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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꼬투리
정지선 글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3년 12월 15일
정지선 동시집 『동시 꼬투리』추천글
동시집 『동시 꼬투리』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돋보기 같습니다. 짧은 바지에 추위까지 형한테 물려받은 어린이는 친구와 방방을 타며 꿀꿀한 기분을 하이파이브로 힘차게 날려 보냅니다. 아무리 물을 줘도 아래로 흘려버리는 콩나물처럼 엄마의 잔소리 샤워를 사방에 흘러버려도 그 힘으로 쑥쑥 자라고, 동시를 쓸 때 콩 꼬투리가 톡톡 입을 열 듯 술술 잘 써지면 좋을 텐데 지우개 똥만 수북하게 쌓입니다.
『동시 꼬투리』는 손이 시리거나 밥이 뜨거울 때 상처가 났을 때 ‘호~’ 불어주는 엄마의 마술처럼 어린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스르르 풀어냅니다. 한여름에 생각이 많은 매미가 초록나무에 매달려 왜왜왜 울어대고, 먼지는 부끄럼 많은 아이처럼 책상 속이나 침대 아래 조용한 곳에 찾아들고, 흰둥이가 하늘나라에 갈 때는 눈물이 펑펑 배웅하고 흰 눈이 펑펑 마중을 나옵니다. 뒤똥뒤똥 걷는 아기가 넘어지면 얼른 손잡아 주는 그림자처럼『동시 꼬투리』도 항상 어린이 곁에서 손 꼭 잡고 씩씩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박예분 (아동문학가, 전북동시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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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맑은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하얀 눈 같은 동시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전)한국동시문학회 회장)
1. 글을 시작하며
동시집 『동시 꼬투리』는 정지선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첫 동시집은 첫눈처럼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첫 동시집을 출간하기 위해 작품 한 편 한 편을 고르고 다듬으면서 가슴 설렜을 시인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읽었습니다. 정지선 시인은 공립유치원에서 30여 년간 아이들과 함께 지낸 선생님입니다. 현재는 유치원 원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지선 시인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 꿈이 이루어져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커서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 꿈도 <소년문학>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여 이루었습니다. 작가가 되어 6명의 동시인들과 함께 동시집「참 달콤한 고 녀석」을 출간했고 그림책 토리 바우도 출간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인형극단에서 자신이 쓴 동화를 각색하여 공연도 하고 지역 스토리랩 공모에서 동화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과 작가의 꿈을 이루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위해 즐겁게 글을 쓰는 정지선 시인은 참으로 행복한 시인입니다.
6인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에서 동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정지선 시인은 “동시는 나에게 밤새 내린 하얀 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창문을 열었을 때 하얀 눈은 세상을 깨끗하게, 신비하게, 고요하게 덮어주고 사람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인은 세상을 깨끗하게 덮어주고 사람들을 깨끗한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하얀 눈 같은 동시를 씁니다. 그래서 정지선 시인의 동시는 우리들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고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하얀 눈 같은 동시입니다.
2.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
정지선 시인은 아이들과 30여 년을 함께한 선생님이기에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 아이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잘 읽어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시인도 아이의 마음이 다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모든 동시가 아이들의 마음과 시선과 눈높이로 쓰여졌습니다. 일찍이 나는 정지선 시인의 동시를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동시‘라고 평했습니다. 지금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그의 동시의 중심은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행복할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공부에 시달리고 어른들의 잔소리에 시달립니다. 때로는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에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형한테 물려받았다
털모자
털장갑
조금 작다
털잠바
털바지
조금 짧다
추위도 조금 물려받았다
「겨울」전문
아이는 형한테 털모자와 털장갑을 물려받았습니다. 털잠바와 털바지도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추위를 막아주어야 할 것들이 조금 작거나 짧습니다. 그래서 몸이 춥습니다. 몸이 추우니 마음도 춥습니다. 형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아이들이라고 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추운 겨울도 있고 먹구름 낀 불안한 꿀꿀한 날도 있습니다 (「꿀꿀한 날」). 그러나 정지선 시인은 추운 겨울에 작은 털장갑을 끼고 짧은 털잠바를 입고도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씩씩하고 당당하게 자라는 모습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동시를 썼습니다.
