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 20,10-13; 요한 10,31-42
+ 찬미 예수님
요한복음 5장에서 10장까지,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의 축제의 의미를 하나하나 바꾸어 가십니다. 우선 5장에서는 벳자타 못에서 38년간 앓고 있던 사람을 고쳐주심으로써 안식일의 참된 의미를 밝히시는데요, 이는 지난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우리가 미사 때에 들은 복음입니다. 하느님께서 안식일에도 생명을 주는 일을 하고 계시기에,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오히려 안식일을 준수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다음으로 6장에서는 과월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시는데, 미사 때 이 말씀은 봉독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바로 다음 주, 성목요일과 성금요일의 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오신 참된 빵이라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7장과 8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초막절에 유대인들과 대립하시는데요, 이 말씀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어제 미사 때까지 봉독 되었습니다. 초막절의 중요한 상징은 물과 불이었는데, 예수님께서는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로 와서 마셔라.”(요한 7,37) 또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초막절의 의미가 당신에게서 완성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요한복음 10장은 봉헌절(하누카) 축제 때 일어난 일입니다. 어제 복음이 ‘유다인들이 돌을 들어 예수님께 던지려 하는 것’으로 끝나고, 오늘 복음도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어제 복음과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예수님께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계시다는 점에서 이어지고는 있지만, 배경은 각각 초막절과 봉헌절에 일어난, 서로 다른 사건입니다.
봉헌절은 이방인의 지배 아래에서 여러 해 동안 더럽혀진 성전을, 기원전 164년 마카베오 형제들이 탈환하여 정화하고 다시 하느님께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나”라고 말씀하시는데, ‘거룩하게 하시어’(헤기아센, ἡγίασεν)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성전을 축성할 때 사용된 말을 번역한 것입니다. 즉, 인간들은 성전을 거룩하게 하느님께 봉헌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거룩하게 하시어 세상에 보내셨다는 의미입니다.
“당신은 사람이면서 하느님으로 자처하고 있소.”라는 유다인들의 말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라는 유다인들의 해석 기법을 사용하여 반박을 하시는데요,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구약성경이 신이라고 불렀다면, ‘사람이 되신 <말씀>’에게 하느님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십니다.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들었다 해서 예수님을 죽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로마 제국의 허락 없이 함부로 자기들끼리 사형에 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돌을 던지지는 않지만, 로마 당국에 고발하려는 마음을 먹고, 결국은 죽입니다.
1독서에서 예레미야는 군중들의 수군대는 소리를 듣습니다. “저기 마고르 미싸빕이 지나간다!” ‘마고르 미싸빕’은 ‘사방에서 공포가’라는 뜻인데요, 이대로 가면 바빌론에게 멸망한다면서 예레미야가 했던 말이, 아예 예레미야의 별명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죽음의 위협을 받고 계신 예수님의 심정이 1독서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모두 제가 쓰러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곧 제자들에게 배반 받고 버림받으셨습니다.
예레미야는 이어서 말합니다.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보게 해 주소서.”
구약의 예언자들은 복수를 하느님께 맡겨 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맡겨드렸기에,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그것을 내다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예수님과 구약의 예언자들과의 차이는, 예수님께서는 반대자들이 또 다른 복수를 하지 못하도록 더 큰 복수를 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복수는 ‘용서하시는 것’입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몰라서 저러는 것입니다.”
제임스 티소,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들다 (1886-18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