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에서 진 빚 / 김석수
오랜만에 하루 종일 무등산 둘레길을 걸었다. 백마 능선의 철쭉이 진 지 벌써 오래다. 나뭇잎이 연초록색이다. 해마다 이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을 구경했지만 올해는 지난달 중국 여행하느라 보지 못했다. 아직도 여행의 여운이 남아 있다. 해외 나가면서 처음으로 돌아오는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편도 항공권과 첫날 호텔만 예약했다. 고마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상하이의 비 선생은 근무 중에 푸둥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전통 음식점인 ’상하이 회관‘으로 데리고 갔다. 새우 쌍 모둠, 양륵 갈비, 양꼬치, 게가루 비빔밥, 샤오룽바오, 냉이 표고버섯 화채 요리를 맛봤다. 친절하게 먹는 법을 알려 주며 새우 껍질을 벗겨 주기도 했다. 한국보다 과일이 싸다며 수박과 오렌지를 사서 호텔로 가져왔다. 은퇴한 그의 아버지가 찾아와서 내게 차를 대접해 주었다. 오 선생은 하루 휴가 내고 ‘구이원’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녀 덕분에 140년 된 맛집에서 샤오룽바오를 맛볼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바이주와 곁들여 먹었던 쇠고기 샤부샤부 요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사오싱의 주 선생은 내 중국 방문을 환영하려고 위쳇에서 ‘단체방’을 만들었다. 그녀는 ‘루쉰 꾸리’,‘노신 고거’, ‘노신 기념관’를 안내했다. 맛집 ‘공을기’ 식당에서 사오싱 전통 음식을 함께 먹었다. 찹쌀을 발효시켜서 만든 황주와 썩은 냄새가 났던 취두부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녀가 간사를 맡고 있는 사오싱 해외 유학생 협회 세미나에 나를 초청했다. 그 협회는 사오싱 출신으로 영어권에서 유학한 사람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젊은이를 많이 만나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 내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뉴질랜드에서 공부했다는 그녀의 언니와 조카도 만나서 즐거웠다.
항저우의 옹 선생은 사오싱에서 항저우까지 오는 승용차를 보내 주었다. 그는 서호 인근에 있는 민박집을 잡아 주고 저장대학교 근처 맛집에서 아내와 나를 대접했다. 조식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이 선생은 항저우에서 유명한 ‘녹차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 주었다. 동파육, 당면 새우, 북경 오리, 오징어볶음, 강남 녹차 전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서호 뇌봉탑 아래 서시 호텔 뷔페식당에서 아침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석산에서 서호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시켜 주었다. 그의 친구인 저장대학교 교수 안내로 캠퍼스 구경을 했다.
쑤저우의 구 선생은 역으로 마중나왔다. 멋진 호텔을 예약해 주었다. 저녁에 그녀의 부모와 함께 식사했다. 쑤저우 토속 음식점으로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공무원이고 어머니는 학교 사서로 일하고 있다.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면서 좋아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무뚝뚝했지만 어머니는 상냥하고 친절했다. 외동딸인 그녀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식사한 뒤 쑤저우 서호를 걸으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야경을 구경했던 기억이 새롭다.
시안의 정 선생은 남편과 함께 시안 북역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첫날 저녁에 ‘천하 제일면’ 식당에서 함께 먹었던 면 요리는 좋았다. 저녁 늦게까지 '따옌타 광장'을 함께 돌아다니면서 구경한 뒤 헤어졌다. 대련에서 온 50대 부부는 화산에서 우리를 안내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맸을 것이다. 정저우의 고 선생은 시안 호텔과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 예약을 해 주었다. 그는 위쳇으로 내게 시안의 유적지와 맛집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의 친구인 영어 가이드 덕분에 ‘병마용’과 ‘화청지’ 구경을 잘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종루, 성벽, 대안탑, 회민 거리, 영신팡을 구경했다. 그가 소개한 영신팡의 '기산대도측면(岐山大刀側面 )'은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이 담백해서 내 입맛에 맞았다.
안후이성의 추 선생은 비자 발급용 초청장을 보내 주었다. 복수 비자를 발급하려고 중국 영사관 비자 센터에 세 번이나 갔다. 여행사에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서류 작성해서 신청했더니 초청장이 잘못됐다고 두 번 퇴짜 맞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보완 서류를 요청하면 위쳇으로 즉시 보내 주었다. 주자십회훈에 “손님이 왔을 때 잘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 후회한다(不接賓客去後悔).”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잘 대접해 주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진정으로 고맙다. “한 끼의 식사를 대접받았으면 백배로 갚아야 한다(一飯百恩).”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내가 받은 환대는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면서 산에서 내려왔다.
첫댓글 뭐든지 일방적인 것은 없어요. 원장님이 베풀었으니 돌아오는 거지요. 다른 나라에 가서까지 환대를 받는 원장님이 부럽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베풀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대접받는 것같이 기분 좋네요.
한 번도 안 먹어 본 음식들이라
무척 궁금해요.
네, 고맙습니다. 나도 처음 먹어 본 음식이 많습니다.
선생님처럼 살고 싶어요. 퇴직 전도, 퇴직 후의 삶도 부럽습니다. 외국어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고맙습니다. 에이아이(AI)가 나와서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지는 시대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최미숙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선생님이 그동안 베푸신 덕분이겠죠.
정도 한국을 넘어 세계화가 됐네요.
고맙습니다. 어디에 살든지 인간은 기본적으로 '정(감성)'이 있는 '호모사피엔스'입니다.
중국에서 스승대접을 잘 받았네요. 제자들에게 많은 덕을 베풀었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대부분 내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도 내게 환대해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여행 잘하고 오신 거 축하드립니다.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가실지 궁금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여건이 되면 해외에서 한 달 살기 해보려고 합니다.
무려 여섯 분이나 되는군요.
이제는 모두 빚으로 남아서 다 갚으려면 엄청나겠습니다. 하하.
원장님의 귀국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네, 빚은 갚아야죠.
다국적으로 인연을 맺으시는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중국 여행이 끝나 아쉬운데요... 다음 여행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 옹, 구, 정 언제 저도 저런 호칭과 글을 써 볼 수 있을까요?" 아, 추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