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내 마음이 있는 곳이 내가 있는 곳이다]
有浮雲富貴之風 而不必巖棲穴處
유부운부귀지풍 이불필암서혈처
無膏황泉石之癖 而常自醉酒耽詩
무고황천석지벽 이상자취주탐시
부귀를 뜬구름으로 여기는
기풍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산골 깊숙이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연을 좋아하는 취미가 없더라도
늘 스스로 술에 취하고
시(詩)를 즐기는
풍류(風流)를 알면 된다.
[해설]
부귀를 뜬 구름처럼
가볍게 여긴다고 해서
꼭 속세를 피해
산 속에 들어가 살 필요는 없다.
그런 뜻이 참으로 확고하다면
아무 곳에 살든 무엇이 자신을 유혹하겠는가.
옛날 아주 큰 은자(隱者)는
산곡(山谷)에 숨어 사는 것이 아니라
저자 거리로 몸을 피해
살았다고 한다.
산수를 즐기는 아취가 없어
생활과 정서가 무미건조한 사람이라도
가끔 취흥을 일으켜
시를 읊조리면 나쁠 것이 없다.
당(唐)나라 때의 시인인
백낙천(白樂天)의 시에
'대은자(大隱者)는 조시(朝市)에 살고
소은자(小隱者)는 산으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바로 이 구절과
맥을 같이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