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콜리어(50, 삼성생명) 코치는 여자농구 최초의 외국인 코치다. 그의 보직은 기술전담 코치. 선수들의 기본기 및 개인기 향상을 맡고 있었다. 과연 그가 겪은 한국여자농구는 어떨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커크 코치를 만나봤다.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커크 코치의 가장 큰 임무는 킴벌리 로벌슨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의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고참들의 비중이 큰 삼성생명은 젊은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치가 크다. 이들이 성장해야 ‘농구 명가’ 삼성생명의 미래도 밝아지기 때문이다. 커크 코치는 선수들에게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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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에서 2번째 시즌이다. 올 시즌 전망은 어떤가?1년차 때는 많은 것을 배우며 리그에 적응하는 단계였다. 올 시즌은 여러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도 김계령이 온 게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다. 농구에선 센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한은행의 하은주가 그렇고, KCC의 하승진도 좋은 예다. 김계령이 가세한 덕분에 골밑이 든든해졌다. 여기에 박정은, 이미선의 경험, 로벌슨의 플레이가 더해진다면 분명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종애가 은퇴한 공백이 아쉽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그 몫을 채워 주리라 믿는다.
# 기술전담 코치의 임무는 무엇인가?기술은 농구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기술을 익혀도 적용하는 법을 모른다면 소용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기술을 써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 아무래도 로벌슨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로벌슨은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기술적인 이해도를 높인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시즌 동안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한국농구 특성상 슛을 쏘지 못 하면 수비수가 떨어져서 수비를 하게 돼 활동반경이 좁아진다. 로벌슨은 공을 갖고 하는 농구는 많은 연습을 하지 않아도 잘 한다. 공 없이 하는 농구에 신경을 쓰고 있다.
# 이호근 감독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즘에는 로벌슨에 대한 지도를 많이 부탁한다. 로벌슨의 무릎이 안 좋기 때문에 무릎 강화훈련과 같이 몸을 만드는 훈련을 많이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슈팅 훈련이나 볼을 가지고 하는 움직임을 가르친다. 이제는 선수들이 먼저 와서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마음에 든다.
# 선수들과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나?문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선수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익숙해서 그런지 영어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 단어를 짧게 나눠서 얘기하면 잘 알아듣는다.
#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어린 선수들은 실전 경기를 많이 뛰어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기술 연습만 하는 건 한계가 있고, 출전 기회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올 시즌은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번 존스컵에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조화를 이루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현역 최고의 WKBL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가장 인상 깊은 선수는 신한은행의 13번(김단비)이다. 한국적인 성향과 미국적인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신체 능력이 좋고, 나이에 비해 판단도 빠르다. 볼 없을 때의 움직임도 좋다. 로벌슨도 운동능력을 기반으로 농구 이해도를 높이면 리그 최고수준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한국여자농구에 대해 느낀 점은 박정은, 이미선, 정선민 같은 베테랑들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능력은 떨어지는데, 그런 점을 센스로 극복하는 점이 놀랍다. NBA로 치면 래리 버드 같은 선수가 그런 유형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선수들을 좋아한다. 올 시즌 새로 합류한 김계령의 플레이도 좋다. 대표팀에서 하는 걸 봤는데, 항상 큰 선수들과 상대하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슈팅 능력이 좋고, 풋워크나 다른 움직임도 좋다.
# 한국여자농구에 대한 느낌은?예상 외로 리그 수준이 높다. 최근에는 공격적이고,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한국 농구의 본래 강점인 슈팅 능력과 합쳐지면 굉장한 힘을 보여줄 것 같다.
# 전자랜드에서도 코치 생활을 했는데?굉장히 좋았다. 미국과 필리핀에서도 코치, 감독 생활을 해봤는데,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놀랐다. 한국 지도자들의 지도 방식이나 능력, 열정에 있어서도 많은 점을 배웠다.
