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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산악회 산행계획 A 코스인 용봉산, 덕숭산 연계 산행인 '용봉초등학교 입구 → 매표소 → 미륵불 → 투석봉 → 용봉산 정상 → 가루실고개(좌틀) → 수덕고개 → 덕숭산 정상 → 수덕사 → 수덕사 주차장'의 12.5km, 6시간 코스를 달릴 예정이나, 상황에 따라 덕숭산만 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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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龍鳳山]
높이: 381m
위치: 충남 홍성군 홍북면
홍성에 위치한 용봉산은 높이는 낮지만 주변 전경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수석처 같다. 미륵불이 있는 미륵암을 지나 능선에 오르면 5형제 바위, 공룡 바위, 칼바위 등 즐비한 기암들이 조화를 이루고 바위 군을 지나 20여 분 내려가면 마애석불이 있는 용봉사가 있다. 가을철 단풍도 볼만하다.
용봉산은 바위산 답게 기암괴석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빚어 여느 명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홍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이 용봉산을 내세울 만큼 이 고장 사람들은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산이다.
용봉산은 산세가 수려해 등산길로도 그만이다. 용봉초등학교 뒷편을 따라올라 상하리 미륵불을 구경하고 크고 작은 봉우리를 휘휘 돌아 정상에 오른 뒤 용봉사 쪽으로 내려오면 두 시간쯤 걸리는데 산 아래 펼쳐지는 경관이 일품이다.
인기 명산 100 [38위]
수덕사를 품고 있는 용봉산은 산세는 수려하지만 산이 낮아 산행지라기보다 나들이 코스 같아 특정 계절에 치우치지 않고 사계절 두루 인기 있는 산이다. - 한국의 산하
덕숭산[德崇山]
높이: 495m
위치: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은 호서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리는 예쁘장하고 아담한 산으로 기슭에 수덕사를 품고 있으며 예산읍에서 서쪽으로 20㎞, 덕산면 사천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방 현인들이 모여 수양을 하다 산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하여 수덕산이라고도 한다.
1973년 3월 6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495m의 덕숭산은 기암괴석이 풍부하여 바위들이 사람의 두개골이나 노적가리, 사나운 짐승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을 지닌 절묘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절경으로는 원효봉과 석문봉, 덕숭산과 해태 바위 등이 있다. 또한 수덕사를 비롯하여 정혜사, 만공탑, 여승당, 보덕사 등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충의사와 덕산온천 등 명소가 있다.
수덕산은 수덕사 등 사찰산행과 온천산행을 겸할 수 있지만 등산코스로는 가족 나들이 코스 정도로 짧아 다소 아쉽다.
수덕사
덕숭산자락에 위치한 수덕사는 국보 49호인 대웅전을 비롯 각종 문화재를 잘 간직한 고찰로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인하고 있다.
창건에 대한 뚜렷한 기록이 없어 창건 설화가 분분하나, 사기(寺記)에는 백제말에 숭제법사(崇濟法師)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하며 제30대 무왕 때 혜현(惠現)이 "법화경"을 강론하였고 제31대 공민왕 때 나옹(懶翁)이 중수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 말에 경허(鏡虛)가 이곳에 머물면서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켰고 1898년에 경허의 제자 만공(萬空)이 중창한 뒤 이 절에 머물면서 많은 후학들을 배출했다. 현재 우리나라 4대 총림의 하나인 덕숭총림(德崇叢林)이 있으며 많은 수도승들이 정진하고 있다.
산내 암자로는 견성암(見性庵)을 비롯하여 금선대(金仙臺), 환희대(歡喜臺) 등이 있으며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전(국보 제49호)을 중심으로 명부전, 백련당, 청련당, 조인정사, 일주문, 범종각 등이 있다.
