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공공자원… 지자체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물은 모든 생명체의 생존, 인류의 발전, 환경 보전 등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형적, 지리적, 기후적 특성 등에 따라 가용한 수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적으로도 분포하는 양이 달라 시기별,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산업화, 인구 증가로 인한 물 수요가 증가하고, 기후변화로 지구상의 강수량과 패턴이 변화하여 극한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수자원의 변동성이 가속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산업 발전 등 공업용수 수요가 늘어나고, 지난해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는 등 물 이용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물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물을 이용하는 권리로서 수리권의 법적 근거와 범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관할 지역에 설치된 다목적댐에 저수된 댐 용수에 대한 권리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댐이 건설되기 전에 하천관리청의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이른바 기득수리권을 갖고 있는데, 기득수리권을 일종의 배타적 권리인 재산권으로 인식하면서 계속해서 보유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자기 지역의 물을 이용하는 지역수리권이라는 개념을 주장하면서 댐 용수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천수 등 수자원은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 아니라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하여 국가가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공공자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헌법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가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국가의 자원관리 권한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에 시행된 물관리기본법에서는 물은 공공의 자원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토록 물관리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공공자원으로서 물은 국가가 정교한 법체계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이용은 물론 그 환경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세대 간 환경정의 실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물에 대한 개인이나 단체의 과도한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수리권은 특정인이나 단체에게 부여한 배타적인 재산권이 아니라 국가가 일정 기간 제한된 물량을 사용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널리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만약 누군가가 물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갖고 특정 지역에서 이기적으로 물을 이용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물 관리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지역 간의 첨예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과 국민들도 소외되지 않고 균등한 물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는 수자원을 유역 차원의 접근 방식으로 통합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한편, 댐 주변 지역에서는 댐 건설로 인한 마을의 수몰과 인구 감소, 개발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인한 지역 발전 저해 등의 피해를 호소한다. 국가는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지역사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국가는 댐 주변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지원 사업을 확대하거나 댐의 효용을 증진하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가는 자치단체가 댐이나 하천수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는 댐과 하천에 대한 혁신적인 관리를 통하여 그 이익을 자치단체와 주민에게 환원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수자원 관리는 헌법에 따른 국가의 자원 관리에 해당하는 문제로 국가는 모든 국민이 수자원을 균형 있게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혁신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물의 공평성과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합리적인 물 이용과 배분 원칙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수리권은 원시적인 선점(先占), 기득권, 관행, 관습과 같은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기준에서 벗어나서 기후변화 시대의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법과 제도에 따라 개편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공평한 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 세대에도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