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내리사랑 치사랑- 김정숙 교수 엮음. 흐름사
25년 1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에 『내리사랑 치사랑』 김정숙 교수가 엮은 책이 대문 앞에 놓여 있었다. 등기로 온 모양이다. 들고 들어와 보니 414쪽 원고인데 손에 들자마자 100쪽까지 읽었다. 이 중에서 김정숙. 그녀의 ‘빨간 맹꽁이 운동화, 검은 몽블랑 만년필’이 가장 감명 깊었다. 그녀는 방과 부엌만 있고, 부엌문이 바로 대문이었던 집에 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 집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던 그녀의 어린 시절이 친근감으로 다가왔다. 내가 6학년 때 학반에서 모은 불우이웃 돕기 성미를 박일영 선생님이 우리 집에 가져와서 부엌문이 대문이던 우리 집 부엌문에 올려두던 기억이 뚜렷하다. 당시 이윤복이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이며 정부에서 옥수수빵을 나눠줄 때를 회상하는 모습 또한, 동시대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살아왔구나 싶어 더 친근감을 느꼈다. 학교 대표로 뽑혀 미국에 옥수수 빵을 나눠주어 고맙다고 감사 편지를 썼던 기억도 난다. 그 외에 나는 선생님들께 물질적 사랑은 별로 받아보지 못했지만, 김정숙 교수는 선생님들에게 물질적 사랑도 많이 받았다. 특히나 ‘빨간 맹꽁이 운동화’ 도 개별로 받았으니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소녀였다. 그녀가 부럽다. 한말숙의 <하얀 도정> 마지막 장에서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한 사람. 진정한 사랑을 안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다며. 예수는 얼마나 한 사람을 깊이 사랑했기에 모든 인류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는 말이 인상 깊다.
또 따른 인상 깊었던 장면은 1994년 첫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남을우 선생님이 사모님과 오셨을 때 회상이었다. 호텔에 모신 뒤 다음 날 새벽에 집에 모셔서 그릇도 별로 없고 서툰 음식 솜씨지만 온 힘을 기울여 아침상을 준비했을 때 선생님이 식사하면서 “내가 굳이 네가 이렇게 차리는 것을 말리지 않은 것은 앞으로 네 밥상을 이렇게 차려 먹기를 바라서야. 매일 나를 대접하는 것같이 차리고, 규칙적으로 식사하거라.” 그러시면서 포장해 오신 전기밥솥을 내놓으셨다. 장면이 내 모습이랑 겹쳐 보였다.
베풀고 받는 위치는 바뀌었지만 얼마 전, 제자 윤준원이가 변호사가 되어 장가가겠다며 대구에 내려와 우리 부부를 식당에 초대했을 때 이야기가 생각났다. 밥을 얻어먹기 전에, 축시를 쓴 크리스탈 패를 전해주며, 제33회 전국 공예대전 대동령상 대상 수상작인 잉꼬부부 밥공기 유기 세트와 수저 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부부가 특별한 날, 이 그릇에 밥을 담아먹으며 서로에게 ‘고마워요 사랑해요.’하는 말을 되새기며 살라고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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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우리 가톨릭문인회 총회 날 준원이가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는 날이라서 참석하지 못했다. 총회 때 김정숙 사무국장이 만든 총회 안내서 한 장에는 그녀의 꼼꼼한 챙김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감동해서 그 이야기도 가톨릭 문인회 홈페이지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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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조금만 거들어주면 ‘상상 이상의 힘’을 창출하는 것이 사제관계인지도 모른다는 신념을 가지고 산다. 그녀가 경애스러워 초월적 신뢰를 보낸다고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손전화기 알림음에 <제비꽃> 노래만 흘러나왔다, 마치 그녀 이야기 같아 손전화기를 오래도록 켜두고 그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적어보았다.
<제비꽃>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