문화재로는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삼층석탑, 대웅전 내부의 고려벽화를 비롯하여 정헤사로 가는 중에 만공이 건립한 25척의 석불로서 머리에 이중의 갓을 쓰고 있는 미륵불입상(彌勒佛立像)과 만공을 추도하기 위해 세운 만공탑(萬空塔) 등이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지역 주민들이 소금강이라고 할 만큼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경관이 수려하고, 도립공원으로 지정(1973년)되어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선정되었다
백제 제29대 법왕 원년(599년) 지명 법사가 창건한 수덕사(修德寺), 보물 제355호인 마애불과 덕산온천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건강상의 이유로 2012년 산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거의 3년 넘게 매주 서울 근교 산만 다녀, 슬슬 지겨워질 즈음 우연한 기회에 지리산을 다녀왔다. 이후 산행 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국토의 70% 이상이 산인 대한민국에서는 아무 기준 없이 산에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매주 국립공원만 갈 수도 없고. 해서 여기저기 참고할 만한 사이트를 찾아다니다가 '한국의 산하'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고, 그 사이트 선정 '인기명산 100'을 기준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인기 명산을 다니다 보니, 왜 명산인지 이해가 안 되는 산이 많아 실망해서 다른 선정 기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준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같은 사이트에서 높이별로 산을 줄 세운 걸 발견했다. 그걸 보고 번뜩 든 생각이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산에 오르자!’였다. 이후 '천고지산행'이라 명명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많은 산이 오지에 있어, 대중교통으로는 당일에 다녀올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 해결책을 찾다가 발견한 게 안내산악회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안내산악회가 등산객에게 인기 있는 산을 다니는 건 당연한데, 그 첫째가 한국의 산하, 산림청, 까만 소 등이 선정한 100 산으로 안내산악회 산행의 90% 이상이다. 둘째가 한반도의 척추라 불리는 백두대간 종주로 등산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꿔보는 꿈이라 많은 주는 5팀 이상이 출발하기도 한다. 다행인 건 천고지산의 특성상 인기 산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백두대간 상에 있는 산이 많아, 서로 목적은 다르나 같이 오른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안내산악회에 매주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산을 포함한 산행 계획이 있는 건 아니라, 산행 목표인 천고지에 100 산, 백두대간을 더했다. 천고지가 없으면, 100 산, 그것도 없으면, 백두대간 종주! 이 기준이라면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당분간은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매주 산에 갈 수 있다.
최우선 목표인 천고지 당일 산행은 안내산악회의 계획에 좌우되는데, 165개 산중 19개가 남은 현재 수도권 10개 안내산악회를 다 해도 한 달에 한 번 계획이 있을까 말까 하다. 물론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수 있는 산 몇 개도 준비해 두고 있으나, 이렇게 진행하다가는 다른 목표인 100 산, 백두대간 종주 등 벌려놓은 건 많으나, 막상 어느 하나도 달성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목표 중 하나라도 달성하기 위해 4개의 산만 오르면 되는 ‘100 산’을 먼저 하기로 했다. 물론 천고지산행이 없는 주에! 해서 먼저 남은 네 산과 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비교해 산행 일정을 잡았다. 안내 산악회 산행이 출발 최소 성원을 채우지 못해 취소되는 등의 돌발 변수만 없으면, 5월 14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충남 서대산을 다녀오는 거로 한국의 산하 ‘인기명산 100’ 목표를 달성한다.
먼저 이번 주는 목표한 산의 안내산악회 계획에 맞춰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 충남 홍성의 용봉산과 덕숭산에 다녀올 예정으로 2월 1일 산악회에 신청했다. 신청 당시만 해도 산행계획을 공지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신청자가 10여 명에 불과해 성원을 채우지 못할까 은근히 걱정했으나, 꾸준히 신청자가 늘기 시작해 산행 일주일 전에는 거의 만원에 가까웠다. 그런데, 기상청에서는 산행 당일인 3월 13일 일요일 전국적인 비를 예보하고 있었다. 특히 충청 이북은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해 오후까지 내린다는 예보라, 산행 취소자가 속출하더니, 목요일에는 남은 신청자가 성원 마지노선인 14명까지 줄었다. 내가 알기로 여기서 한 명이 더 취소해 13명이 되면, 산악회에서 산행 자체를 취소하거나 연기한다.
나 또한 우중 산행을 즐기는 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취소자가 더 생겨 산행 자체가 취소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있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연기하다가는 결국 목표 달성이 그만큼 늦어지는지라, 더 없기를 바랐다. 다만, 취소에 대비해 Plan B로 지난주에 화령재에서 끝난 백두대간 다음 구간인 화령재에서 지기재까지의 토요 산행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강행하게 되면, 용봉산, 덕숭산 지역은 12시 이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라 비가 오기 전에 맨몸으로 덕숭산만 올랐다가 하산해서 수덕사 주차장 먹거리 골목 식당에서 비를 감상하며 하산주 겸 점심 먹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용봉산이야 지난 2018년 6월 다녀왔던 산이라,
이번 산행의 주목적은 덕숭산인데, 굳이 연계 산행을 강행해 비가 오지 않는 시간에 이미 다녀온 용봉산을, 비가 내리는 시간에 덕숭산에 오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바보스럽다. 산행 일이 가까워질수록 정확한 일기예보가 공표되는 만큼 토요일 예보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당연히 덕숭산만 오른다면, 점심은 빼고 우산과 간식만 준비하면 된다!
