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및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 잇따라 소형포맷 매장 확대 방안 발표
옴니채널 쇼핑 보편화에 따라 고객들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기대 경험 변화
식료품 체인 홀푸드마켓, 소형포맷 매장 신규 오픈
아마존(Amazon)이 인수한 미국 대형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은 지난 3월 4일 '홀푸드마켓 데일리 샵(Whole Foods Market Daily Shop)'이란 이름의 새로운 소형포맷 매장을 올해 안에 뉴욕 맨해튼에 첫 오픈하기로 발표했다. 홀푸드마켓의 평균 매장 크기가 4만 제곱피트(약 1124평)인데 반해 새로운 소형포맷 매장은 그 절반인 2만 제곱피트(약 562평)가 될 계획이다. 매장 크기를 줄인 만큼 도보 통행량이 많은 도심에 근접해 소비자가 신선한 식자재를 출퇴근 길에 손쉽게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식료품 시장엔 홀푸드마켓 이전에 이러한 근린형 소형매장을 내세운 체인으로 이미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가 있다. 트레이더조스는 작은 주차장 크기로 악명이 높아지더라도 작지만 이웃처럼 가까운 매장을 경영 철학 삼아 시장에 포지셔닝해 왔다. 업계 일부에선 홀푸드마켓의 소형포맷 매장 오픈이 부상하는 라이벌 트레이더조스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홀푸드마켓의 새로운 전략이 단순히 하나의 라이벌에 대항하기 위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작고 효율적인 소형포맷 매장 확대는 식료품 분야를 넘어 이미 미국 대형 소매업체 전체의 화두이다.
전통적 오프라인 강자들의 매장 소형화 전략
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인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브랜드 메이시스(Macy’s)는 작년 10월에 2025년 가을을 목표로 실적이 저조한 기존 매장 150개를 폐점하는 대신, 기존 매장의 5분의 1 크기의 소형포맷 매장 30개를 전국적으로 신규 오픈하기로 했다. 2020년 처음 소형포맷 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한 메이시스가 18개월 안에 30개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할 만큼 대대적인 확대 전략을 취하는 것은 이미 선보인 소형포맷 매장들에서 판매와 고객 만족 측면에서 기대한 효과를 누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창고형 매장으로 유명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또한 매장 크기를 대폭 줄이는 대신 온라인 주문 픽업과 맞춤형 인테리어 상담 기능에 집중한 소형포맷 매장인 '플랜 앤 오더 포인트(Plan and order point)'를 로스앤젤레스 및 애틀랜타를 포함한 미국 내 4개 점포를 올해 안에 신규 오픈하기로 했다. 전자제품 판매 체인인 베스트바이(Best Buy) 역시 매출이 저조한 대형 매장을 폐점하고 소형포맷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베스트바이의 CEO 코리 배리(Corie Barry)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대형포맷 매장을 폐쇄하고 인근에 소형포맷 매장 열어 편의성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유지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펜데믹이 끝나고 관광이 증가해 오프라인 시장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오프라인 소매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오히려 이전보다 작은 크기의 매장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인디애나주에 개장한 메이시스의 단층 소형포맷 점포>
[자료: 메이시스 웹사이트(https://www.macysinc.com/newsroom/news/news-details/2023/Inc.-Insider---Small-Format-Stores/default.aspx)]
2023년에도 두드러진 이커머스 및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장
오프라인 쇼핑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팬데믹 기간 빠르게 성장한 이커머스는 기존 오프라인 쇼핑의 양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The United States Census Bureau)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은 약 1조1187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2023년 미국 전체 소매판매액의 15.4%에 달하는 규모이다. 2022년 대비 2023년 전체 소매판매액이 2.1% 증가한 것에 반해 이커머스 거래액은 7.6% 증가했다. 이커머스는 미국 내에서 팬데믹 기간에 대면 활동이 제약된 상황에서 크게 성장했으나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 등 적극적인 전략은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온라인이라는 채널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성공시켰다. 그 결과,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전체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분기별 미국 소매 판매 추정치: 전체 및 이커머스>
(단위: US$ 백만, %)
분기 | 소매판매액 | 전체 소매판매액 대비 이커머스 거래액 비중 | 전 분기 대비 증감률 |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 |||
전체 | 이커머스 | 전체 | 이커머스 | 전체 | 이커머스 | ||
2022년 4분기 | 1,857,200 | 303,120 | 16.3 | 3.7 | 20.2 | 5.8 | 6.9 |
2023년 1분기 | 1,680,614 | 252,773 | 15.0 | -9.5 | -16.6 | 3.5 | 7.8 |
2023년 2분기 | 1,831,959 | 269,287 | 14.7 | 9.0 | 6.5 | 0.5 | 7.6 |
2023년 3분기 | 1,827,290 | 271,797 | 14.9 | -0.3 | 0.9 | 2.0 | 7.8 |
2023년 4분기 | 1,902,695 | 324,816 | 17.1 | 4.1 | 19.5 | 2.4 | 7.2 |
[자료: The U.S. Census Bureau 2024.2.20.]
