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끈적 달라붙는 더위가 사라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간다. 갈수록 초록이 진하고 골짜기가 깊다. 처서에도 소름돋는 진한 초록 숲이다. 부채 하나 없이도 더위 나기 충분하다. 새물길이 휘어지는 계곡을 돌아간다. 희한하게 길이 더 선명히 이어져 간다. 숲길과 물길 계곡길이 두루 지나간다. 산기슭에 평범한 둔덕이 자리 잡는다. 두메 속 정자 하나가 워낙 깊고 외지다. 숲속 나무와 풀빛의 빚깔이 짙어진다. 계곡 따라간 물줄기가 열매를 만든다. 숲이 상하로 울울창창 하늘을 가린다. 비밀 숲에 풀빛 가을이 쏟아져 내린다. 물이 뿜어내는 기운에 소름이 돋는다. 계곡으로 몇 발짝만 옮겨도 시원하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더위가 날아간다. 바람 부는 날에도 그길 따라 가고 싶다. 꼭꼭 숨어지내던 욕망이 고개를 든다. 들물마저 세상 번뇌에 물들지 않는다. 숲에 해드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진다. 이쪽 저쪽 건너다 보니 입술이 파랗다. 마음까지 가득찬 시원함을 간직한다. 폭염이 꺾인 늦여름에 추억을 만든다. 구천동 계곡이 시인 화가를 배출한다. /2019.8.24 욕망의 수렁에서 벗어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