산행 이틀 전 금요일 확인한 일요일 산악날씨에 의하면 비는 오후가 아니라 새벽 4부터 내리기 시작해 산행 종료 한 시간 전에 그친다는 예보다. 이에 따라 취소자가 늘어 마지노선인 14명이 깨지기도 했으나, 그럼 다시 신청자가 생기기를 반복하다가, 최종 14명으로 산행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산행 출발 24시간 전부터는 환급이 되지 않아 취소해 봐야 의미가 없다. 사실 우중 산행이 싫어 14명의 마지노선이 깨져 산행이 취소되기를 바랐으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어쨌든 조건이 달라졌으니, 산행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데, 덕숭산만 오른다면 환종주 4km에 불과해 빠르면 2시간 늦어도 3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어, 그만큼 비에 노출되는 시간도 적다. 용봉산과 연계한다면, 최소 5시간 이상 비에 노출된다. 해서 처음 계획대로 시간은 많이 남지만. 일단은 덕숭산만 오르기로 했다. 비가 내린다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비의 시작과 종료 시간이 빨라지는 건 좋은 징조다.
2 - 1
6시 38분에 양재역에 도착해 버스가 도착할 국립외교원 앞으로 나가봐야 비록 가랑비이기는 하나, 20분 동안 그걸 맞고 있어야 해, 승차장 자리에 앉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 후 6시 50분경 오금행 다음 열차가 도착하는 거에 맞춰 역 구내로 올라갔다. 지하역 구내는 평소보다는 적지만, 비가 내린다는 걸 고려하면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기 위해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12번 출구로 나가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나며 보니, 등산객이라고는 서너 명밖에 없는 게 여기를 거쳐 가는 산악회 일요산행은 망한 분위기다. 정류장을 지나,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자, 역시 잘 나가는 산악회라 이 상황에서도 등산객으로 붐비고, 신불산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애초 6시 50분 양재 출발이나, 아직 등산객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거다.
기다리고 있던 등산객이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6시 55분 신불산행 버스가 예정보다 5분 늦게 출발하고 좀 있다가, 7시발 버스가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역시 산악회도 부익부 빈익빈이라, 도착한 버스가 10여 대가 넘어, 비를 맞으며 용봉산행 버스를 찾기 위해 조금 헤매야 했다. 6시 58분 찾던 버스를 발견해 배낭을 짊어진 그대로 탔다. 환급이 되지 않으니 의미가 없지만, 산행 당일 새벽에 2명이 더 취소해 12명이 동행하는 산행이라, 텅 빌 건 알고 있었으나, 버스를 탈 때는 승객이 인솔 대장 포함 4명에 불과했다. 해서 내 자리를 찾는데 조금 혼란을 겪은 후 자리에 앉아 배낭을 옆자리에 두고 오랜만에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7시경 양재를 출발한 버스는 죽전과 신갈에서 남은 승객을 태우고 용봉산행 들머리로 향했다. 신갈에서 마지막 승객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승객의 수를 세어봤다. 대장 포함 9명이다! 새벽에 2명이 의미 없는 취소를 했고, 거기에 더해 의미 없는 취소 없이, 3명이 더 불참했다. 이게 다 동해안 산불을 끄기 위해 내린 비 덕분이다. 같이 온 일행도 각자 세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책을 보다가 잠이 들어 마이크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대장의 말에 의하면 용봉산까지 유일한 휴게소인 행담도! 보통 새벽에 집을 나선 등산객을 위해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최소 20분의 시간을 주는데, 이번 인솔 대장은 볼일만 보고 오라고 공지해 깜짝 놀랐다. 나야 신선한 공기가 필요할 뿐이나, 다른 등산객은 그렇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만끽하며 주차장을 둘러보니,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차량이 많았다.
