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의 이야기이다
세상은 진심을 다해 담대하게 진실하게 묻는 것이다
‘문명은 사실이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끔찍할 때도 대담하게 말하는 것’루이즈 글릭
존재의 가치 대한 끝이 없는 물음에 대답하라
공자는 잘 아는 사람이 묻기도 잘한다.
공부방에 ‘호문당(好問堂, 묻기를 좋아하는 방)’이라는 현판을 건 선비가 많은 이유이다.
무식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로 여겨 묻지 않고 즉결한다.
과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유식함을 바탕으로 ‘발 빠른 대처’를 하는 것과
무식한 나머지 ‘즉흥적 독단’을 자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이인가?
공자의 “묻는 것이 곧 예”이다
늘 묻는 자세로 주위를 살펴라?
삶이 무엇인가? 묻는 것이다
자세히 따져 물어라 審問
넓게 배우고 博學, 자세히 따져 물어라 審問
교육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먼저 교육할 것인가?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하는가?
배움은 즐기고 모르면 묻는 것이다 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논어 술이
묻는 것이 부끄러움이 아니고, 배움이다. 不恥下問
간절히 묻고 내 자신에서부터 미루어 생각하라 切問近思
아랫사람에게 물어도 부끄럽지 않다
즉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도 기꺼이 물어본다.
인간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다.
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물어도 부끄럽지 않다
배움은 審問이다
진심을 담아 진실하게 물어라?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라? (仁)
진심을 담아 정성을 다하는가? 仁 忠恕
참 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진심을 다는가? (忠 天道))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며, 섬기고, 사랑하는가? (恕 人道)
내 삶의 주인인가?(隨處作主)
내가 딛고 선 자리는 참된가? (立處皆眞)
소중한 삶은 배움에 있다.
내가 받고자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易地思之로 먼저 내가 상대를 섬기는 것이다.
진심을 담아 정성을 다해 겸손하게 섬긴다.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겸손할 때 감탄합니다.
감사가 넘친다.
진심을 담아 정성을 다한다.
인(仁)의 마음가짐으로 아름다운 삶을 산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志於道(진리에 뜻을 두고), 據於德(곧은 마음을 간직하고),
依於仁(사람답도록 애쓰고), 游於禮(예술을 즐거하니 과연 신선이로다)
소셜미디어와 뉴스가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가득한 와중에
이 지면까지 노벨문학상을 언급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고민하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책을 다루는 지면인데 노벨문학상을 다루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꺼낸다.
다만 노벨문학상 발표 후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처음의 환희가 진정되는 와중에 상의 의미를 퇴색시키려 안달이 난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을 모양이다.
채식주의,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을 다루는 소설을 쓴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간 것이 아니꼬왔던 것인지,
노벨문학상이 그 정도 상은 아니다, 페미니즘에 오염되었다,
좌파에 경도되었다 하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그걸 뛰어넘는 작가를 기다린다는 우회적인 비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노벨문학상이다.
수상자가 그만큼의 성취를 한 작가라는 것이고,
그 성취가 인류의 문학적 성취라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하려고 애쓰면 모양이 우스워진다.
한강 작가는 줄기차게 묻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소년이 온다』, 2014)
그래서 영혜는 말한다.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채식주의자』, 2007)
그리고 이 질문과 다짐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진다.
“일어선 그녀에게 나는 초를 넘겨주었다.
손발이 맞는 자매처럼,
내가 운동화를 신는 동안 그녀는 불빛을 비춰주며 서 있었다.”(『작별하지 않는다』, 2021)
폭력을 마주하는 이야기,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한림원)
이야기는 언제까지고 인간의 이야기이다.
폭력 앞에 존엄을 지키는 것이 인간성임을,
그리고 작가가 그 고통스러운 작업을 뛰어난 결과물로 산출했음을 이 상은 선언한다.
그것이 ‘정치적’이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폭력도 폭력에 대한 대항도 모두 ‘정치적’일 따름이니.
그것은 우리에게 아주 늦게 왔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지식에 대한 욕망./
그리고 위대한 마음들 속에서 그 두 가지는 종종 하나로 그려진다.//
인식하는 것, 말하는 것, 원래 끔찍한 주제라 하더라도-/
사실이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끔찍할 때도 대담하게 말하는 것-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1943~2023)의 시 ‘문명’(Civilization)에서.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글릭의 2001년 시집 『일곱 시절』(정은귀 옮김)에 실려 있다.
문명(Civilization)은 진심을 다해 진실에 대해 묻는 것이다
진실이 없는 물음은 물음이 아니다
한강은 글을 통하여 대담하게 진실하게 물어라
늘 진실하게 살아라
삶을 사는 것은 사랑이다
삶은 참되고 진실하게(眞 기뻐)
선하고 인자하게(善 예뻐)
사랑으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美 미뻐)
사는 것은 기쁘고(悅, 說 기뻐), 즐겁고(樂 부끄럼이 없는 예뻐),
사랑으로(愛 애뻐) 아름다워지는(美 미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