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보다 통근열차를
포항에 KTX 열차를 유치하자는 서명지가 직장에 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나서고 본격적으로 KTX 포항유치위원회까지 만들어진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KTX 가 연결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 도시가 되어버린 포항시민의 입장에선 KTX 노선이 연결된다면 현재보다 1시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에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KTX 유치보다 더 필요한 것은 서민의 발인 무궁화호와 통근열차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철도공사는 2007년 6월 1일부터 철도운행 시간을 변경하면서 동대구에서 포항으로 오가는 통근 열차 6편을 3편으로 줄이고 무궁화호도 5편에서 4편으로 줄이기로 하였다. 이제 따라 새벽 5시 20분 동대구에서 포항으로 떠나는 통근 열차는 아예 없어지게 된다. 이 통근 열차는 대구 방면에서 포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물론, 경주권에서 포항역 주변에서 열리는 새벽 시장에 신선한 야채와 농작물을 내다팔기 위해 보따리를 들고 타는 농촌의 할머니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근열차를 없애므로 새벽 시장은 점차 활기를 잃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첫차가 없어지므로 대구에서 포항까지 기차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기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동대구에서 5시 20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포항에 7시 24분에 도착하여 실제적으로 대구-포항간 통근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6월 1일부터는 06:05에 출발하는 유일한 통근 열차를 이용하면 포항에는 8시 11분에 도착한다. 직장에 따라서 포항역에 7시 30분경에는 도착해야 다시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직장에 출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열차는 더 이상 통근 기능을 하지 못한다.
포항-동대구간 요금을 비교해보자. 통근열차 2,700원, 무궁화호 6,400원, 새마을호 9,300원이다. 대구-포항간 시외버스 요금은 6,000-6,600원이다. 동대구에서 포항까지 이어지는 대구선과 동해남부선은 선로가 하나밖에 없는 단선이기에 통근열차나 새마을호나 소요 시간은 별 차이 나지 않는다. 새마을호가 1시간 45분대에 가지만 여러 역을 정차하는 통근열차도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새마을호 요금은 통근열차 요금의 3배 이상 든다. 직선 거리도 7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구와 포항 사이는 실제로 통근이나 통학이 가능하다. 소요 시간도 1시간 대로 수도권과 비교하면 일상적 거리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통근 열가가 50%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하루 통근 비용으로 무궁화호 이상은 실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 수도권 광역 전철노선을 생각해보면 쉽게 비교된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전철 요금이 2,500원이다. 천안에서는 서울까지 출퇴근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대구와 포항은 출퇴근하기에는 너무도 힘들고 어렵다. 기차도 없고 비용도 무척 비싸다는 얘기다.
그러나 만일 KTX가 포항에도 연결된다면 그나마 남은 통근열차나 무궁화는 사라지고 새마을호와 KTX만 남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철 사장이 취임한 이래 공공 기능을 약화시키고 오로지 수익을 올리기에 급급한 철도공사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또렷하게 보인다. 동대구와 포항 사이 KTX 요금은 적어도 1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이다. 통근하기엔 불가능한 요금으로 설령 KTX 가 포항까지 연결된다 하더라도 수요가 많지 않아 적자 구간이 될 것이다. 현재 포항-서울 간 항공 노선도 승객이 적어 하루 4편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결국 서민들의 발을 묶고 일부 부유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KTX를 유치하는 셈이 된다. KTX 유치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 교통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동해안 주민들을 위해서는 영천에서 포항으로 바로 연결하는 철도 건설이 필요하고 동해중부선이 빠른 시일 안에 건설되어야 한다. 이렇게 서민을 위한 정책이 실현되지 않으면 포항의 인구 감소 추세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고 추진되는 KTX 포항유치운동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첫댓글 그렇군요..다시 알았습니다. KTX는 일부분의 사람에게만 편하다는것을.. 서민들의 발을 묶고 주머니만 더 부르게 할려는 철공의 무자비한행동.. 에혀.. 아무튼 통근열차편성이 다시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ㅜ
저역시 글 쓰신분과 비슷한 생각이지만 약간 딴지를 걸겠습니다. 조금 거슬리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KTX가 연결된다고 해서 통근열차가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직결을 한다고 해서 부유한 사람만 탑승 합니까?
그만큼 철도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된다는 뜻으로 해석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만...
마지막에 사회공공성이라는 말이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것은, 철도공사야 하나의 기업으로 이윤추구에 목을 매는 것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KTX유치에 목을 매면서 정작 필요한 것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 ㅡ 큰 실적에만 눈을 돌리는 지자체의 행동입니다. 말이 되지 않는거죠. 돈이 될지 되지 않을지 모르는 KTX유치에는 그렇게 목을 매면서, 약간의 손해에도 지역민의 발이 되어 줄 통근열차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하여튼 대민기관에서 지역민의 소리를 귀담아들었으면 하는 (어쩌면 당연한) 소망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정곡을 딱 찌르셨습니다. 전시행정에 급급해 생색이나 내는 지자체나 이윤추구에 눈멀어 일부고객을 내쫒는 정책을 하는 쇠공이나 제정신 못차리고 있죠.
