아니면 억지로 끼워 넣어 어느 때는 전원이 들어온 전구처럼
빛을 내고, 어느 때는 불이 꺼진 전구가 된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요즘은 깊이 기도하는 분이 부럽습니다. 유창한 언변은 없어도 응답받는 기도를 드리는 분이
부럽습니다. 달변은 아니어도 가슴을 울리고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자가 부럽습니다. 교회를 크게
부흥시키지는 못해도 성도들이 존경하는 목회자가 부럽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평생 삶의 색깔이
변함없는 진실한 목회자가 부럽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은 하나님께 정확히 접속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세도 하나님과의 접속이 끊어질 위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스가산 꼭대기에서 부름을
받는 순간까지 하나님과 함께했습니다. 우리의 비스가산이 어디쯤일까요? 그때까지 끊어지지
않고 하나님께 접속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맡겨진 사명을 완수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2022년이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올 한 해를 하나님께 제대로 접속하고 살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코드를 다시 확인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영락교회 성도 모두가 하나님께 늘 접속되길 원합니다.
- 김운성 위임목사님, 영락교회 발간 월간 ‘만남’ 22년 1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