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을 논의 중인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쟁점으로 떠오른 노동현안이 ‘근로계약 해지의 기준·절차 명확화’다. 고용노동부가 제안한 것인데, 노동계는 ‘해고요건 완화’로 간주하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노동부가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근로계약 해지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에 대한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박 교수는 2010년 정부 의뢰를 받아 저성과자·근태불량자 해고제도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 최근에는 일반해고와 관련해 노동부에 정책적인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제한에 대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나머지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 관한 규정뿐이다.
박 교수는 이런 근기법상 조항 때문에 저성과나 신체상 장애 등을 이유로 해고를 할 때 “사용자들이 근로자의 꼬투리를 잡아 근무성적 불량이나 근태 불량을 이유로 징계해고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저성과자 관리가 (대법원에서 부당성을 인정한) KT 사례처럼 퇴출프로그램으로 이용되면서 근로자에 대한 인격모독으로 이어지고 부당해고 판결·판정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신상 해고(일반·통상해고)와 행태상 해고(징계해고)를 명확히 구분한 독일이나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일반해고에 대한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근기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지만 노사갈등을 초래하는 데다 법조문의 파급효과를 예상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기준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다음 오래 걸리더라도 관행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교육훈련이나 멘토링·전환배치 등 고용유지 노력 없이 노동자를 퇴출시키는 기업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들이 성과가 매우 낮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데도 고용을 보호받는 관행을 바꾸는 '양날의 검'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부가 전반적인 노동유연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제기됐다. 정리해고 제도와 함께 해고요건 완화의 방편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퇴출프로그램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독일과 미국 등의 트렌드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은 퇴출프로그램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노사가 합의한 성과평가 기준을 만들어 최대한 합리성을 지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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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노동법의 민사법화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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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잘 읽었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