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심리를 꿰뚫어보는 필자를 발굴하라는 데스크(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적당히 야해야 한다는 꼬리표도 달려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혜신 정신과 의사에게 원고를 청탁했다.
그녀가 보내온 첫 번째 원고에는 ‘1도(盜)2비(婢)3첩(妾)4처(妻)’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무슨 뜻이냐고요? 남성이 상대에 따라 느끼는 쾌감의 정도를 순서대로 나타낸 것이다.
첫 번째가 임자 있는 여자랑 하는 것, 두 번째는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랑 하는 것, 이하 생략).
적당히 야하면서도 인간의 내면 심리를 끌어낸 내용을 보곤, 대박나겠다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원고는
게재하는 족족 큰 인기를 끌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심리 분석으로 청와대에 초청되기도 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심리학계에서 ‘글빨’로 손꼽히는 정혜신 씨는 마라톤을 ‘춤바람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녀의 얘기.
“세상에서 가장 짜릿하고 강렬한 쾌감은 ‘나를 느끼게 하는’ 그런 종류의 경험이다.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렵다는
사교춤은 춤추는 남자로 하여금 ‘자신이 남자로 느껴지게’ 하고, 여자에게는 자신이 ‘여자로 느껴지게’ 하는 마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다. 얼핏 지루하고 고단해 보이는 마라톤도 뛰다보면 ‘자신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중독이 된다.”
운동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높다는 마라톤은 자기 자신을 느끼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중독자들이
중독의 대상(마라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딸이 쓴 마라톤 클럽 리포트에도
“달림이들은 의학상식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는 대목이 나온다.
마라톤 중독자들이 걸리기 쉬운 ‘마라톤 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빨리빨리 병 =달리기를 시작한지 몇 개월도 안돼 풀코스를 도전하고 싶어한다. 마라톤 풀코스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최소한 1년 이상 꾸준히 연습한 후 뛰어야 안전하다. 성급한 풀코스 도전은 큰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완주 지상주의 =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풀코스를 반드시 뛰어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에겐 하프마라톤 정도가 적당하다. 모든 사람이 풀코스를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독이 되는 축배=맥주 한두 잔 정도는 몰라도 그 이상의 음주는 건강에 치명타. 마라톤은 간에 축적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완전히 소진하는 극한 운동이다. 마라톤 완주 후 간은 부피가 상당히 줄어들어 기능이 저하된다.
이 상태에서 과음을 하는 것은 축배가 아니라 자해 행위다.
*기록 단축 집착증=기록단축은 마라톤의 또 다른 즐거움. 그러나 이를 위해 성급하고 과도한 연습은 심한 부상을 부른다.
*과도한 경쟁의식=후배들과 경쟁하기 위해 무리하게 뛰다가는 부상을 입기 쉽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경쟁 운동이다.
과도한 경쟁은 부상으로 이어진다.
*마라톤 이산가족=주말마다 혼자 지방 마라톤 대회만 전전한다면? 마라톤을 한다고 가족을 내팽개쳐두는 건 곤란하다.
*가벼운 마라톤화에 대한 욕망=아마추어들이 선수용으로 제작된 경기용 마라톤화를 신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용 마라톤화는 기록 향상을 위해 가볍게 만들어져 보호장치가 부족하다. 서브3 주자가 아니라면 충분한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마라톤 병’ 에 대한 부분은 선주성 씨의 칼럼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저도 한 두개 해당되는군요. 모두들 즐달하세요~
첫댓글 전 무조껀 하프만 뛸겁니다. 유혹에 절때 넘어가지도 않을꺼고....선주성씨가 번역한 (나는 달리고 싶다, 전 독일 외무장관 요시카 피셔가 쓴)책을 읽고 달린지 11년이 됐네요....허허. 부회장님 안녕 하시지요. <파주에서 뒷방 늙은이 서울 하늘 보면서 인사 드림니다.>
뒷방늙은이였던 정재웅 감사님을 시험에 들게 하지마시고 걸려들게 하시옵소서 酒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부상에서 회복중인 바보랍비를 흔들지 마시옵소서. 다만 마음 속으로만 달리게 하시옵소서. 과도한 경쟁심. 지금은 아니지만..
저도 위의 내용에 모두 동감을 합니다...그러나 지금은 가족..기록단축,,빨리빨리병은 안되려고 노력 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라 ! 마음에 와 닿네요 진정으로 줄길줄 아는 런너가 그립군요....
모든 내용 공감갑니다. 자신과의 경쟁 운동, 즐겁고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