말 잘 듣는 소수의 등산객이라, 휴게소에서 채 5분도 쉬지 않고, 버스는 용봉산을 향해 출발했다. 당연히 이번 산행 ‘주의 사항’과 코스에 관해 설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다가오더니, '용봉산에서 덕숭산까지 연계하냐?'고 묻는다. 비가 내려 용봉산에서 덕숭산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진흙탕이라, 기존 버스 운영 계획인 용봉산에 등산객을 내려주고 바로 수덕사 주차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던 걸, 용봉산을 다녀오는 등산객을 태우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거로 바꿀 예정이라며 동의를 구한다. 사실 용봉산을 들머리로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버스 운영 방법을 바꾼 건 고마운 일이나, 나처럼 우중이라 덕숭산만 오를 예정이었던 인간에게는 고민이 되는 제안이다. 용봉산보다 20분가량 늦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에서, 용봉산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덕숭산으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해야 하기에 처음 생각했던 시간 계획이 망가지는 계획이나, 모두가 원한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어 찬성했다.
다른 등산객이 용봉산을 다녀오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멍 때리고 있기보다는 조건이 달라졌으니, 용봉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결국 인증꾼이 좋아하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1일 2산행을 하게 됐다.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차의 움직임이 늦어진 거 같아 창밖을 보니,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애초 미니 스패츠의 목적인 등산화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게 등산화 끈을 조이고, 스패츠를 착용하고 조금 기다리자,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빠른 8시 53분에 용봉산 들머리에 도착했다. 카메라를 목에 매고 우의를 대신해 입고 온 겨울용 바람막이의 지퍼를 채우고 그 안에 넣어 비를 맞지 않게 하고, 우산을 들고 버스에 내렸다. 물론 아무 필요 없는 배낭은 버스에 두고.
2 - 2
2018년 6월만 해도 매표소가 없었는데, 용봉산 입국에 매표소가 있었다. 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요금은 1.000원. 인솔 대장과 함께 하산하며, 그가 들려준 얘기에 의하면, 9명 중 네 명이 무료, 네 명이 입장료를 냈고, 한 명은 애매했다고, 그 애매한 사람이 본인으로 65세가 넘었는데, 만으로는 아직 아니라고. 그리고, 대장이 입장료를 받는 이유를 물어보니, 미안해하면서 산관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산 관리에 돈이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이기는 한데... 산림청과 산림조합은 뭐하지? 한때 국립공원도 입장료를 받다가 반발에 없어졌는데, 해서 과거 지도를 보면 지금은 탐방센터로 부르는 곳이 매표소로 표기되어 있다.
겨울용 등산복에 우의 대신 겨울용 바람막이를 입고 우산을 들고 미륵사까지 이르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고역으로 습도가 높아 미처 100m도 가지 못했는데,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해서 미륵암을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어서는 우산을 접어 가랑비로 땀을 씻으며 올라갔다. 비록 해발 고도 380여 미터에 불과한 산이지만, 힘들기는 해발 1,900여 미터의 지리산 못지않았다. 비구름 속을 뚫고 올라가는 거라 시야는 10여 미터에 불과해 주변의 조망을 감상할 수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올라, 산행 시작 후 15분이 지나, 대피소로 이용하는 정자에 도착했다. 산의 규모로 봐서 지도에 대피소라기보다는 휴식처라 표기하는 좋지 않을까?
정자를 지나, 9시 27분에 해발 358m의 투석봉에 도착해 같이 오른 등산객의 도움으로 인증을 찍고, 바람막이를 벗어 우산과 함께 정상석 옆 바위에 걸쳐 놓고 정상을 향해 갔다. 100여 미터를 가다가 핸드폰을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어둔 게 기억나, 다시 돌아가 폰만 꺼내 들고 봉우리로 향했다. 그리고 9시 35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최소 1시간은 걸릴 거로 생각했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는 우리 일행이 아닌 3명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고 있어, 그들이 다 찍기를 기다린 후 그중 한 명에게 부탁해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는 미련없이 왔던 길을 돌아 하산을 시작했다.
9시 45분 다시 투석봉에 도착해 다시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바람막이를 걸쳐 놓고, 틈에 우산을 꽂아놓은 바위로 가보니 옷도 우산도 없었다. 혹시 내가 바위를 착각했나 하고, 주변을 둘러봤으나 없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다고 옷을 벗어둔 바위를 착각했겠나, 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상에서 인솔 대장이 나보다 조금 일찍 하산했는데, 그가 들고 갔을 확률이 높아, 주저없이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콧노래까지 부르며 내려가는 갑자기 빗줄기기 굵어진다. 낭패다. 우산도 옷도 없는데…. 그나마 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내려가자 조금 아래로 옷을 들고 가는 대장이 보여 그를 불러 우산과 옷을 받아, 옷은 입고 우산을 들고, 그와 산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내려갔다.
