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그 외의 암 발병요인과는 먼 생활을 해온 저였으므로 소위 착한 암이라는 갑상선암일지라도 암선고가 만만치 않은 파장으로 정신적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 카페에서 얻은 수술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실질적으로 크나큰 도움이 되어, 저 역시 다른 어떤 분에겐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수술 전후과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50대 전문직 여성입니다.
1. 우연한 증상으로 암 발견
약 1년 간 매우 피곤한 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약 두달 반 전에 몸이 속으로부터 춥고 오른쪽 목에 임파선이 부었습니다.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이 어딘지 조금 달라져보였습니다. 8년전에 좌측 갑상선 결절 3mm가 있었고 세침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었던 이후로 결절에 대해 관심을 끄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런 신체적 작은 문제가 갑상선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바로 다음날 부산에서 갑상선으로 유명하다는 모 내과에 예약을 했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우측 갑상선에 두 개의 결절의 형태가 의심되어 세침검사를 하였고, 6일 뒤 두 개중 중앙부의 3mm 가 악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담당의사는 3mm 라 아주 작으니 수술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말했고, 일년마다 초음파를 하면서 지켜보면 좋겠다는 소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작은 악성종양에는 손을 안대는 것을 원칙으로 해도 환자들 본인이 못 견뎌서 2년 이내에 수술하게 된다는 보고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 검사는 반드시 정확하게
많은 경우에 검사에서 미스가 있다는 말을 들어온 터라, 바로 그 다음 주에 서울 아산병원 두경부 영상의학과에서 재검사를 했습니다. 초음파 결과 부산과는 다른 소견이 나왔고 형태가 의심스러운 두 곳을 총조직검사로 조직을 채취했습니다. 일주일 뒤 검사 결과, 부산에서 뱔견한 3mm짜리 악성종양이 4mm 악성종양으로 확진되었고, 부산에서 아예 발견하지 못한 8mm짜리 악성종양이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두 군데라서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담당 교수님의 의견이었습니다. 만약 첫번째 검사결과를 믿고, 작은 암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최근 수술 트랜드를 위로 삼아, 일년에 한번씩 초음파를 하면서 1-2년을 무심하게 넘어갔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3. 전문의 선택 & 절개냐 로봇이냐
남은 제 삶의 질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이라서 가장 고심하며서 많은 자료를 조사한 부분입니다. 이미 수술한 지인들의 의견과 갑상선 카페의 많은 분들의 수술후기와 인터넷 검색 결과 정웅윤 교수님과 박정수 교수님으로 좁혀졌고, 절개를 할 경우 박정수교수님께로, 로봇수술을 할 경우 정웅윤 교수님께로 갈 생각을 굳혔습니다. 절개의 깔끔 확실함과 로봇의 혁신성 사이에서 며칠 고민하다가 로봇으로 최종 결심하고 신촌 세브란스 정웅윤 교수님으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진료일에 정 교수님은 수술해봐야 알겠으나 반절제 가능성이 80% 이상이니 걱정 말라고 말씀하셨고, 속으로 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의 내공을 쌓은 분이면서도 소탈하고 자상하게 느껴졌고, 제 선택에 대해 확신을 갖고 수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수술은 한달 열흘 뒤인 3월 23일 월요일로 잡혔습니다.
4. 입원 준비
A. 아주 많은 수술 후기에서 막상 수술 부위보다 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 괴롭다는 글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평소 하던 운동을 기본으로 연구 끝에 몇가지 동작을 반복 시행함으로써 저는 수술이 끝난 뒤에 목이나 어깨가 아픈 증상이 일절 없었습니다. 기본 동작은 요가를 응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수술자세에 필요한 근육을 이완시켜놓고 단련시킴으로써, 평소에 하지 않는 무리한 자세에서 오는 경직에 미리 대비하여,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요인에서 오는 고통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B. 감기 등으로 기침 증세가 있는 상태애서는 절대 수술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감기 끝에 쿡쿡하는 기침이 낫지 않은 채로 수술했는데, 그 부분이 수술 후 매우 힘들었습니다. 가스 마취는 기도삽관이라서 그 자체가 기침을 유발하는데, 수술부위를 위해 기침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겁니다, 최대한 참아야한다는데, 목이 간질간질거리고 기침이 터지고 가래가 올라오는 걸 참는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C. 가려운 머리 떡진 머리를 위해서 드라이 샴푸를 준비하면 둘째날 저녁쯤에 훨씬 상쾌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드라이 샴푸는 스프레이 형태로 뿌리면 되는 샴푸로 출산 때 이용한 적이 있어서 그 편리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올리브 영에 가면 몇 천원에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D. 기타 필요 물건 : 빨대 필수(목을 젖히기 어려움), 목베개(병원베개는 갑상선 수술 후 목을 가누기 어려울 때 불편함. 목베개의 커브형태가 목을 안정적으로 받쳐줌), 초소형 가습기(필통 만한 것-- 병실이 매우 건조한데, 수술 후 침 삼킬 때 아픈 증상을 건조한 실내가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음. 얼굴도 매우 당겨서 짜증남. 습도 유지 필수) 등
5. 입원과 수술
수술 전날인 3월 22일 일요일 오후 3시에 연세 암병원 15층에 입원했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들이 동행했고 여행용 캐리어에 속옷과 화장품, 목베개 정도 챙겨서 들어갔습니다. 5시에 세미나실에서 다음날 갑상선 수술 받을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있었습니다. PPT로 갑상선암 수술 전후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제 수술은 다음날인 23일 7시 30분, 수술 첫번째 순서라는 것을 레지던트가 알려줬습니다. 밤에 간호사가 와서 수술할 쪽 겨드랑이 쉐이빙을 해주었습니다.
