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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고운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아는 그는
유치환의 깃발,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인간의 근원적 한계로 인한 좌절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에 놓인 존재로 열망은 주어졌으나 인식능력에는 한계가 있음)
우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상상해 보시죠. 깃발은 끊임없이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이러한 깃발의 모습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소리를 내거나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어떤 것을 향한 열정과 간절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이 깃발은 어떤 것에 소망과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2행에 드러납니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에서 알 수 있지요. '해원'은 바다를 말하는 것으로 깃발은 바다를 가고 싶은 것이지요. 바다는 푸른색입니다. 그래서 바다는 일반적으로 희망, 소망, 이상향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작품에서도 바다는 이상향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1행의 구절로 돌
아가서 살펴보면 표현이 이상하지 않나요? 소리가 없는데 아우성이라니요. 문장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어떤 것에 대한 열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지요. 이렇게 표면적으로는 모순되지만 진리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을 역설이라고 합니다. 즉, 이 작품은 역설법이 쓰였고, 따라서 반어법과 구분하는 것이 시험 문제에 자주 출제가 되겠지요.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시각적 심상입니다. 그런데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아우성'이라는 청각적 심상을 통해서 표현을 했지요. 이 구절은 시각적 심상과 청
각적 심상이 동시에 쓰인 공감각적 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시각적 심상이 중심이 되고 청각은 보조 심상이 되니, 시각의 청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상은 감각이라고 할 수 있고 감각이 옮겨져 가고 있으니 '감각의 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시 작품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깃발을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깃발을 손수건이라고 표현한 비유법 중 은유법이 사용된 것이지요. '노스탤지어'는 향수, 즉 고향 또는 어떠한 것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라는 뜻입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깃발은 바다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3연에서 '순정'은 깃발을 의미하는 시어로 깃발이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순수함을 드러내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절하게 깃발이 바다를 원해도 바다로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깃발은 깃발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푯대, 즉 깃대에 묶여 있기 때문이지요. 즉, 작품 속 '이념의 푯대'라는
시어는 깃발의 운명적이고도 근원적인 한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깃발은 이상향인 바다로 갈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인간도 이상향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으나 근원적 한계로 인해서 이상향에 갈수 없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는 시구입니다. 이러한 깃발의 마음을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지요. 애수는 깃발을 의미하는 시어로 깃발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깃발이 슬픔에 젖어 마치 백로, 쉽게 학이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펄럭이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고요. 백로는 흰색이지요. 바다는 푸른색입니다. 흰색과 푸른색의 색채 대비를 통해서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작품은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이상향을 간절히 소망하지만 갈 수 없는 슬픔을 작품 속에서는 '아, 누구던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이라는 표현으로 드러냅니다. 이 부분에서 '애달픈 마음'은 깃발을 의미합니다. 이 시구의 의미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없도록 근원적 한계를 두고 인간을 만든 신에 대한 탄식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아'라는 감탄사를 통해 도치법을 활용하고, 또 문장의 어순을 의도적으로 바꿔 배열하는 도치법을 통해서 이러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강조하고 있죠. 이 작품의 주제를 정리하면 이상향을 간절하게 소망하지만, 근원적 한계로 인해 그곳으로 갈 수 없는 인간적 한계에 대한 깨달음과 그로 인한 좌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릴게요. 유치환의 깃발은 근원적 한계를 인식하고 좌절하고 체념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려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요. 그러나 서정주의 '추천사 춘향의 말 1'도 깃발과 유사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근원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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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 춘향의 말1>은 조선의 판소리를.모티프로 현실적 굴레에서 벗어나 초월적 세계로 가려 하는 화자의 열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네를 타고 있는 화자는 아무리 먼 곳을 바라보아도 묶여 있는 끈에 따라 자연스레 돌아올 수밖에 없죠.
시는 이러한 인간의 운명적 한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천사 - 춘향의 말 1
서정주
향단(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1) 향단 : 청자.
2) 그넷줄: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이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함. 초월과 구속의 양면성.
3) 명령형을 통해 화자의 의지를 강조함.
