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다지 성과 없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고라에 글을 쓸 당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떤 기회가 된다면 미국과 집단서방이 벌이는 사악한 행위들에 대해서 세상에 낱낱히 까 발려 버릴 것이다." 그런데 팬데믹이 오고 나서 알게 된 몇몇 미디어들.. 유튜브들.. 혹은 페이스북 글들을 보니 나보다 훨씬 정교하고 더 세련되게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미국과 집단서방의 만행에 대해서 까발리고 있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진실된 정보를 보아도 그것을 퍼뜨리는 사람은 너무나 드물어서 퍼지지도 않고요. 또 진실된 정보를 본다고 해도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목수일을 하면서 세 명의 잡부를 목수로 만들었습니다. 잡부들에게 목수일을 배워서 해 볼 것을 제의하면 대부분 반응이 "목수? 그거 별거 아냐.. 안 할래.."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 왜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목수일을 마다하느냐.. 그리고 현장 내에서도 잡부보다는 목수가 더 대우를 받는데.. 더군다나 임금은 잡부 일당이 10만원이라면 목수 일당은 15만원이 넘어가는데.. 이런 식으로 목수일을 배울 것을 설득시킵니다.
이것도 아무에게나 제의할 수는 없고 그나마 보기에 똘방해야 권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대화 자체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밥 먹었니? 뭐 먹었는데? 노래방에 갔었다고? 그래서 여자랑 뭘 했는데? 이런 걸 대화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습니까?
암튼 이렇게 해서 세 명을 목수로 만들었는데 그 중 맨 마지막에 목수일을 배웠던 아이가 저보다는 서너살 어렸었어요. 어느 날.. 오전에 일 시작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났는데 그 아이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야단치는 목소리였어요. 가 보았습니다. 제가 본래 성향이 싸우는 거 싫어하고, 큰소리 나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물론 경쟁 같은 것도 아주 싫어합니다.
목수 일을 배운 아이를 K라고 하겠습니다. 가서 보니 이제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K가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화를 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K가 하는 말.. "아니 반생이 매는 걸 30분동안 가르쳤는데도 못하는 거에요.." 이러더군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그런 너는? 내가 너에게 외반생이 매는 거 가르치는데 만도 열흘도 더 걸린 거 같은데? 하다하다 나중에는 쉬는 시간에 결속선 가지고서 연습까지 하지 않았어?"
이 말을 하자 그제서야 얼마 전 자신의 모습이 떠 올랐는지 제게 그러더군요. "그러고 보니 형은 어떻게 한번도 짜증을 안 내고 계속 반복적으로 저를 가르쳤죠? 지금 생각하니 정말 이상하네요." 이러더군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네가 빨리 배우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네게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면? 니가 더 빨이 배울 수 있었을까? 그런 거라면 나도 화를 내고 짜증도 부렸겠지.. 그런데 아마도 내가 네게 짜증을 부리고 화를 냈었다면 니가 빨리 배우기는 고사하고 목수일 하지 않고 그냥 잡부하겠다고 하면서 고집부리지 않았을까? 그럴 것같아서 그나마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좀 더 논리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던 거지.."
그 말을 듣고서야 K의 고성은 멈추었고 화도 누그러들었습니다.
어제 낮에 조카가 제게 그러더군요. 삼촌은 날이면 날마다 세계가 돌아가는 동향과 백신의 위험성등을 계속해서 포스팅해서 올리는데 사람들 반응도 별로 없고 그런데도 지치지도 않고 올리고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머 다른 수가 없잖아요. 세계 동향은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고, 백신은 사람의 생명에 관계된 일인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알아듣던.. 알아듣지 못하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만 하는데 알아듣는 사람은 없고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만 할까요? 아마도 이 작업은 내가 죽고 나서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
다른 수가 없잖아요? 그냥 하는 거죠.. 머 인간이라는 것이 꼭 무엇이 생기고 이익이 되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바보처럼.. 얼간이처럼.. 멍청이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사는 겁니다. 왜냐하면 정신이 번쩍 들게 할만한 일이 세상엔 없잖습니까? 오늘도 누군가는 죽어갈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태어나고.. 그러면서 하늘의 별은 돌고, 바다의 파도는 높이 칠 것이며, 산들바람은 불어오고.. 뭐 그렇습니다.
내가 그다지 성과 없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마도 팔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업은 내가 죽고 나서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이어질 겁니다. 흠...써 놓고 보니 조금은 시니컬하군요.
시니컬 cynical ① (남의 동기의 진지함을) 의심하는 ② 기성 가치를 의심하는 ③ 인정하지 않는 ④ 성질이 비뚤어진
※ 요즘 페이스북에는 매춘을 빙자한 만남... 이 아니고 만남을 빙자한 매춘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하시는 솔로 남자분들은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