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식이가 마서 출식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 점심 같이 하자 한다.
틀림없이 술을 마실 것이기에 술 덜 마시는 출식이 차를 타자고 뻔뻔하게 걸어간다.
마서의 비석과 정려를 하늘 좋은 날 찍어야 하는데 맘만 먹고
광복 기념으로 심었다는 느티나무를 본다.
이 마당에서 매구를 치던 사람들은 다 저 세상으로 갔을 터이고,
그걸 구경하며 마동 얘(새끼)들아를 싸우자를 외쳤던 애들은 모두 이 동네를 떠나 버렸을 것이다.
지정공의 유적비를 읽지 않고 정려 안의 내용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출식이 집으로 간다.
원등을 지나며 현식이한테 전화하니 우체국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
동문회 총회 준비로 바쁜 그를 우체국 앞에서 태우고 우식이 집에 가면서 초록 포도 한상자를 산다.
우식이 집은 크다. 창고와 축사가 붙어 있는 땅은 넓다.
2층으로 안내하기에 올라가니 이미 상을 차려놓고 전어를 내 온다.
소주 여러 통을 부어 담궜다는 매실주를 큰 병으로 내 온다.
마시기가 좋아 출식이도 몇 잔 마시고 나도 계속 마신다.
매실주가 취기는 없는 듯한데 일어나니 흔들린다.
출식의 차를 타고 집에 와 차 한잔 주지 않고 보내고 낮잠을 잠깐 잔다.
5시가 다 되어 용흥사 앞에 차를 세운다.
다음 주에 동강 아이들과 함께 오를 길을 미리 걸어보기로 한다.
여러번 걸었어도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을 생각하며 걸어보는데, 힘이 없어 못 오르겠다.
거의 40분이 다 걸려 귀절암 샘에 도착해 머릴 쳐 박고 물을 붓는다.
전망대 오르는 길도 힘들다.
전망대에 앉아 동강과 고흥반도를 내려다 보다가 정상가는 능선길은 포기하고 내려온다.
이럴 때도 있는거지 뭐.
저녁 먹은 후 마당에서 보니 추석을 앞둔 달이 구름 속에 맑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