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외 2편
조동화
우주의 주인께는 여러 가지 저울이 있다
큰 산 작은 산들을 달아 앉히던 저울
물들을 통으로 달아 강과 바다 채우던 저울
바람을 무게 달아 산과 들에 풀어놓고
슬픔과 재앙들의 무게를 달아 보며
악인의 거짓까지도 무게로 달던 저울
그러나 그것들보다 더 놀라운 저울 있다
시대마다 왕을 달아 함량이 무족하면*
나라도 억조창생도 가차 없이 회수하던
* '테겔'이라 함은 양팔저울에 당신이 저울질 되는데 부족함이 발견된다는 뜻이요.(단5:25)
야생나귀 길들이기
굼뜨고 고집도 센 내 안의 야생나귀
한 마리 순한 양으로 길들인 분 있었네
등허리 안장을 얹고 재갈까지 물리시며
밤새 캄캄한 숲 겁 없이 헤매다가
자욱이 먼지 이는 사막도 내달리다
미친 듯 울부짖으며 잠들지 못하던 짐승
그냥 어쩌다가 던져진 게 아니라며
세상에 온 목적 조근조근 일러줘도
좀처럼 눈뜨지 못하던 청맹과니 아둔한 혼
홀연히 그 흑암 속 뻗어온 빛 있었네
새로운 탄생으로 한 생명 다시 빚어
영원의 옷자락으로 두르신 분 있었네
현묘玄妙
벌아, 길고 가는 네 혀가 아니라면
꽃 속의 작은 샘을 무슨 수로 긷겠느냐
한 방울 다만 한 방울인들 어찌 모으겠느냐
또한 앙증맞은 네 뒷다리 아니더라면
온갖 고운 가루 무슨 수로 쓸어 모으랴
뉘라서 쌀알만큼인들 덩이 지어 오랴, 벌아
- 조동화 신앙 시조집 『야생나귀 길들이기』2026. 우리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