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리를 보다
하노이, 하롱베이, 호찌민
첫사랑처럼 달곰쌉쌀한 인도차이나 (2) - 베트남
1 하노이 - 베트남의 수도. 지난 2010년 ‘천도 1,000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도시이다.
2 하롱베이 - 베트남 북동쪽에 위치한 만(灣). 오랜 침식작용을 거친 석회암 기둥과 비취색의 바다가 절경을 이룬다.
3 닌빈 - 하노이 남쪽에 자리한 고대 베트남 유적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땀꼭은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린다.
4 호찌민 - 베트남 남부의 경제·교통 중심지.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될 때까지 남부 베트남의 수도였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에 가늘고 긴 S자 모양으로 뻗어 있다. 북쪽으로는 중국과, 서쪽으로는 ‘쯩’ 산맥을 경계로 라오스, 캄보디아와 붙어 있다. 이탈리아가 굽이 높은 부츠 모양이라면, 베트남은 목을 길게 빼고 하품하는 아기 공룡 모양이다.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는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가 있고, 다리 쪽에는 베트남에서 제일 큰 도시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일까? 파월 장병을 보낸 베트콩(베트남 공산주의)의 나라, 경제 개방 후 사업 파트너가 된 나라, 한국의 시골 청년들이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는 사돈의 나라. 이런 굴곡진 얼굴 뒤에는 하롱베이, 닌빈 등 천상의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하롱베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 왕족 소녀 까미유를 양녀로 받아들인 프랑스인 엘리안느가 연적이 된 까미유에게 말한다.
“첫사랑을 하면 아무것도 막을 수 없는 거란다.”
천상의 하롱베이가 첫사랑처럼 다가오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까미유가 첫사랑을 만나러 간 것처럼 우리도 늦기 전에 베트남을 만나러 가 보자.
‘하니’처럼 달리는 오토바이의 천국,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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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천국인 하노이 시내에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제공: 리베르스쿨> |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남부와 북부의 기후 차이가 큰 편이다.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에는 5~10월에 우기가, 11~4월에 건기가 찾아온다. 수도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는 아열대 기후에 속하고 뚜렷하지는 않지만 사계절이 있다. 여름은 5월에서 9월까지고 겨울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12~2월은 쌀쌀한 편이므로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하노이 시내에 들어서면 어마어마한 오토바이의 물결에 놀라게 된다. 하노이는 동남아시아에서 오토바이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자동차보다 오토바이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신세대 베트남 아가씨들도 저마다 오토바이를 몰며 거리를 누빈다. 오토바이를 탄 베트남 아가씨가 물건을 팔기 위해 다가오는 경우도 흔하다. 하노이 거리에서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차려입은 베트남 아가씨를 쉽게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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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 <제공: 리베르스쿨> 2 베트남 유교 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하노이 문묘. <제공: 리베르스쿨> |
하노이 구시가지에서 약 2km 떨어진 바딘 광장에는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건국의 아버지’ 호찌민이 잠들어 있다. 묘역 주변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한때 호찌민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침대 한편에 놓고 읽으며 공무원들에게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이 [목민심서]를 애독하였을 수는 있겠지만 12만여 점이나 되는 그의 유품에는 [목민심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찌민 묘소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면 하노이 문묘가 나타난다. 1076년 개교한 베트남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인데, 우리나라의 성균관에 해당한다. 입구에는 과거 시험 합격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문묘는 리 왕조 때 국교를 불교에서 유교로 전환하면서 세워졌다. 중국 유교 문화가 베트남에 깊게 영향력을 미쳤음을 엿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보여 주는 베트남의 상징, 아오자이
베트남 여성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전통 의상 아오자이. <출처: (CC) Daderot @ wikimedia commons>
베트남은 과거 전쟁을 치른 적국과도 과감히 손을 잡을 정도로 실리를 추구하는 나라다. 이런 베트남의 실리 정신을 보여 주는 상징물이 바로 아오자이라는 전통 의상이다. 베트남어로 ‘아오’는 ‘옷’, ‘자이’는 ‘길다’를 의미한다. 어깨부터 발까지 내려오는 아오자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를 연상케 한다. 아오자이는 1930년대에 유행하던 유럽 패션에 베트남의 전통미를 새롭게 접목시켜 만든 옷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보여 준다.” 혹은 “입었으되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오자이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는 옷이다. 인간은 상상 속에서 더욱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 상상을 배제한 아름다움은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몸매가 강조되는 아오자이가 자본주의의 선정적인 퇴폐성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착용을 금지하였다. 하지만 1986년 도이 머이(쇄신)라는 개방·개혁 정책을 시행하면서 1989년부터는 아오자이 미인 대회까지 열기 시작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아기 공룡, 베트남
메콩 삼각주의 농사꾼이 벼를 말리기 위해 길가에 벼를 깔고 있다. <출처: (CC) dalbera @ wikimedia commons>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걸쳐 있는 메콩 강 하류의 삼각주는 강어귀에서 상류 방향으로 300km 지점까지 펼쳐져 있다. 이 삼각주는 과거에 바다였다고 한다. 삼각주는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쓸어 가는 흙과 모래보다 하천이 실어 오는 흙과 모래가 더 많을 때 형성된다. 특히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작으면 흙과 모래가 덜 쓸려 나가 더 많은 퇴적층을 만들게 된다.
메콩 강의 삼각주는 해마다 넓어지고 있는데, 그 넓이가 남한의 절반 정도나 된다. 이 삼각주 한가운데에서 벗어나려면 자동차로 서너 시간은 달려야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만 해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메콩 강 하류에 있는 호찌민에서 쌀을 세계 각지로 수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