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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쌀쌀하게 불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와일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산길 걷는 일을 만병통치라고 말들을 하고 있는 요즈음 이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영화였다.
'와일드'라는 책의 저자인 셰릴은 26살인 1995년에 내면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PCT라는 트레킹 코스를 혼자서 종주했던 기록을 45살에 책으로 엮어냈고, 그 책을 바탕으로 동명의 영화가 나온 거란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과 술주정뱅이 아버지에 대한 가정폭력을 겪으며 성장했지만 그 모든 것을 긍정적인 마음과 깊은 사랑으로 꿋꿋이 견뎌오며 자식을 지켜주던 어머니가 암으로 세 상을 떠나자 자신을 지탱할 힘을 잃고 아무렇게나 자신을 내팽겨친 채 섹스와 마약에 탐닉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른 주인공!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가장 밑바닥의 절망에서 한없이 낮아진 자존감에 직면한 그녀는 거처할 곳도, 살아야 할 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문득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 를 듣는다. PCT는 남미 멕시코 국경에서 북미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약 4300km 의 악명 높은 도보여행 코스. 거친 등산로, 눈 덮인 산맥, 사막과 화산지대까지 극한의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라서 자신의 몸무게를 능가하는 짐을 꾸려 일어서지도 못하고 쩔쩔매던 셰릴은 '몸이 그댈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는 에밀리 디킨슨의 격언을 새기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몸을 이기려고 애를 쓴다. 발이 부르트다 못해 발톱이 다 빠지는 극단적인 신체적 고통 속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오로지 내면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길고 험한 여정을 지속해 간다.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혼자 감행하는 94일에 걸친 길고 긴 트레킹 과정을 영화로 만든 사람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장 마크 발레 감독과 실력파 여배우 리즈 워더푼이다. 26살 셰릴 스트레이트의 실화 수기를 읽은 리즈 워더스푼은 영화 제작자로 나섰고 유명한 각본가인 닉 혼비 가 각본을 썼단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온갖 어려움을 만나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 며 용기와 강단을 잃지 않는 셰릴의 내적 독백과 감성을 드러내는 음악들을 중요하게 활용하면서 주인공이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 정신적으로 받은 내적 고통을 어떻게 승화시키며 치유되는가를 보여 준다.
지극히 황량하고 원대한 대자연은 무심하기에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인간도 자신의 몸이나 환경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연처럼 무심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험한 꼴을 당해도 내적인 상처가 안 생길텐데, 이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의 과정이 고통을 아 주 많이 수반한다. 아프지 않은 자유와 기쁨과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출과 일몰과 아름다운 대자연은 우리 곁에 매일 언제나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아름다 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녀가 자연에서 깨달은 아름다움은 삶의 일탈이 아니라 삶의 지속을 받아들이는 정신의 정적함과 굳셈이다ㅑ.
그 길고 긴 자신과의 투쟁을 성공시킨 그녀는 이제 슬프지만 슬픔에 빠지지 않고, 외롭지만 외로 움에 빠지지 않고 잘 살아가리라. 그녀는 마지막 장면에서 인생은 야성적인 길이라며 독백을 한다 이 말을 통해서 인생은 험난하며 거친 길이라는 뜻을 암시하며 왜 영화제목을 와일드라고 했는지 밝혀주고 있다.
나도 주인공의 그 긴 트레킹 코스를 부러워하지만 감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옆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친구도 그 주인공이 대단하다며 감탄을 했다. 긴 트레킹 코스는 종주하지 못하지만, 올해는 국내에서라도 아직 안 가 본 산길을 걸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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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Wild ! ---- 야생의, 들에서 자란, 난폭하게, 되는대로,황야, 황무지.
한마디의 단어에 수많은 뜻을 내포하고있는 단어인데 , 그 수많은 뜻을 영화의 줄거리에 다 집어 넣은 영화.
남자가 주인공이었다면, 그 감동은 원점에서 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했을것 같습니다.
수선화님과 같은 同性이었기에 공감하였던 부분을 섬세하게 옮겨 주셨군요. 와일드 수선화 !
삶이 지친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죠.
트레킹 과정에서 주인공처럼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겨주는
힘을 얻는 영화랍니다.
우리들도 주인공처럼 때로는 와일드하게
살아가는 여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령령님이 저한테 와일드 수선화라고 말해 준 것 같구요.
소중한 시간을 이 공간에 머물러 주심에 감사합니다.
스크린 영화를 본지가 40년은 훠~얼씬 넘었네요
길이란 어덯게 가느냐에 따라 하루에 갈길을 몇 십년 걸리기도 하고
마음을 비우면 몇 십년 걸리는 길도 하루에 도달 할수도 있 습니다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 정신으로 받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 주느냐에 머물다 갑니다
마음이 유랑하는 길목엔 정신의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이 있는 법이지만
아침 까치소리가 종소리보다 맑고 저녁 노을 빛깔이 짙어질 무렵
문득 떠오르는 고향의 느티나무가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을 깨달을 때
어머니의 품속같은 위안을 느끼는 편안합이 고통을 사라지게 할 때가 있어요.
마치 제가 영화를 본것 처럼 감칠나게 쓰셨습니다.
주인공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이겨나가는 그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고 싶습니다.
이제는 지리산 종주도 자신이 없는데~~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길은 걷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것인데,
기산님은 얼마든지 사진작가로서의 면모를 본다하더라도 지리산 종주도 하실 수 있으신 것 같은데요...
응원해 드릴테니 한번 지리산 종주를 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