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회에 제시하는 처방전,
“최저임금 1만원”,“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 저임금 비정규직노동자 전국에서 장그래 대행진 시작(16~27일) -
□ 장그래 대행진 돌입 성명
어머님은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십니다. 24시간 편히 쉬지도 못하고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습니다. 메르스가 창궐해도 비정규직에겐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벌써 140여명 확진자 중 간병인만 5명이 감염되었습니다. 게다가 간병인은 노동자가 아니라며 4대 보험 적용도 안되고, 에이즈 바늘에 찔려도 산재 인정이 안됩니다.
공사판을 오가며 덤프트럭을 모는 삼촌도, 학습지 선생님이 된 언니/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사고가 나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노조를 만들어도 불법이랍니다. ‘특수고용’의 굴레는 어머니와 삼촌, 누이에게서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아버님은 연세대에서 경비 일을 하십니다. 받는 돈은 최저임금인데 명세서에는 세안텍스라 찍힙니다. 세안텍스 건물이 아니라 연세대 건물을 관리하는데 말입니다. 돈 벌러 울산에 내려간 동생은 현대차를 만드는데 월급은 이상한 하청업체가 준답니다. SK브로드밴드에서 인터넷 설치를 하는 형부/매형도 정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 소속이랍니다.
노조를 만들면 연세대도, 현대차도, SK도 나 몰라라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용역·파견·하청·도급…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진짜 사장인 원청 자본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아버지와 동생, 매형을 죽도록 부려먹는 사용자들은 앉아서 떼돈을 법니다.
온나라가 비정규직으로 가득합니다. 비정규직 규모는 어느새 1천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청년 비정규직, 정규직 취업기회가 아예 없었던 젊은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일하다 정리해고·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장년 비정규직, 정년퇴직 이후에 다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년 비정규직, 가사노동의 부담을 이중으로 안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소규모 자영업을 하다 몰락한 비정규직, 머나먼 한국으로 돈 벌러 온 이주 노동자들 …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버려진 것뿐이다.”
미생(未生)의 장그래가 외치는 대사처럼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노동, 비정규직 굴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표정은 바로 내 동생과 아이의 얼굴이고, 내 이웃의 눈빛이며 나 자신의 주름입니다. 갓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의 얼굴에는 알바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가족을 책임져야 할 노동자들의 눈빛에는 깊은 좌절의 눈동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평생을 고된 노동으로 살아온 늙은 노동자들의 이마에도 짙은 체념의 주름이 패여 있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하면, 죽도록 열심히 하면 저도 될 수 있는 거죠, 정사원?”
비정규직 굴레를 벗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이어졌지만, 탐욕스런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의 절규를 외면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절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권과 자본은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부터 장그래들의 행진을 시작합니다. 비록 작지만 1천만 비정규직 눈물과 한숨으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확신합니다. 출발은 미약하지만 머지않아 거대한 행진이 될 것임을. 모든 일터에 켜켜이 쌓여있는 비정규직의 분노가, 이 행진을 키우는 마르지 않는 연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진하자 길이 생겼습니다. 비정규직의 절망과 한숨으로 시작된 행진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깨어있는 모든 시민들의 연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장그래들의 대행진이 펼쳐진다면 ‘비정규직’이란 단어를 이 나라 법전과 사전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날이 성큼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메르스가 창궐하며 전국이 공포의 도가니입니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만 했더라면 큰 걱정 없이 지나갈 사태였는데, 이제 국가와 정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자 공포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정부가 내놓는 대책에는 또다시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선 비정규직에게 보호장구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대형 마트를 비롯한 재벌 사업장에선 고객들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된다며 마스크 착용도 못하게 합니다.
한 끼 밥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메르스에 걸리면 가족의 생계가 파탄납니다. 메르스의 창궐은 방역대책을 집행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과 함께, 저임금 비정규직이 만연한 병든 사회 때문이기도 합니다. 장그래들의 행진은 이 병든 사회에 “최저임금 1만원”과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처방을 내리고자 합니다.
전국의 장그래들,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1천만 미조직 노동자 여러분, 함께 행진합시다. 진짜 사장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중간착취를 날려버릴 때까지!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이란 말을 박물관에서 찾게 되는 날까지!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를 향해 장그래들의 대행진을 만들어 봅시다!
□ 장그래 대행진 개요
◯ 16일 시작, “재벌에게 세금을, 최저임금 1만원을”
내일(16일) 창원·울산·부산과 제주 등 남도에서부터 “따뜻한 밥상을 꿈꾸는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고 장그래들의 행진이 시작됩니다. 도심 곳곳에서, 그리고 많은 사업장에서,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장그래들의 외침이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창원에서는 “재벌에게 세금을, 최저임금 1만원을”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과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집니다. 10대 재벌의 507조에 달하는 사내유보금 현황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고, 최저시급 5,580원에서 단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다는 재벌과 경총의 행태를 고발할 것입니다.