10시 2분에 올라갈 때 그냥 지나친 미륵암에 도착해 미륵보살을 사진으로 남기고 어두워 내부가 보이지 않는 약수로 기어들어 가 물 한 모금하고, 보이지는 않지만 약수 떨어지는 소리를 동영상으로 남겼다. 암자 주변의 이런저런 걸 사진으로 남기고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20여 명이 넘어 보이는 한 무리의 등산객이 올라오고 있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안내산악회에서 같이 온 거 같은데, 서울에서 출발했다면, 늦게 도착한 거라 지방의 안내산악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물어보면 궁금을 해소할 수 있으나, 급경사의 포장도로를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에게 말을 붙이기 미안해 도로변에 주차해 있을 산악회 버스를 보고 확인하기로 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10시 15분에 버스가 기다리는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타고 온 한 대만 있고, 출발지가 궁금한 버스는 없었다. 이 산악회는 비가 오든 말든 예정대로 코스를 강행하기로 해 차가 날머리로 이동한 거로 보인다. 사실 그게 맞는 거다!
궁금증은 해소하지 못했지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는 거로 용봉산행은 끝이 났다. 화장실에 들러 볼일 보고 버스에 타서 다른 등산객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인솔 대장이 올라가며, 출발이 늦었던 용봉산만 오르겠다는 두 여성 등산객 산행이 늦어 덕숭산행이 늦어질까 걱정했었는데, 내가 정상에서 하산할 때 도착한 걸로 봐서는 걱정을 끼칠 만한 등산객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모든 등산객이 도착해 10시 27분경 용봉산 입구를 떠나 수덕사주차장으로 출발했다.
애초 산악회 계획과는 달리 비로 코스를 변경한 '용봉초등학교 입구 주차장 → 매표소 → 미륵불 → 투석봉 → 용봉산 정상 → 투석봉 → 미륵불 → 매표소 → 용봉초등학교 입구 주차장'의 4.39km(스마트 워치), 1시간 34분의 환종주 산행이었다.
2 – 3
수덕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버스 내에서 내 바로 뒤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여성 등산객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는데, 한 여성이 지난 피앗재 산행[산행기] 때의 나와 비슷하게 등산 앱에 관해 불평하자, 다른 등산객이 "엄마가 쓸 줄 몰라서 그래!"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친구 사이로 봤는데, 모녀라니! 어쨌든 등산 앱의 이번 업그레이드는 최악이다. 그런데 등산 코스로 보면 용봉산 정상에서 수덕사 주차장까지 5km도 채 안 되는데 도로로는 꽤 멀어 용봉초등학교 주차장을 떠난 지 18분이 지난 10시 45분에 수덕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인솔 대장이 1시간 30분 내지 2시간이면 충분히 왕복할 수 있는 산이고, 문을 연 식당이 많으니 간단히 점심을 먹고 1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다. 10시 45분이니, 산행 2시간을 잡으면 12시 45분! 1시 반 마감이면 점심 먹을 시간은 충분하나, 그래도 혹시나 해서 2시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어쨌든 1시 반을 마감으로 하고 상황을 보자는 게 인솔 대장의 말이었다. 산행 생각이 없는 인솔 대장을 뺀 8명이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비가 오는 와중에도 주차장은 거의 만원이고, 수도가 입구 상가 거리는 차량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어 하산주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만 어떻게 시간을 확보하느냐 문제일 뿐!