이커머스의 보편화는 단순히 결제 단계만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것이 아니라 주력 마케팅 공간도 온라인으로 가져왔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끄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19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Statista는 2019년 65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23년 211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했다고 집계했으며, 2024년엔 그 규모가 역대 최고치인 24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23년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만 약 19억5000만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며 2024년엔 20억 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 >
(단위: US$ 십억)
[자료: Statista, Influencer marketing market size worldwide from 2016 to 2024(2024.2.)]
새로운 고객여정지도를 테스트할 시점
미국 소매업계에 소형포맷 매장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도 이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확대로 달라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있다. 즉,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단계를 뜻하는 ‘고객여정’이 달라졌기 때문에 오프라인 소매업 브랜드들 역시 그에 최적화된 형태로 매장을 변화해 나가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확대는 고객 여정 중 탐색 단계를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과거 고객들이 니즈가 생기면 매장에 방문해 최대한 많은 상품을 접하고 어떤 상품을 구매할 지 선택했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옴니채널 쇼핑을 즐기는 최근의 고객들은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던 ‘바로 그 상품’만을 염두에 둔 채 매장에 방문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약 85%의 소매거래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즉시성은 소비자를 강력하게 유인한다. 디지털 환경에 가장 익숙한 Z세대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있다. LA타임즈는 Z세대 역시 쇼핑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여가 공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찾는다고 보도했다. 즉,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졌다. 수많은 상품 중 고객이 관심을 두는 상품은 제한적이라면, 또는 고객이 단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기 위해서만 매장을 방문한다면 소매업체들은 매장 크기를 대폭 줄임으로써 넓은 공간을 운영하는데 드는 임차료,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 그리고 재고에 대한 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소매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소형포맷 매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옴니채널 쇼핑이 보편화된 후 그들이 설계한 새로운 고객여정지도가 더 향상된 고객경험을 가져오도록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홀푸드마켓은 새로운 소형포맷 매장 오픈을 발표하며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매장이 “고객이 편리하게 원하는 제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쇼핑할 수 있는 최상의 쇼핑 경험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과 홀푸드마켓이라는 오프라인 브랜드를 연계해 자신들이 그려낸 옴니채널 쇼핑의 고객여정지도를 실험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사점
고객들은 이제 상품을 넘어 경험을 기대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다. 미국 Z세대 소비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입은 티셔츠를 사기 위해 가까운 인근 백화점에 방문할 것이다. 백화점은 비록 단층으로 작아졌지만 소셜미디어에서 트렌딩 검색어로 오른 해당 상품은 물론 진열돼 있다. 소비자는 상품의 실물을 확인하고 널찍하고 쾌적하게 꾸며진 피팅룸에서 티셔츠를 입어보고 셀카를 남겨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것이다. 미국 소매업계는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변모해 나가는 중이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이 인터뷰한 마케팅 관련 A 전문가는 “매장이 작아진다는 것은 선별된 브랜드와 상품만 입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어떤 상품이 가장 트렌디한 지 분석해 입점시킬 것”이라고 밝히며, 그만큼 온라인상에서 상품이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온라인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해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세를 탄 상품은 고객과 보다 가까워진 오프라인 매장들에서 앞다퉈 진열하려 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품들은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미국 소매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갖춰야 할 것이다.
자료: The U.S. Census Bureau, The Washington Post, The LA Times, Statista, Pixabay,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