나는 막 뛰려고 무릎을 굽히는데
너는 이미 바닥을 차고 날아오르더라
내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때
너는 이제 바닥에 닿는 순간이고
그렇게 몇 번이나 서로 어긋났지만
그래도 끝내 우린 해냈지
하늘과 땅의 중간지점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아주 힘차게
하이파이브!
「방방을 타며」전문
몇 번이고 어긋나다가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드디어 해냈을 때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신이 날까요.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얼마나 가슴이 벅찰까요.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해낸 아이들의 씩씩한 기상을 힘차게 표현한 동시입니다. 아이들은 추운 마음도 꿀꿀한 마음도 금세 잊어버리고 밝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게 바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찬물 샤워
뿌려도 뿌려도 흘려버리지만
콩나물은 그 힘으로
쑥쑥 자란다
엄마의 잔소리 샤워
들어도 들어도 흘려버리지만
우리는 그 힘으로
쑥쑥 자란다
「그렇게 자란다」전문
콩나물시루에 찬물을 뿌리면 흘러나갑니다. 그러나 그 찬물의 힘으로 콩나물은 쑥쑥 자랍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잔소리를 합니다. 공부해라 컴퓨터 게임 그만해라, 끊임없이 잔소리를 합니다. 엄마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콩나물이 그러하듯 그 잔소리로 쑥쑥 자랍니다. 엄마의 잔소리가 사실은 사랑의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콩 까는 할머니 옆에서
동시 숙제를 한다
콩 꼬투리는 톡톡,
입을 여는데
동시 꼬투리는
입을 꽉 다문다
할머니 앞에는
콩깍지가 수북하고
내 앞에는
지우개 똥만 수북하다
「동시 꼬투리」 전문
할머니는 콩꼬투리를 잘도 깝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동시가 써지지 않습니다. 할머니 앞에는 콩을 깐 콩깍지가 수북합니다. 그런데 동시를 쓰는 내 앞에는 다시 쓰고 지운 지우개똥만 수북합니다. 동시를 쓰는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한 동시입니다.
3. 자연 속에서 동심 발견
아이들을 사랑하면 세상 모든 것이 아이들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옥수수만 보아도 이빨을 드러내며 환히 웃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보이지요. 정지선 시인 또한 그러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왜왜왜」 라는 동시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초록 나무에
매미 물음표 빽빽하다
왜 왜 왜 왜 왜에~
왜 왜 왜 왜 왜에~
뜨거운 여름 내내
생각 많은 매미는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질문을 한다
「왜왜왜」전문
매미가 ‘왜왜왜’ 라고 운다고 표현한 것은 정지선 시인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로운 발견이고 새로운 발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매미가 ‘왜왱 왜앵’ 우는 소리가 아이들이 ‘왜왜왜’ 하고 질문하는 모습하고 똑 닮았습니다. 시인은 매미가 왜왱 우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은 아이를 떠올리며 이 동시를 썼을 것입니다.
빈 방,
문 뒤
숨바꼭질 좋아한다
개구쟁이 아이처럼
책상 속,
침대 아래
조용한 곳 찾아든다
부끄럼 많은 아이처럼
「먼지」 전문
먼지는 하찮은 존재입니다. 아니, 쓸어내고 닦아내야 할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런 하찮고 쓸모없는 먼지에서 시인은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먼지에서 숨바꼭질 좋아하는 개구쟁이 아이, 조용한 곳 좋아하는 부끄럼 많은 아이를 찾아냈습니다.
시인은 먼지뿐만 아닙니다. 숲에서 나무들과 식물들이 어울려 사는 것을 보며 다문화 친구들을 떠올리고 (「숲」), 신호등을 보며 호흡을 맞추어 넘는 줄넘기 팀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신호등」). 그리고 바람이 운동장에서 낙엽을 몰고 다니는 것을 보고 체육시간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체육 시간에」). 이처럼 정지선 시인은 일상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 현상에서 아이들을 발견하고 동심을 찾아냅니다.