근래 포항을 몇 번 다녀온 바에 따르면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실제 동대구-포항간에는 몇몇 대읍인 하양-영천-금장/경주-안강만이 어느 정도 의미있는 승하차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시외버스에 비교해 볼 때, 통근열차의 운임은 오히려 덤핑서비스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합니다. 포항터미널에서 조회해 보니 경주까지 2,700원, 영천까지 4,000원, 대구 3개터미널까지 7,000원이군요. 입석이라고는 하나 이 반값도 되지 않는 통근열차에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을 뿐입니다. 요금을 무궁화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리든지 (이 쪽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면 장사 접든지 말입니다.
지자체에서 철공과 계약을 맺고 운영손실분을 보전해주는 쪽으로 가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쓸때없이 이용하지도 않을 KTX 유치에 뻘돈 날리는 것보다는 유익할꺼라 믿습니다.
이용하지도 않을 KTX라... 포항-동대구 새마을에서 KTX로 옮겨타는 사람 수 생각하면 그리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만. 2011년이라면 신경주 통해 서울에서 2시간 남짓에 갈 수 있을 때입니다. 지금처럼 KTX 끼고도 4시간 걸리는 게 아니라요. 2011년에는 이미 동대구-포항은 생각할 이유가 없죠.
우리나라처럼 시외버스망이 잘 발달되어 있는 상황에서 돈 조금 더 내더라도 빠른 시외버스를 타겠다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는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무궁화호 지방노선이나 통근열차 운행은 만성적인 적자로 연결될 것이고 이로 인한 손실을 누가 보상해주느냐가 문제될 것입니다. 철도공사가 보상받을 길이 없다면 결국 자체적으로 이윤추구를 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나 사회주도세력들이 학생,노인 등의 경제적 약자를 위한 공공철도를 이제 부인하는 모양인 상황에서 특히 더 그렇구요
동대구-포항간 통근수요가 그렇게 많았었나요? 통근하기엔 그리 가깝지는 않은 거리인데. 대구서 출퇴근 가능지역은 시간상 구미나 영천, 청도, 경주까지가 한계인거 같습니다. 실제 주간에 동대구-포항간 CDC 타보면 나이많은 어르신과 대학생들이 수요의 90%를 차지하는거 같습니다. 암튼, 통근열차가 KTX개통전만해도 동대구-포항간 편도만 하루 9회에 달했는데, 이제는 그 1/3인 3편까지 줄었네요. KTX가 포항까지 들어가지도 않는데 이렇게 줄면 KTX들어갈때면 통근열차는 사라질거 같습니다.
참고로 2005년 포항역 이용객 수를 보면 새마을이 14.9만명, 무궁화가 11만명 (환승무궁화가 그때쯤 생겼죠) 이고 통근이 109만명으로 나옵니다만, 재미있는 게 강차인원은 지금은 폐지된 '제철역' 강차가 36만명으로 포항역과 비슷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포항제철 내부 통근인원을 제외하면 통근열차 이용객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2006년 통계에서 더욱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게다가 통근수요를 잡으려면 새벽의 운행수가 중요할 뿐 낮시간에는 지금도 전혀 의미없는 운행일 뿐이죠.
사실, 울산이나 포항 이 도시 모두 1960년대 중반이후 산업화 및 주요 산업체가 들어서면서 부터 발전한 도시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신생도시의 경우 다른 지역과의 연계성이 약합니다. 즉, 이 말은 각 다른 도시(경주,울산, 멀면 영천정도 되겠습니다만)와의 통근승객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한가지 예를 들자면, 지금에서야 울산-부산 광역전철이 추진, 건설되고 있는데, 이는 울산과 부산이 서로 맞붙어있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계가 약하여, 이동하는 인구가 적다는 이야기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늦은 시기인 이제서야 사업을 하는거겠죠. 인구많은 광역시들끼로 접해 있지만, 서로 연계교통수단은 동해남부선 기차 몇편과, 시외버스 몇개노선(울산-부산, 울산-해운대 등)과 좌석버스 몇개노선등으로도 충분히 감당해 내는게 현실이니까요.