#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했나?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를 졸업했는데, 대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졸업 후 학교에서 코치를 맡았다. 내 본래 포지션은 포인트가드였다. 이후 필리핀 프로리그에서 7년 정도 코치 생활을 했고, 한국이 2번째다.
한국의 농구 환경,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커크 콜리어 코치는 한국농구의 시설이나 지원적인 부분에 대해서 대단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국대학농구와 필리핀에서 활동한 그는 운동할 수 있는 여건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 농구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다.
#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외롭진 않나?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다. 미국에 계시는 어머니는 연세가 83살이다. 자주 못 봬서 죄송하다. 와이프는 필리핀에 있다. 지금 임신 7개월째다. 같이 있어주지 못 해 미안하다. 출산할 때쯤에는 필리핀에 한 번 다녀올 계획이다.
# 부인이 굉장히 젊고 미인이다. 비결이 뭔가?하하. 배우자에 대한 기도를 많이 했다. 내가 50세고 와이프가 28살이니까 22살 차이가 난다. 와이프가 작년에 한국에 와서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농구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기술코치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선수들과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일정 수준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가끔 너무 오버트레이닝을 해서 다음 날 걷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웃음).
# 처음 한국농구를 보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미국 대학농구와 필리핀 프로리그를 경험해봤지만, 시설이나 지원 같은 부분이 상당히 좋다. 운동 여건이 잘 갖춰져 있고 훈련도 많다. 미국이나 필리핀은 보통 하루 한 번,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훈련을 하는데, 한국은 하루에 2~3번씩 한다. 같은 규모의 외국팀들과 비교해서 한국이 잘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외국선수들도 한국의 시설에 만족해한다.
# 필리핀에서는 마이클 조던으로 불렸다고 하던데?하하. 대머리에 농구복을 입고 있으니까. 그냥 어린 아이들이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 필리핀은 농구 열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오히려 미국보다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야구나 축구는 인기가 없다. 농구는 명실상부 최고의 스포츠다. 농구를 보는 것 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가 허락된다면 언제든 농구를 하려고 한다. 경제수준이 좀 떨어지다 보니 농구화를 못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문제없다. 필리핀 사람들은 아스팔트 바닥에서도 서슴없이 맨발로 농구를 한다.
# 한국 농구는 터프한 농구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비시즌 동안 연습경기를 보면 심판 성향이 좀 더 육체적인 플레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 수비도 터프해졌고, 자리다툼도 많이 용인하고 있다. 이번 시즌이 기대가 된다.
# 여자선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진출한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1~3순위에 지명되는 선수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외의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대학을 경험하고 오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17, 18살의 나이로 벤치에만 앉아 있는 건 발전보다 퇴보가 된다고 본다. 대학에서 경험을 하고 리더십을 키우면 좋을 것 같다. 경험이란 요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커크 콜리어 코치는…
1961년 9월 4일생.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를 졸업했다. 모교 코치를 거쳐 필리핀 프로리그에서 7년간 코치 생활을 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시즌간 인천 전자랜드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2010년 6월부터 현재까지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에서 기술전담 코치를 맡고 있다.
SIDE STORY_ 수제자 킴벌리 로벌슨 “기술, 정신적으로 큰 도움 받아”
삼성생명에서 커크 콜리어 코치에게 기대하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로벌슨에 대한 관리다. 한국생활이 낯선 로벌슨에게 같은 문화를 경험했던 선배로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훈련 모습을 엿보면 로벌슨과 커크 코치는 항상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올 시즌 재활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로벌슨의 곁에는 항상 커크 콜리어 코치가 있었다. 그렇다면, 로벌슨의 생각은 어떨까? 물어보나 마나였다.“커크 코치는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올 시즌은 슈팅과 포스트-업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커크 코치의 도움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또 한국에서 오랫동안 계셨기 때문에 한국농구 스타일이나 문화에서 더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신다.”
글 곽현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2011-12-04 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