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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리의 타고난 직관을 알아야
세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달에서 반경 1미터의 납덩이와 10센티미터의 납덩이를 20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어느 쪽이 먼저 땅에 닿을까? 왠지 큰 납덩이가 먼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수세기 전에 갈릴레오가 두 납덩이는 동시에 떨어짐을 증명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직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백신반대론과 기후 변화 부정론을 펼치고 지구편평설, 창조설을 믿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타고난 직관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주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의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은 여러 심리학 실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12가지 직관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믿음이나 생각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 저자 소개
앤드루 슈툴먼
미국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Occidental College의 심리학과 교수로 프린스턴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싱킹 랩Thinking Lab’을 운영하며 과학 교육에서의 개념 발달 및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영역 특이적 개념을 어떻게 획득하는지 그리고 영역 일반적 추론 전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수여하는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했고, 제임스 S. 맥도널 재단이 수여하는 인간 인지 부문 학자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상상하는 법 배우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학Learning to Imagine: The Science of Discovering New Possibilities》이 있으며, 〈인지Cognition〉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등에 수십 편의 논문을 썼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뉴요커NewYorker]와 같은 대중 매체에도 글을 기고해 일반 대중에게 과학적 이해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 목차
목차
들어가며 왜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 9
제1부 왜 우리는 물리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제1장 물질-왜 우리는 물질의 보존을 이해하지 못하나 · 33
제2장 에너지-형체 없는 열, 빛, 소리에 대한 오개념들 · 58
제3장 중력-중력과 질량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 81
제4장 운동-고갈되지 않는 기동력의 흔적들 · 102
제5장 우주-왜 아직도 지구가 편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 125
제6장 지구-기후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 148
제2부 왜 우리는 생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제7장 생명-인간은 인간 중심으로만 생명을 이해한다 · 177
제8장 성장-활력론의 끈질긴 생명력 · 204
제9장 유전-본질론으로는 유전을 이해하기 힘들다 · 231
제10장 질병-바이러스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직관 · 257
제11장 적응-진화에 대한 오해의 견고한 뿌리들 · 283
제12장 계통-창조설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 · 308
나가며 세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 · 335
감사의 말 · 356
옮긴이의 말 · 362
주 · 364
참고문헌 · 378
찾아보기 · 409
🖋 출판사 서평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탁자 위에서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수백 번도 더 봤을 이 상황을 우리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실험을 위해 흰 종이 위에 탁자에서 떨어지는 공의 궤적을 그려보자. 당신은 공이 탁자 끝에서 수직으로 똑바로 떨어지는 것처럼 그렸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공의 궤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어린아이일 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틀을 마련한다. 가령 우리는 물건이 떨어지면 그것이 수직 방향으로 곧게 떨어진다는 직관을 가지고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 바로 아래에서 떨어진 물건을 찾는다. 두 살밖에 안 된 아기들도 이런 직관을 가진다. 아마 이런 직관은 생존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기에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얼을 그릇에 부을 때 시리얼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할 수 있어야 흘리지 않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영유아기 때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천적 직관과 후천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얼기설기 엮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론을 형성한다. 저자는 이를 ‘직관 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런 직관 이론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한 면이 있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직관 이론으로 기동력 이론이 있다. 많은 사람이 운동하는 물체가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운동이 멈추는 건 바로 그 내부의 힘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이런 직관 이론은 실제 현상의 일부분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앞에서 본 낙하하는 공의 궤적과 같이 실제 현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기동력 이론을 극복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뉴턴 역학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 시간에 뉴턴 역학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기동력 이론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반박 증거에도 불구하고 직관 이론들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힌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직관 이론은 우리가 세계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백신반대운동, 기후 변화 부정론, 지구편평설, 창조설을 믿는 이유는 이런 ‘썰’들이 우리의 직관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의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은 이 책에서 물리의 세계(물질, 에너지, 중력, 운동, 우주, 지구)와 생물의 세계(생명, 성장, 유전, 질병, 적응, 계통)에 대한 직관 이론을 분석하며 왜 우리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한다.