팔당역님의 의견에 조금 토를 달겠습니다. 울산-부산-마산 광역전철 사업이 이제서야 건설되는 것이 "서로 연계가 약하여 이제서야 추진되는 것이다"고 하셨는데. 서로 연계가 약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는 말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이미 80년도 부터 울산-부산-마산을 묶어 광역전철을 운행해야된다는 의견이 나왔으니까요. 울산이나 창원 등 신생도시는 비록 출퇴근은 그 해당도시에서 충족이 되어도 상업, 서비스업 등은 거의 인근 기존도시 (부산, 마산)에서 해결해야 했던지라 당시에도 광역전철구상이 헛생각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I am a Tripholic^^* 님의 의견에 보충설명을 조금 더 달고자 합니다. 울산-부산-마산 광역전철이 수도권전철에 비해 추진이 늦어진 이유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일제시대에 복선화된 경부선(서울-수원), 1965년에 복선화된 경인선(서울-인천)이 전차선만 가설하는 것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서, 동해남부선(부전-울산)과 경전선(부전-마산)구간은 거의 새로 놓아야했기에 막대한 건설비용에서 오는 부담도 "아직 광역전철이 공사중"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재미있게도 일본의 지방철도 수요를 지탱하는 건 학교입니다. 상당수의 노선에서 (특히 근래 폐선된 사철) 수요 중 90% 이상이 학생정기권인 경우가 나타나죠. 예컨대 히메지에서 고베까지 신쾌속을 탔더니 그 거리를 따라 통학하는 학생이 적잖게 보였습니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학생들은 평준화 정책 때문에 대부분 근거리 학교에 다니게 되어 철도 수송수요를 받쳐주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의 도시들이 일본처럼 철도를 따라 생긴 경우가 드물기도 하고요.
우리 나라에서 대부분 지방은 평준화가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기차를 타지 않는 것은 대부분 고등학교들이 스쿨버스를 운행하기에 그렇기도 할 것입니다. 포항의 경우 있는 철도도 걷어내고, 통근열차를 줄이는 판에 학생들도 기차를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하나 추가하는 것을 잊었군요. '인문계 진학시 타시군 학교를 지원할 수 없습니다' 사실 연오랑님 생각보다 평준화가 되고 있는 곳은 많습니다. 군단위에서도 적잖게 있지요. 시군 내의 단거리에서 철도 통학은 일본이더라도 그렇게 현실적인 건 아닙니다. 역에까지 버스 왕복하는 정도면 학교까지 갈 수 있다면 누가 철도를 타겠습니까.
2004년 현재 일반계 학교의 50.4%, 학생의 61.1%가 적용받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포함해 24개 지역에서 시행중이라고 하죠.
적어도 울산 부산 경남지역(대구 경북은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평준화하는 걸로 압니다.. 그리고 철도청이 아니라 정부지원이 없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철공입장에서 통근열차를 무리하게 늘려서 운행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런지 싶습니다 동해남부선복선화가 되면 열차편성수가 지금의 배이상 많아질 것이니 그때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공공성이라는 명분도 공의 주체가 되는 정부의 지원이나 대책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전무한게 현실이죠 현재 철공이 소위 말하는 공공성까지 지킬려고 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정책이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 어쩔수 없다(무조건 이렇게 받아들이라는 건 아닙니다)는 현실적인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군요
소수를 위해 다수를 버리게 되는군요.. 그게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듯 합니다. 글구 동대구-포항 통근열차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운행편수를 줄이기보다는 늘리는 쪽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윗분들 말씀대로 저렴하고 새마을호하고 시간차이도 얼마 안날바엔 차라리 통근을 증편시킴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철도공사 사원은 아닌데,수익성이 떨어지는 공공철도로써의 무궁화 지방노선과 통근열차를 운행을 줄이면 소수를 위해 다수를 버릴 수 있다는걸 그 사람들도 모르진 않을겁니다. 그러나 눈앞에 닥쳐있는 산더미 같은 적자를 생각하면 싸데기 백만대 맞는 한이 있어도 일단 돈은 챙기고 볼 일일 겁니다. 적자를 누가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직접 연결되는 와중에서 통근열차가 아무리 싸다고 해도,,시간은 가난한 자에게도 금이라서,, 대부분은 돈 조금 더 내고 훨씬 빨리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통근열차가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일지는 몰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꼭 가격경쟁력만을 따지진 않아요
비교적 오래된 글이지만, 여수행님을 필두로해서 굉장히 '돈' 의 관점으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심하군요. 당장 경주등지에서 대구나 포항으로 통학을 하던 대학생들이 이로인해 굉장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되었습니다. 주장하신 무궁화화? 그나마 통근열차시절 승객들 다빠져나가고 대실패해서 2011년 지금현재는 완전 폐지되었다가 겨우 4편성 운영되는 꼴입니다. 시외버스 7400 원인데 엄청나게 비싼금액입니다. 비싼 기준이 뭐냐? 바로 수도권이죠. 철도공사의 적자를 세금으로 다 보전해주더라도, 지역간의 심각한 생활에대한 격차를 방치하는것은 엄연한 '위헌' 임을 확실히 새겨둬야 할것입니다.
지역 통근열차의 경쟁력부재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철도투자가 수도권위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써 낙후된 철도망으로인한 절대적 경쟁력 감소,(즉 같은거리임에도 현격한 운행격차와 수송원가 자체가 국가의 책임으로 차별의 핑계가 될수없음.) 그리고 정부정책의 실패로 인한 지역쏠림현상으로인한 인구, 산업감퇴로인한 수익성 악화또한 국가 스스로의 책임이므로 이것에대한 쏠림대상지역과의 차별은 스스로의 과실에의한것이므로 절대로 핑계가 될수없습니다. 참고로 국가는 격차뿐 아니라, 그 격차가 있을시 그 격차를 해소해야할 의무를 가지고있음 역시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