어쩌다 보니 초행의 세 사람이 뭉쳤는데, 인솔 대장은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았고, 주차장 주변을 어디를 봐도 이정표가 없어 덕숭산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셋이 우왕좌왕하다가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물어보니, 수덕사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상가 거리를 지나 2분가량 올라가자 거대한 일주문이 나타나고 예상대로 그 앞은 금줄을 치고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4,000원, 그런데, 여기는 경로우대가 65세가 아니라 70세 이상이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혜택을 받았는데, 내 눈에는 도저히 이른이 넘어 보이지 않는데. 참 건강하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수덕사를 향해 가며 나누는 대화는 당연히 경로우대. 수명이 연장된 만큼 경로우대의 연령도 올라가는 게 옳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계단으로 이어진 직선 길과 계단이 없는 우회로가 있었다. 비록 계단 길이나, 직선으로 이어진 길에 온갖 시설이 몰려 있어 나는 그 방향으로 가고 두 사람은 우회로로 돌아갔다. 금강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지나 황하정루 밑을 통과하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신자을 대상으로 강론하는 소리가 들리고, 대웅전 주변 절집의 처마 밑에는 그걸 듣고 있는 신자로 가득했다. 평소라면 대웅전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 멀리서 사진 한 장 남기고 등산로를 찾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지나가던 스님에게 물어 들머리를 찾을 수 있었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왼쪽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은 정확히 등산로가 아니라, 절집을 오가는 사찰 내부의 길이었다. 해서 계곡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미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절집이 나타나기 일쑤였다. 그것도 비구름에 갖혀 있어 갑자기 나타나,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딱 전설의 고향인데! 그 절집은 거의 정상 아래까지 있어, 여기까지 걸어 다니다니 대단한 중들이라고 감탄했을 정도다! 정말 엄청난 수의 절집이다. 해서 사실상의 등산로는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500m인 삼거리에서 시작됐다. 그 삼거리의 두 길도 다 정상으로 향하나, 남은 거리가 직진은 500m, 오른쪽은 740m다. 고로 직진은 마지막 깔딱의 급경사고 오른쪽이 조금이나 편하다는 암시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어디로 오르든 하산은 다른 쪽으로 할 거니, 하산 시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조금이나마 쉬운 길로 내려오기로 하고 직진을 선택해 올랐다.
덕숭산이든 수덕산이든 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깔딱답게 암릉에 철봉을 밖아 밧줄을 연결한 안전시설도 있었다. 그리고 헉헉대고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정상 160m 남은 지점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 주변을 둘러자, 이정표에는 표기하지 않았으나, 삼거리였다. 정상은 오른쪽, 왼쪽은 어딘가로 하산하는 길 같다. 해서 이 글을 쓰며 지도를 확인해보니 등산 앱에는 등산로가 있는 걸로 나온다. 고로 삼거리가 맞다. 그 삼거리에서 정상을 향해 가자 사람의 목소리와 폰에서 나오는 거로 보이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이정표에 있었듯이 정상이 멀지 않았다. 비구름 속을 뚫고 음악 소리에 약간 짜증난 상태로 가자, 저 앞에 이정표와 정상석으로 보이는 게 있었다. 덕숭산 정상으로 그 시각이 11시 37분이다. 10시 37분에 주차장을 출발해 수덕사에서 길을 찾기 위해 약간의 혼란을 겪은 걸 포함해 1시간 만에 올라왔다. 그럼 하산주 1시간을 고려해 12시 30분까지 내려가면 되는데, 시간이 많이 남는다. 남는 시간은 내려가면서 고민하기로 하고 일단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한 쌍의 등산객이 있었는데, 나보다 조금 앞선 일행과 나를 보자, 정상석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여성이 남성을 향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음악을 틀고 왔는데, 사람이 있어 놀랐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내게는 간접 사과로 들려 그래도 산행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 여겨져 짜증났던 게 풀렸다. 정상 주변의 표지나 상징물을 사진으로 남긴 후 같이 도착한 일행과 서로 인증을 찍어준 후 그 등산객은 왔던 길로, 나는 더 먼 길로 하산을 시작했다. 전월사 갈림길에서 절 구경을 하기 위해 그 쪽으로 가자 그 앞에 약수가 있고, 길에는 대나무를 가로질러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해서 약수나 한잔하고 갈까 하고 나무뚜껑을 들어올리고 보니, 파이프에서 졸졸 흐르는 물이 영 힘이 없다. 그리고 나무뚜껑 위에 있던 플라스틱 바가지가 더러워 마시는 걸 포기해야 해서 뚜껑을 원위치하고 다시 수덕사를 향해 내려갔다.
