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산행이 명절 연휴인 15일로 잡힌다.
벌교 장에 다녀와 광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새벽 2시의 출발에 참여해야 하는데
음식 준비하는 바보한테도 미안하고, 나 혼자 광주에 가서 저녁 차리고 도시락 준비하기도 어렵겠다.
내가 대간을 갈 때마다 잠을 못 자고 도시락을 챙겨 비엔날레 주차장까지 다녀오는 바보는
자기도 광주로 가겠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12시에 광주로 가겠다고 결정한다.
일찍 저녁을 챙겨주어 먹고 잠들려 해도 비몽사몽 잠들지 못한다.
12시가 지나 배낭을 챙겨 운전하고 집을 나서 광주로 간다.
텅 빈 4차로 거리를 천천히 운전해도 1시 40분이 못 되어 비엔날레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엔날레 전시중이라고 예술고 앞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으로 가니 아직 차는 와 있지 않다.
한 사나이가 차 들어오는 경사로에 앉아 있어 가 대간 가시느냐 말을 건다.
그렇다 한다. 팀장이 들어오며 왜 처량하게 앉아 있느냐고 한다.
새벽 두시에 길 바닥에 앉아 잇으니 그럴만하다.
처음이 솔라티를 운전하고 들어오고 조수석에 앉은 동양도 처량하게 보인다고 한다.
15인승의 작은 차에 몇 자리가 비어 있다. 우린 9명이다.
고속도로 어둠 속을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린 잔다.
어깨가 흘러 무겁다는 말이 들린다. 어느 휴게소에 들른 듯한데 난 내리지도 않는다.
차는 5시가 넘어 동쪽 하늘이 약하게 물들어질 무렵 괴산군 어느 작은 도시에 닿는다.
떡만두국과 순두부로 아침을 먹고 30분 남짓 이동하여 고개에 차가 멈춘다.
팀장과 햇빛 등이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입구를 찾는다.
버섯채취 금지라는 프랑이 걸려 있다.
버리미기재라는 곳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난 따라다니는 몸이라 사전에 산행 코스 공부도 안한다.
난 사전 조사하고 몸으로 확인하고, 돌아와 글(엉터리이지만)과 사진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주체적이지 않으니 의존하며 깊이 몸에 익히지 못한다.
울타리를 따라 끝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윤회 악수도 못하고 잠깐 올라 묘지에서 출발 사진을 찍는다.
숲길은 상큼하다. 아직 뜨거운 날씨는 변하지않았는데 숲은 이슬에 젖어있고 거미줄 사이에 구절초도 피어나고 있다.
참나무 숲길 사이에 큰 바위가 안개 속에 나타난다.
낮은 오르막을 몇번 오르니 장성봉 1지점 이어 2지점 등이 나타난다.
4지점까지 보이더니 동그스름한 자연석에 장성봉이 한자로 써 있다.
서로 사진을 찍고 길을 재촉한다.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숲길이 상쾌하여 힘들지 않다.
구절초가 자주 유혹하고 이름모를 버섯들이 여러 모습으로 보인다.
한 시간을 또 걸었을까, 바위 위에 조망이 보일 듯도 한데 먹탕이어서 더 간다.
작은 봉우리를 오르니 너른 바위들이 나타난다. 바위 사이에 소나무도 있어 배낭을 벗고 일행을 기다린다.
햇빛과 대천사님의 사진을 찍고 바위를 걸어오는데 팀장님이 왜 위험한 데로 가느냐고 한다.
난 무심결에 난 괜찮습니다라 대답하니 꼭 산 못 탄 사람들이 난 괜찮다고 말한다고 한다.
속으로 기분이 확 나빠진다. 올라와 배낭에서 술을 꺼내 나누려는데
뒤에 올라오신 산꽃님이 바위에서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팀장은 또 왜 그리 조심하지않느냐고 질책을 하신다.
바위에 이끼가 끼고 젖어있어 미끄러우니 위험하다고 하며, 미리 바위를 보았다 하신다.
나까지 또 머쓱해진다.
간식과 술을 나눠 먹고 또 능선을 걷는다.
내리막이 이어진다. 하늘도 점차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색을 보인다.
10시가 지나니 배가 고픗해진다.
5시 무렵 아침을 먹었으니 5시간이 넘었다. 악휘봉 아래서 먹자고 한다.
앞서가던 동양과 처음이 반대쪽에서 오는 산꾼들과 대화 중이다.
나이가 77?이라는 어른은 얼굴이 팽팽하다. 서로 차의 열쇠를 바꿔 그들이 차를 갖고 은티마을로 오기로 했다 한다.
악휘봉 갈 사람은 미리 출발하라고 한다.
동양을 따라 악휘봉으로 오르는데 대천사님도 따라 오신다.
악휘봉은 그리 멀지 않다. 봉우리 오르기 전에 소나무 옆에 뾰족하게 솟은 바위는
내려오며 보자고 한다.
악휘봉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다가 촛대바위애 들어간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오니 일행이 길 위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햇빛이 가져 온 맛있는 술을 욕심부려 마신다.
다시 챙겨 바위를 넘는다. 하늘이 열린다.
줄이 걸린 바위를 내려가자 은티고개다.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다.
앞쪽에 거대한 봉우리가 버티고 서 있다.
팀장님이 처음 참여한 늘품님이 힘들어 한다고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을 하신다.
처음과 동양은 더 가고 싶어하는 거 같고, 늦게 도착한 늘품도
자기는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대장님은 명절에 차 막힐 수도 있으니 여기서 하산하자고 하신다.
동양이 나의 의견을 묻지만 난 집행부가 결정하는대로 따르겠다고 한다.
더 걷고도 싶지만 그만 걸어도 좋겠다는 몸의 유혹이 있다.
결국 모두 은티마을로 하산한다.
늘품과 이야기하다보니 고향이 고흥 포두이다.
나보다 띠동갑 이상 아래다. 쌍촌동의 일식집 주방장이라고 해 나중 알고보니
나도 아이들과 가 본 집이다.
그와 뒤에서 그는 숲을 보고 감탄을 하고 난 꽃을 찍으며 내려온다.
일행은 너른 주차장 가의 정자에 앉아 쉬고 있다.
우리의 출발지로 가던 산꾼이 차를 가져오길 기다린다.
건너 푸른 산위의 구름이 몽실하다.
차가 오고 사과나무가 보이는 도로를 따라 목욕탕에 간다.
작은 목욕탕에서 씻고 나와 어느 고속도로인지도 모르고 잠을 잔다.
여산휴게소에서 쉬었던가?
광주 용봉동 참숯총각집에서 삼겹살을 먹는다. 가족 손님이 많다.
난 술을 참지 못하고 차를 포기한다.
정팀장에게 팀장의 책임감이 힘들거라고 산에서의 나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사과한다.
처음에게 솔라티를 농성역 돌라 하여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선교로 간다.
첫댓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