머언 바다로
4) 머언 : 거리감
5) 바다 : 구속과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이상 세계(이데아)
배를 내어 밀듯이,
6) 수평적/일회원 동작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 더미로부터,
7) 베갯모에 수놓은 듯이 예쁨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8) 순간적이고 유한한 지상의 존재를
9) 현실에 안주하도록 유혹하는 지상세계에 대
한 아름다움, 현실 세계에 대한 미련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10)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11) 산호, 섬 : 바다의 한계 (좌초, 충돌이라는 제약)
12) 하늘 : 이상과 동경의 세계
나를 밀어 올려 다오.
13) 나 : 화자(춘향)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14) 채색한 구름 : 하늘에 있는 자유로운 존재,
화자가 되고 싶은 존재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15) 울렁이는 가슴 : 초월적 세계를 향한 벅찬 마음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서방정도(西淨): 불교에서 서쪽에 있다고 여기는 극락세계
16) 달 : 자유로운 존재 (화자의 처지와 대비됨)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17) 인간의 운명적 한계 인식
바람이 파도(波濤)를 밀어 올리듯이
18) 수직적/반복적 동작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19) 청유형 어미로 화자의 의지 강조
20) 1연의 내용을 반복/변주하여 의미를 강조함(수미상관)
21) 5연 : 인간의 한계를 인식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음 (화자의 굳은 의지와 소망이 간절함)
중요한 해석 요소 '그네'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는 '그네'입니다. 그네는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상과 결국 다시 내려와야 된다는 한계를 동시에 지닌 소재지요.
춘향은 향단이 밀어주는 그네를 타고 올라가 이상 세계를 꿈꿉니다. 반면 그네가 내려갔을 땐 현실 세계를 인식하죠. 말하자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상과 현실을 왕복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음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김원일의 '연'
''연'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지요. 그러나 실과 얼레에 묶여 지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이 작품에서 '연'은 자유롭게 살고 싶은 아버지의 이상을, '실'과 '얼레'는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과 가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인 소년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할아버지
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아버지는 역마살이 있어서
늘 떠돌아다니다가 가끔 집에 머물 때면 아버지에
게 연을 만들어 준다. 방물장사인 할아버지는 어느
겨울 눈밭에서 객사한다.
아버지는 어릴 때 연싸움을 하다가 끊어진 연을 따
라 닷새 동안 산 너머 마을을 떠돌아다닌다. 그 때
부터 아버지의 떠돌이 행각은 계속된다. 아버지는
가정을 이룬 뒤에도 방랑을 계속하고 결국은 전라
도의 어느 섬에서 객사한다. 죽기 전 아버지는 가끔
집에 머물 때면 소년에게 연을 만들어 준다.
소년은 아버지에게 연을 팔 수도 없는데 왜 만드냐
고 묻는다. 아버지의 대답은 “머 꼭 돈이 목적이라
서 맹그나. 쓸모가 없어도 맹글제”라고 대답한다.
실용적이 아니라도 연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신과 동물 사이에 놓인 인간의 운명이기 때문)
이해와 감상
이 소설에 나오는 연은 미지의 세계 혹은 이상을
동경하는 인간의 마음을 상징한다. 현실에 얽매여
있을수록 인간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러나 보
통의 인간은 마음대로 떠날 수가 없다. 연은 자새
(얼레)에 실로 묶여 있을 때 제 기능을 다하는 법이
다.
바람의 힘이 너무 강하면 연은 실을 끊고 날아가
버릴 것이다. 반대로 바람의 힘이 약하면 연은 땅으
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바람
의 힘을 받아 바람 부는 쪽으로 날아가고자 하는 연
(이상)과 지상에 있는 자새(현실) 사이의 팽팽한 연
줄(긴장)로 인해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
간다.
핵심정리
·갈래: 단편 소설, 순수 소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성격 : 회상적, 이상적
•배경 : 1960~70년대 경상도 농촌
·제재 : 아버지의 방랑벽, 연(鳶)
·주제 : 이상을 꿈꾸는 인간의 염원
·특징 : 독백조의 문체를 통한 회고적 서술
전문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addicion&logNo=90045645283&proxyRefe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