11시 50분 정상 갈림길에 다시 도착해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며 등산 앱의 지도를 계속 주시했다. 지도에 의하면 수덕사에서 올라는 오는 길이 두 개로 우리가 올라왔던 계곡을 따라 난 길과 조금 더 거리가 있는 능선으로 난 길로 당연히 미지의 등산로로 하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발견한 첫 번째 갈림길이 지도의 갈림길과 비슷한 위치라 일단 오른쪽으로 갔다. 그런데 등산로가 아니라 절집을 오가는 내부 길이다. 물론 그 길은 빙 돌아 주도로 다시 합류했다. 등산로가 아니라, 실망했으나, 그래도 생각지도 못한 건물을 구경한 것에 만족하며 왼쪽을 주시하며 내려가다가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갈림길이 나타났다. 돌로 길을 깔고 계단을 만든 지금까지와는 달리 누가 봐도 등산로다. 등산로를 발견한 걸 대단히 기뻐하며 그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머리 위로 이정표가 보인다. 제대로 된 등산로로 왔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절집으로 향하는 포장도로다! 그럼 그렇지 중들이 산 아래와 중턱에 있는 절집을 걸어서 다닐 리가!
등산 앱의 지도에 있는 길이 등산로가 아니라 포장도로였던 거다. 해서 걸음을 돌려 갈림길로 돌아가며 다른 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오른쪽을 주시하며 갔는데 예상대로다. 거의 사람이 다니지 않은 길로 중간에 날이 좋다면 전망대 역할을 했을 거로 보이는 바위도 있고 나름 괜찮은 등산로였는데, 지도에 표시가 없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 길을 따라가자, 다시 돌계단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절집이 있었다. 위치로 봐서는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 등산 시 봤던 갈림길에 이정표에 있던 조사전이라 생각되어 그 계단을 따라 절집으로 올라가다가, 분위기가 이상해 더 가지 않고 한동안 주시하다가 걸음을 돌려 내려왔다. 역시 예상대로 사면석불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절집은 조사전이 아니라 염불원이다. 분위기가 이상해 오르던 걸 멈추고 다시 돌아 내려온 게 탁월한 판단이었다.
다시 주로(主路)에 합류한 시각이 12시 9분으로 목표 시각 12시 30분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아 조금 더 시간을 보내야 해서 '전설의 고향' 분위기를 완벽하게 풍기는 계곡을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하고, 수덕사에 도착해서는 관음보살 입상, 관음전의 관음보살 좌상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물론 오전에는 분위기 때문에 찍지 못한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도 찍었다. 그 외 포대화상, 오층석탑 등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는 건 별 의미는 없으나, 다 사진으로 남긴 후 12시 22분에 일주문을 통과해 수덕사에서 나와 상가 거리에 도착하는 거로 덕숭산행을 마쳤다.
애초 산악회 계획과는 달리 '수덕사 주차장 → 일주문 → 금강문 → 사천왕문 → 황하정루 → 사면석불 → 소림초당 → 만공탑 → 정상 갈림길 → 정상 삼거리 → 정상 → 전월사 → 정상 갈림길 → 정혜사 → 금선대 → 염불원 → 사면석불 → 관음전 → 대웅전 → 황하정루 → 사천왕문 → 금강문 → 일주문 → 상가'의 5.49km(스마트 워치), 휴식 포함 1시간 40분의 환종주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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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에서 나와 상가 거리 시작 지점에서부터 좌우로 늘어선 식당의 메뉴를 유심히 살피며 주차장 방향으로 갔다. 인솔 대장 얘기대로 사찰 아래에 있다는 이유로 주메뉴가 그린필드인 산채비빔밥, 도토리묵, 더덕구이 등이라, 혹시 다른 메뉴가 있나 해서다.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들어갈 생각으로... 그리고 발견한 메뉴가 '우렁 회무침'이다. 해서 목표보다 4분 빠른 12시 26분에 망설임 없이 그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차림표를 보고 있으니, 주인장의 아들로 보이는 친구가 다가와 혼밥으로 가능한 메뉴는 '더덕구이+산채비빔밥'을 포함 그 아래에 있는 거라고 알려줘, 일단 '더덕구이+산채비빔밥'을 주문하고, 내 목적은 '우렁 회무침'이라 메뉴에서 찾아보니, 25,000원이다. 다행히 그 아래 작은 글씨로 '(小) 10,000원'이라는 메뉴가 있어 주저 없이 그것도 주문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놀라서 쳐다본다. 놀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 친구를 바라보며 소주는 뭐가 있냐고 물었다. 이슬이는 당연하고 "린"이라는 소리를 들은 거 같아, "린?"하고 물어보니 충청도 소주로 '이제 우린'이 있다고 해 그걸로 달라고 했다.
