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의 특권에서 자본주의의 마약으로
- 커피가 심신에 미치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과 때문에 커피 산지 이외에서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갔고, 이를 수입해서 소비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곧 고가의 기호식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종 황제가 최초로 커피를 마신 사람이란 설이 있을 정도로, 커피가 도입된 초기에는 황실이나 양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이는 이슬람으로부터 유럽에 커피가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왕족이나 귀족들의 사치품이었다.
- 커피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넓어지자 커피는 상업 작물이 되었고, 공급이 점점 늘어나면서 커피 가격은 급락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을 위해 인스탄트 가루 커피가 지급되면서부터 가루 커피 시장이 커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식품이 됐다. 전쟁이 끝난 후, 공장화된 생산 시스템에서 커피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혀주는 값싼 약물이었다. 하지만 커피의 효과에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이 아데노신 대신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나타난 작용들을 실제로 신체의 피로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지연시켜 줄 뿐이다.
-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가 우리 몸속에서 굳이 우리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다. 피로감은 신체가 다시 회복되도록 충분히 휴식이 필요하다고 몸이 알려주는 신호다. 일시적으로는 커피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숙면과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건강한 식단이다.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카페인의 각성 효과도 약해져서 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원래 불면증이 있다거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커피의 각성 작용이 수면의 질을 더 나쁘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OneBook/OneDay]
20201016[KOGAS 사보 10월호「한국가스공사 」]page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