왜 중력, 관성, 열과 같은 과학 개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까?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직관 이론들
우리가 과학 시간에 배우는 개념들 중 아무리 외워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있다. 가령 밀도나 운동량, 열, 원자, 관성, 중력, 공통조상, 자연선택 같은 개념이 그렇다. 이들 개념들은 우리의 직관 이론에 반해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렇듯 직관 이론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 막는다. 슈툴먼이 다루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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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에 대한 직관 이론
어린아이에게 지구 반대편에 다른 친구가 산다고 말해주고 그 친구가 공놀이를 하다가 공을 위로 던지면 그 공이 어디로 갔을지 물어보자. 그 공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은 어른들에게는 너무나 자명하지만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중력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여기기 때문에 공이 우주 밖으로 날아간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라고 중력에 대해 올바른 직관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정원에 아주 깊숙한, 너무 깊어서 지구의 중심을 지나 반대편까지 가는 우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우물에 돌을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돌이 지구의 중심을 지나 지구 반대편 우물에서 툭 튀어나올 거라고 답했다면, 여전히 당신에게 중력에 관한 직관 이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밀도에 대한 직관 이론
우리는 원자를 지각할 수 없다.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이 작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체마다 밀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큰 물체를 물에서 가라앉고 작은 물체는 물에 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보다 밀도가 낮은 물체는 그 무게가 얼마든, 그 크기가 어느 정도든 관계없이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 또한 물보다 밀도가 높은 물체는 아무리 작아도 물에 가라앉는다. 집보다 큰 나무 조각은 물에 뜨지만 손톱보다도 작은 쇠공은 물에 가라앉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실은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밝혀진 원리다. 우리 모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몸을 담그다 부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사건을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의 직관은 여전히 물에 뜨는지의 여부를 그 사물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는 우리가 밀도를 지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에 대한 직관 이론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계속 직선으로 걷고 또 걷는다면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보자. 많은 아이가 한 방향으로 쭉 걸으면 결국 지구의 끝에 가닿고, 거기서 더 걸어가면 우주로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다. 재밌는 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도 이렇게 답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지구를 그려달라고 하면 실제와는 전혀 다른 '둥근' 지구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지구는 전체적으로 구형이지만 상반부는 비어 있고 사람들은 지구의 빈 상반부의 아래쪽에 깔려 있는 편평한 땅 위에 사는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기원전 2세기에 이미 밝혀졌지만 우리는 땅이 둥글다는 직관을 여전히 떨치지 못한다.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화에 대한 직관 이론
다윈 이후 우리는 진화론이란 훌륭한 생물학 이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 원숭이에서 '변화'된 것이라는 직관을 떨치지 못한다. 예컨대 원숭이, 유인원, 원시인, 인간을 순서대로 정렬한 영장류의 행진 그림은 원숭이는 유인원을 낳고, 유인원은 원시인을, 원시인은 인간을 낳았다는 잘못된 생물관을 반영하지만 우리가 진화에 대해 가지는 직관이 바로 이런 것이다. 유인원은 인간보다 더 원시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인간과 유인원은 각각 오랜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진화해왔다. 유인원은 우리의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지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조상은 아니다. 유인원을 조상으로 오인하는 것은 사촌을 할머니로 오인하는 것과 같다.
질병에 대한 직관 이론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병 그 자체로부터 세균이나 바이러스, 즉 미생물의 존재를 도출하지 못한다. 너무 작아 지각할 수 없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이 병을 전파한다는 생각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미생물은 여전히 직관에 반하는 물질이므로 우리는 여전히 병에 대한 잘못된 직관을 가지곤 한다. 가령 아프리카 주민들은 AIDS가 바이러스에 의해 퍼진다는 것을 알지만 병의 원인으로는 마녀나 저주를 꼽았다. 미생물과 병을 완전히 연결시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무렵 이를 ‘Yellow Flu’라고 부르며 아시아인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혐오를 드러내던 사람들의 심리에도 이 병이 아시아인들의 특징이라고 여기는 직관이 일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잘못된 직관을 극복하고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확립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잘못된 직관은 우리가 올바른 행동 방식을 수립하는 데 방해가 되며 나아가 사회의 안녕을 해칠 수 있다. 그동안 과학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세상에 대한 쓸모 있는 지식을 발굴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직관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올바른 과학 이론을 배우는 것이 시급하다.
유전자에 대한 직관 이론
유전자와 신체적 특징 간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인종이나 심지어 성별을 결정하는 단일한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인종이나 같은 성별의 두 사람이 공유하는 유전자는 그들이 공유하지 않는 수백 개의 유전자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할 만큼 적다. 반면 우리는 유기체의 성장과 발달에 관해 본질론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본질론이란 한 생물체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특징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본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우리의 본질론은 유전자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본질과 유전자를 연관시켜 생각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특성들(지능, 충동성, 정신병 등)에 유전자가 기여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하여, 이러한 형질들이 변하지 않고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구분(인종, 성별, 성적 성향 등)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여길 때 우리는 각각의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된다.
건강에 대한 직관 이론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고(과식) 섭취한 칼로리에 비해 적은 칼로리를 소모하면(운동부족) 살이 찌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식과 운동부족 중 무엇이 더 근본적인 체중 증가 원인일까? 의학 전문가들은 과식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과식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운동 자체는 체중에 근소한 영향만 미칠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와 반대의 직관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그럴 경우 더 쉽게 살이 찌곤 한다. 예컨대 체중 증가의 근본적 원인으로 운동부족을 꼽는 사람들은 과식을 꼽는 사람들보다 체질량 지수가 9퍼센트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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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직관 이론은 일관된 내부 논리가 있고 세상에 널리 퍼져 있으며 그를 반박하는 증거 앞에서도 완고하다. 심지어 어떤 이론은 우리가 성인이 되고 올바른 과학 이론을 배운 이후에도 계속 남아 우리에게 혼란을 일으킨다. 예컨대 생물학 교수에게 생각할 시간을 얼마 주지 않고 살아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도록 하면, 동물보다 식물에 대해 판단할 때 더 느리게 반응한다. 즉, 직관 이론은 과학적 이론에 의해 대체된 이후에도 우리의 무의식 속에 오랫동안 남아서 우리의 생각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과학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그것이다.