더덕구이는 나오기도 전 밑반찬과 산채비빔밥, 우렁 회무침만 보고 질렸다. 묵무침, 메밀전, 생두부의 밑반찬과 비빔밥만으로도 소주 3병을 비울 수 있는데, 이어서 펄펄 끓는 우렁된장찌개와 더덕구이가 나왔다. 하산주를 제대로 마시자는 생각에 주문한 거라 내 밥량인 공기밥 2/3을 훨씬 넘었지만, 먹는 데까지 먹어보자고 자작(自酌)하며 푸짐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음식을 남기는 건 죄라고 배워 일단 '이제 우린' 한 병을 비우고도 남은 우렁과 더덕을 산채비빔밥에 넣어 다시 비비고,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밥과 안주로 배를 채우는 바람에 소주를 남겼다는 게 인생 최고의 오점이지만.
소주든 밥이든 위장에 뭘 넣는 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시계를 보니, 1시 15분이다. 인솔 대장이 공지한 마감 시간까지는 아직 15분이나 남았으나, 더는 먹을 수 없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때 혹시 시간에 쫓겨 정작 여유로운 하산주를 마시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한 가장 한가로운 산행이라 생각했으나, 인솔 대장의 페이스에 말려 정작 내 의도로 진행된 건 없는 산행이 아닐까?! 그걸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알았어야 했는데, 늦었다.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면서 보니 저 앞에 시뻘건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그 방향으로 가는데, 주차장 변두리에 아라비아 숫자 8만 보이는 광고판이 보인다. 해서 충남 8경이 뭐지 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예산 8味'다! 미식가가 놓칠 수 없는 정보라, 기록으로 남기고 화장실에 들린 후 버스에 탔다. 그 시각이 1시 25분경으로 마감 시각보다 5분 빨랐다.
버스에는 이미 대부분의 승객이 타고 있어, 재빨리 자리로 가 슬리퍼로 갈아신고 잠을 청했다. 역시 소수의 말 잘 듣는 산꾼의 조합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마감 1분 전에 모든 승객이 탑승해 버스는 예고보다 1분 빠른 1시 29분에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애초 산악회 계획 4시보다는 2시간 30분 빨리 날머리에서 출발했으나, 용봉산 들머리 도착 시각이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빨랐으니, 실제는 1시간 30분 빠르다. 그렇다고 해도 거리로만 계산하면 애초 계획보다 2km밖에 줄지 않아, 1시간 30분까지 당길 정도는 아니라, 분석해 볼 여지가 있지만, 귀찮아서 그만두고. 어쨌든 가끔 무박 산행이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마감하기도 하지만, 이 시간대의 종료는 기록이다. 수덕사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3시 4분에 (기억상으로는) 초면인 오산 휴게소에 도착했다. 대장 지시대로 정말 볼일만 보고 버스로 돌아가는데, 상주 참외라고 진열해 놓고 파는 노점이 있어, 한 상자 사서 어떻게 들고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가격을 물었다. 한 상자에 "6"만 원! 그 말을 듣고 이 사람들 정신이 있나, 얼굴 한번 처다보고 바로 버스로 갔다. 6개 들이니, 개당 만 원이다!
오산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신갈과 죽전에 승객을 내려주고 3시 38분에 아침 아니, 새벽 7시에 떠난 양재역 12번 출구에서 200m 떨어진 국립외교원 앞으로 돌아왔다. 인솔 대장과 기사에게 인사 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해 5시 조금 전에 도착해,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잠이 들었다. 배가 터질 거 같이 불러 취기가 나중에 몰려와 정작 자야 할 버스 안이 아니라 집에 도착해 잠이 든 거 같다. 어쨌든 모든 걸 해소하고 잠이 드는 거로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99위'이자 산림청 선정 100 명산인 덕숭산행을 마감했다.
10m도 되지 않는 시야의 산행이라 조망이랄 게 없었으나, 비구름 속 산행은 그 자체로 주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예상하고 계획했던 야유회 산행보다 더 좋은 결과라 대단히 만족한다. 최소 달에 한 번은 이런 식의 힐링 산행을 즐기는 게 사는 낙이 아닐까?!
서울에서 멀지 않으니, 야유회를 겸해 한 번 정도 권할 만한 산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