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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파견된 보육 시설에는 미사전례를 도와주는 전례단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미사 전에 제대에 놓인 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뭔가 교통정리를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복사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다뤄보려 합니다.
제대에 놓인 초는 미사 전에 불을 붙여 놓아야 합니다. 제대 초에 점등은 보통 복사들의 몫입니다. 교회법상 초에 어떤 순서대로 점등하라는 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미사 전례의 봉사자 그룹을 이루는 복사단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지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어릴 때 복사단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아마도 그때 배운 기억으로 제대의 가운데 놓은 십자가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있는 초에 먼저 불을 붙이고, 왼편의 초에 불을 붙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놓인 초들이 제대 십자가 양쪽으로 복수인 경우 우선 오른편에 먼저 점등을 하게 되는데, 순서는 십자가에 가까운 초부터 바깥 초 순서로 불을 붙입니다. 왼편의 초도 십자가에 가까운 쪽에서 바깥쪽으로 점등하면 되겠습니다.
부활시기와 세례, 장례미사 때는 제대 옆에 부활초가 등장합니다. 부활초는 어떤 초보다 우선시됩니다. 따라서 부활초가 있을 경우 부활초부터 먼저 불을 붙이고, 앞서 언급한 순서대로 점등합니다.
가끔 불붙이는 데 신경을 곤두세워 제대에 인사도 하지 않고 신속히 일을 처리하는 복사들을 보게 됩니다. 제단 앞에 나서면 늘 먼저 할 일이 제대를 바라보고 몸을 굽혀 예의를 갖추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제대 초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묘사해 보면, 심지에 불을 당겨 나온 복사는 먼저 제단 아래 중앙에 서서 제대를 향해 정성껏 몸을 굽혀 인사를 한 후, 제대 오른편의 초에 점등하고 이어서 왼편의 초에 점등합니다. 자연스레 제단 중앙을 다시 거쳐 가게 되는데 그때도 정중히 제대를 향해 절을 하고 지나갑니다. 방금 전에 했는데 또 하는 것은,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장엄하고 멋있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소등할 때는 역순으로 하면 됩니다. 나중에 켠 왼편의 바깥쪽 초부터 제대 십자가에 가까운 초까지 끄고, 오른편도 바깥쪽에서 안쪽을 향해 소등해 오면 됩니다.
만약 순서를 착각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복사가 계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를 켜는 순서가 좀 어수선했다고 해서 미사가 잘못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디테일이 전례를 절도 있고 장엄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만큼 전례에 참여하는 복사들도 몸가짐이 신중해질 것입니다.
놓인 초들이 제대 십자가 양쪽으로 복수면, 오른편에 먼저 점등을 하게 되는데, 순서는 십자가에 가까운 초부터 바깥 초 순서로 불을 붙입니다. 왼편의 초도 십자가에 가까운 쪽에서 바깥쪽으로 점등하면 됩니다. ⓒ배선영 기자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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