토대가 잘못된 이론에서 올바른 사실을 길어 올릴 수도 없다.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단순히 믿음이나 생각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생각을 일어나게 하는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관 이론에 대해 알리고 그 직관들이 어떻게 우리가 생각의 길을 잃게 만드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기본 개념을 바꿔야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 중 하나다. 거의 모든 과학자가 입을 모아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들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이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다음은 환경 보호를 촉구하기 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 연설 중 일부다.
“지구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행성입니다. 지금부터 몇 년 후, 저는 제 아이들과 손주들의 눈을 바라보며 우리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구를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로 등장시켜 듣는 이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감동적인 연설이지만, 사실 이러한 연설은 반대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왜 그럴까? 반대자들이 이를 그저 정치 성향의 차이로만 보기 때문일까? 슈툴먼은 지구를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여기는 관점은 우리의 직관 이론과 배치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견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직관 속에서 지구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므로 우리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각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보다 효과적인 접근 방법은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가르치고 97퍼센트의 과학자가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조차 지구 온난화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흔히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부분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수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수사들이라도 우리의 직관 이론에 위배되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오히려 인지적 자극이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더 적합한 것이다.
2002년 SARS의 유행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후, 홍콩의 심리학자 테리 킷퐁 오는 아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독감 예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그는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독감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가르치고 다른 무리에게는 독감의 발생 원인을 가르친 뒤 이러한 교육이 아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비교했다. 학생들에게 독감의 원인이 살아 있는 생물체, 즉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을 가르쳤을 때 그 효과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독감 예방법을 배운 아이들은 배운 범위 내에서 독감에 걸릴 위험이 있는 상황을 잘 찾아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배운 행동만을 찾아내는 데 그쳤다. 반면에 독감의 발생 원인을 배운 아이들은 교육받은 것뿐만 아니라 교육받지 않은 것들까지 모두 찾았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따로 손 세정제의 필요성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독감의 발생 원인을 배운 아이들은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독감의 원인을 배운 아이들만이 손으로 안면 마스크를 만지는 것이 위험한 행동임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그밖에도 슈툴먼은 우리의 직관 이론을 수정하고 기본 개념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밀도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저 농도가 짙은 주스와 연한 주스를 비교하는 것보다는 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우리의 직관에 따르면 지각할 수 없는 물성인 ‘밀도’는 지각할 수 있는 물성인 ‘묵직함’과 구분되지 않으므로 밀도의 ‘현상’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올바른 개념을 가지기 힘들다. 직관 이론을 반영하지 않은 교육은 학생들에게 사물의 진정한 현상을 가르쳐주지 못한다. 우리가 개념에 대해 가진 직관 이론을 분석하고 학습자들이 잘못된 이론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교정해주고, 불완전하다면 보충해준다. 효과적인 교육이란 아이들이 가진 직관 이론과 올바른 과학 이론 사이에 길을 놓는 것이다.
직관 이론을 넘어 과학적 교양이 필요한 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제 과학적 지식은 단순히 알면 더 좋은 것을 넘어 삶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2019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대유행이 바로 과학적 교양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전염병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했던 각국 정부는 초기 대응에 미흡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결과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던 감염병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일반 대중들 또한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것은 마찬가지다. 병의 확산을 막는 데 마스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지도 모를 손으로 마스크를 만지기 일쑤였다. 이는 우리가 병의 원인에 대해 잘못된 직관 이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의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다. 하지만 이들 미생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직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오랫동안 우리는 병의 원인으로 잘못된 생활 태도, 평소의 악행, 신의 저주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병의 원인이 미생물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평소에도 병을 막기 위해 올바른 습관을 들이기 힘들다. 잘못된 직관 이론이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직관 이론은 현재 상황을 대처하는 이론으로서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이 협소하고 설명 방식 또한 얕다. 반면에 과학 이론은 과거에서 미래까지, 관찰할 수 있는 것에서 관찰할 수 없는 것까지 전체적인 것을 다루며, 세상에 대한 인과 관계를 이야기한다. 과학 덕분에 더 정확한 근본 원리를 터득하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이토록 과학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우리 또한 그에 걸맞는 방식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사회에서는 과학에 대해 무지해도 그럭저럭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기본적 능숙함도 필요하다. 기본적인 과학 개념도 이해할 수 없다면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현대의 삶의 방식은 과학에 의존하고 있기에 우리는 과학의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 즉 직관 이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매혹적인 책이다. 슈툴먼은 학생과 대중을 위해 과학 교육을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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