4. 따스한 엄마 사랑과 다정한 친구의 우정
정지선 시인의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포근해지고 다정다감해집니다. 그의 동시에는 엄마 사랑과 친구 간의 우정의 따스함과 정다움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우정으로 충만한 그의 동시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줍니다. 그리고 정다운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손이 시릴 때
호~
밥이 뜨거울 때
호~
상처가 났을 때
호~
엄마가 불어주는
수리수리 마수리
호~
「엄마의 마술」전문
엄마는 마술사입니다. 속임수를 쓰는 마술이 아닙니다. 신통한 마술입니다. 손이 시릴 때 호 입김을 불어주면 손이 따스해집니다. 상처가 났을 때 호 불어주면 아픈 상처가 신기하게 낫습니다. 뜨거운 밥도 호 불어주면 먹기 적당히 식습니다. 마음도 호 불어주면 편안해집니다. 엄마는 마술로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때로는 포근하게 어루만져줍니다. 그게 엄마의 수리수리 마술입니다.
동시「거리 두기」,「짝꿍」,「폐교에서」,「비석치기」는 친구 간의 다정한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너는 그쪽 끝, 나는 이쪽 끝
시소는 떨어져 앉아도 신나고
구름을 향해, 하늘을 향해
배드민턴은 멀리서 쳐도 즐거워
네가 던지면, 내가 잡아줄게
캐치볼은 먼 마음까지 주고받고요
멀리 던져도 다시 돌아오는
신기한 요요 같은 우정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는 2m
너와 내 마음의 거리는 2mm
「거리 두기」전문
코로나로 우리는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거리 두기는 코로나 시기에 낯설지 않은 말입니다. 시소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배드민턴처럼 네트 사이로 떨어져 있어도, 캐치볼처럼 마음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냈습니다. 그것은 “멀리 던져도 다시 돌아오는 요요 같은 우정” 때문이었습니다. 던지면 되돌아오는 요요 같은 우정! 그런 우정이라면 우리는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다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요요 같은 우정의 마음은 반려견 흰둥이에게도 가 닿습니다.
열네 살 흰둥이
하늘나라 가는 날
흰 눈이 펑펑,
마중 나왔다
눈물이 펑펑
배웅 나갔다
「흰둥이」전문
집에서 가족처럼 함께 지내던 반려견 흰둥이가 죽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그 마음을 “눈물이 펑펑 배웅 나갔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흰둥이를 맞이하러 하늘나라에서 “흰 눈이 펑펑 마중 나왔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흰둥이의 죽음을 따듯하게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마음이 동시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정지선 시인의 마음은 이처럼 따스하고 다정다감합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림자」라는 동시에도 그런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
아장아장 따라 걷는 그림자
아기가 저만치 가다가
되돌아서면
뒤똥뒤똥 그림자도
조용히 돌아선다
아기가 넘어지면
얼른 손 잡아주려고
「그림자」전문
아기가 걷는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장아장 따라 걷는 그림자도 역시 그러합니다. 아기가 돌아서면 그림자도 돌아섭니다. 혹시나 넘어지면 얼른 손 잡아주려고 말입니다. 그림자의 그 따스하고 정다운 마음, 그것은 정지선 시인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5. 글을 마치며
정지선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동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동시마다 아이들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콩나물시루에 콩나물이 쑥쑥 자라듯 엄마의 잔소리를 먹고도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정다감하게 동시에 담았습니다.
정지선 시인은 우리가 흔히 일상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에서 동심을 발견하여 동시로 썼습니다. 매미가 우는 모습, 숲에서 나무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 심지어 하찮은 먼지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내어 동시에 담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동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맑은 동심을 발견하여 아기자기하게 표현했습니다.
정지선 시인의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다정다감해집니다. 그의 동시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주고 정다운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세상을 깨끗하게 덮은 하얀 눈 같은 동심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우리들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맑은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하얀 눈 같은 동시! 그렇습니다. 정지선 시인의 동시는 바로 하얀 눈 같은 동시입니다. 눈 중에서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첫눈 같은 동시입니다. 정지선 시인의 동시집 「동시 꼬투리」를 읽으며 어린이들이 하얀 눈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맑아지기를 소망합니다.
첫댓글 정지선 작가님의 동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지우개 똥이 수북이 쌓일 만큼 아이들 마음에도 작가님의 동시 사랑이 넘쳐 나길 바래요
동시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동시 꼬투리 톡톡 열어 좋은 동시 많이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시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아이들 세상을 그대로 나타낸 동시 꼬투리가 모든 아이들 마음에 열리기를 바래요.
바쁘실텐데 요로코롬 꼼꼼하게 소개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도 건필하세용~~~~~~~~~
정지선 작가님, 동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동시 꼬투리의 온기로 많은 어린이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정지선 작가님 동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