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김석진
나이 들어 눈이 어둡고 침침해지니
별이 잘 보인다.
나이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작은 험담 안 들린다.
마음에 달이 뜨면 늘 여유롭고 한가하다.
보름달을 띄워놓고 한가위를 맞는다.
나이 들어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밥맛이 돌아온다.
물맛이 제 맛이다.
젊은 시절 시간을 쪼개가며 닭모이 쪼듯
그렇게 삼켜버린 쓴 맛 목에 걸린 가시
다 삭아서 이젠 되새김 된다.
쇠고기 국에 이밥을 말아서 먹던 옛날
고기 구워먹는 것을 밀쳐 버리고
무 숭숭 썰어 넣고 대파 넣어서
돼지비계 둥둥 뜨는 돼지국밥
그 맛이 어디 가랴!
거기 나이 속에 뜬 달
그걸 건져 먹으며 맛을 느낀다.
그렇게 먹어서 옛날에는 암이 없었는가!
세끼 중 한 끼 죽을 먹어서 속병이 없었는가!
나이 들어 잘 안보이고 안 듣기지만
그래서 편안한가?
나이 들면 든 대로 사는 맛이 있다
늙음을 탓하지 않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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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김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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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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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의 글에서 인생의 경륜을 맛봅니다
곰삭은 깊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인생의 맛 최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