울산에서는 최저임금의 고통을 상징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1년차를 맞아 울산과학대에서 결의대회가 진행되며, 제주에서는 시청과 대형 마트 및 도심에서 자전거행진이 진행됩니다. 부산 역시 시청을 비롯한 20여개 거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서명전이 펼쳐질 것입니다.
◯ 전국 공단노동 실태조사결과 발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다음날인 17일에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내걸고 행진이 계속됩니다. 우선 영세공단을 상징하는 부산 녹산공단에서 공단 대행진이 진행됩니다. 여의도 국회에서는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가 진행되며, 부산·대구·경북 등 전국 8개 시도에서 지자체의 최저임금 위반과 근로기준법 위반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펼쳐질 것입니다.
◯ 사내하청 노동자 노조 집단가입운동,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18일에는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슬로건으로 행진을 이어갑니다. 4만 명에 달하는 하청노동자가 일하는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몸이 되어 노동조합 집단가입운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경남 거제에서도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캠페인이 펼쳐질 예정이며, 부산에서는 “장그래에게 희망을” 자전거 대행진과 문화제가 이어집니다. 경북 포항에서도 시민 선전전과 현안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들이 펼쳐집니다.
◯ 18일 노사 최임 요구안 제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대회” 개최
아울러 18일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날입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공식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요구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경총은 얼마를 내놓을까요? 충청권역의 장그래들이 중심이 되어 이날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빛고을 광주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선전전과 결의대회가 진행될 것입니다.
◯ 비정규직 정규직이 함께하는 대행진
19일에는 “최저임금 1만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실현하기 위한 도보 행진을 계속합니다. 경북 경주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나가 되고, 이주노동자와 손을 맞잡고 행진을 펼칠 예정이며, 경남 진주와 사천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이 이어집니다. 전라북도에서도 전주를 비롯한 도시에서 최저임금 1만원 페스티발과 자전거 대행진이 펼쳐집니다.
◯ 대구지역 학교비정규직 박근혜 규탄
20일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행진”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대구 성서공단의 저임금 노동자들, 그리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저임금 실태를 증언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웅변할 것입니다. 공공부문부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을 짓밟는 박근혜 정권 규탄에 나섭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 “사내하도급·간접고용 철폐”
22일 장그래들의 행진은 “사내하도급·간접고용 철폐”의 깃발을 세웁니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천안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만날 것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건 장그래들의 행진이 시작됩니다.
◯ 지역 블랙기업 선정
23일에는 “블랙기업 선정과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고 행진이 계속됩니다. 충청북도에서 세금도 많이 내고 고용도 많이 하지만, 생색내기 이면에 노동자와 주민 등골을 빼먹는 블랙기업을 선정하고 행진을 할 것입니다. 민간기업만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날 강원도 원주에서는 지자체가 앞장서서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항의면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위장도급·불법파견 철폐”
24일 장그래들의 행진은 “위장도급·불법파견 철폐”를 향해 갑니다. 고용노동부조차 불법파견 판정과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했고, 지방노동위원회도 애초부터 정규직으로 고용함이 맞다고 판정했건만, 오히려 업체 폐업과 대량해고를 저지른 강원도 삼척의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간접고용의 설움과 고통을 온세상에 고발할 것입니다. 충청북도 청주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행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25일에는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걸고 행진을 이어갑니다. 인천 교육청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리고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날 것이며, 대형마트 앞에서는 노동조합 가입 캠페인을 펼칩니다. 충청북도 제천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선전전과 캠페인, 촛불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서울도심 행진, “상상만 해도 즐거운 최저임금 1만원”
26일과 27일, 장그래들은 서울에서 지금까지 외쳐온 모든 의제를 들고 행진합니다. 가산디지털단지를 비롯한 영세공단을 방문해 저임금 노동자들을 만나고, 신촌과 도심의 알바 노동자들과 “상상만 해도 즐거운 최저임금 1만원”을 노래할 것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이때, 최저임금 1만원과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공공부문부터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고 사내하도급·간접고용을 철폐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인구 1천만의 도시 서울을 행진할 것입니다. 서울과 함께 제주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제주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끝>
2015. 6. 1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첫댓글 비정규직문제는 ~ 정규직에 있다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조직된 노동자가 그 문제를 해결할수있는 힘이 있고 ~ 어쩌면 정규직의 비교적 좋은조건이라는것은 비정규직이 존재하기에 가능한것일겁니다.
비정규직이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해야한다는 ~~ 아 ~ 조직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조직이라는 단결된 힘이 있다하여도 정규직이 방관한다면 ~ 그 힘은 반감될것은 뻔한것 !
정규직이 그 선봉에서서 싸워갈때 비정규직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것입니다.
"노동자는 하나다 !"
자본에의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 정규직이 그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너와 나가 따로가 아닌 우리 라는관점에서 노동자가 마침내 우리가 되어
그렇습니다 ~~~~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의 문제인것입니다.
자본의 술법에 놀아나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된다면 스스로가 그 가치를 인정치 않는것 !
조직된 노동자가 선봉에서 싸워가야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