수술 당일, 5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수분크림 듬뿍 바르고,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전신마찰한 다음 침대에 앉아 목운동하면서 담담히 기다렸습니다. 간호사가 와서 수술용 바늘(굵으나 별로 안 아픔)을 꽂아놓자 7시 무렵에 곧 수술실에서 침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막상 저보다 가족들이 긴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대기실에 들어가니 천정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그려져있고 성경구절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인턴이 와서 수술이 오른쪽인지를 확인하고 유성매직으로 우측 목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갔습니다. 7시 20분경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정신이 명료해지면서 내가 이제 내 삶과 맞대결하는 링에 올라섰구나, 잘하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빈치 로봇을 힐끔 보았는데 예상보다는 작아보였습니다. 다리와 팔을 묶고 마취 마스크를 입에 갖다 댔습니다. 일곱번쯤 호흡하고 마취에 빠지는 것을 느끼며(뇌에 반응이 옵니다) 정신줄을 놨습니다.
"정신 나세요~~" 간호사의 목소리에 마취에서 깨어났고 통증이나 불편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목소리를 작게 내보니 고음이 잘 안나오지만 아무튼 발성은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습니다. 병실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10시. 다만 아무도 반절제인지 전절제인지를 가르쳐주지 않고 담당교수님께서 직접 설명해야한다고 해서 그 부분이 가장 불안했습니다. 오후 1시에 정웅윤 교수님이 오셔서 반절제했고 초기이고 전이 없고, 좌측 물혹도 제거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수술 당일 날 상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절제한 부위 때문에 목을 가누기가 힘이 듭니다. 전동식 침대 아니면 눕거나 일어나 앉기가 쉽지 않습니다. 절제한 갑상선 부위의 통증은 크게 없었습니다. 겨드랑이 부위에는 큰 테이프를 붙여놓아서 역시 큰 통증은 없었습니다. 손발 저린 증상도 없었고, 가장 힘든 것은 목 안이었습니다. 감기 기침에, 마취하느라고 건드린 기도에서 기침이 올라와 누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술 부위를 위해 최대한 기침을 자제하라는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수술부위 통증경감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길래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는데, 제 경우는 감기랑 뒤섞이는 바람에 아이스크림은 절대 불가였습니다. 대신 긴급 처방 받아 시네츄라 시럽이 나왔는데 잘 들어서 밤부터는 비교적 견딜만 했습니다. 밤에 진통제를 투여해줍니다. 제 경우 진통제를 투여해서인지는 모르나 침 삼킬 때 목 아픈 것 이외에 다른 통증은 거의 없었습니다.
식사는 수술이 일찍 끝난 관계로 점심부터 죽이 나왔는데, 금식으로 배가 고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틀 정도는 죽으로 먹는 것이 무리없이 부드럽게 넘어가 좋을 듯 합니다. 밥을 먹어보니 껄끄러워서 오히려 적게 먹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 2일 째 아침 7시 레몬색의 신지로이드 0.1mg과 첫 대면했습니다. "내 갑상선 호르몬을 부탁해~"
오전은 수술 당일의 상테에서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으나 점심을 먹고 나니 전반적 컨디션이 살아났습니다. 일어나서 스킨으로 얼굴도 닦고, 조금 걸었고, 오후 늦게 링거를 제거하니 그때부터는 한결 더 나아졌습니다. 수술부위에서 쇄골을 거쳐 겨드랑이로 나온 배액관은 퇴원 직전까지 달고 있습니다만 호주머니에 넣어놓으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저녁에는 살살 물로 세수를 해보았습니다. 얼굴에 닿는 물의 감촉에 살아았다는 느낌이 물씬~
수술 3일째는 본격적인 회복일입니다. 머리도 빗고 복도도 걷고 웨하스도 먹고 귤도 먹고... 일상의 사소했던 것들이 의미로 다가옵니다. 정웅윤 교수님과 서서 만났습니다. "어제 하곤 다르지요? ^^ 그렇다고 너무 무리히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저녁에는 느리게 나마 거의 모든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지침으로 주는 운동 자세도 다나옵니다. 목 어깨로 기울이기, 팔올리기 등..
수술 4일 째, 퇴원일입니다. 남편이 짐을 싸고 원무과 다녀오는 동안 레지던트 선생님이 와서 배액관 뽑고 겨드랑이 수술부위 드레싱을 해주었습니다(참고로 브래지어를 해도 된다고 합니다). 수술자국이 신경쓰이면 피부과 진료도 보라고 알려줬습니다. 간호사가 와서 다음 진료일까지 먹을 약을 챙겨주고 주의사항을 알려줬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에 진료하면 그 다음부터는 6개월에 한번씩 가면 된다고 합니다. 입원부터 퇴원까지,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원활하고 의료진이 친절하다는 느낌을 남기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6. 퇴원 후
오늘은 집에 온지 이틀, 수술 6일째입니다. 겨드랑이 흉터는 아직 볼 수가 없어서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잘 간수해야 할 듯 합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미장원에 차를 몰고 가서 머리를 감고 왔습니다. 후진해서 주차하는데에 조금 힘들 정도이고 약간의 피로감이 있고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일주일 후에 근무를 다시 시작해야합니다. 암이 온 것을 쉼표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초기로 반절제를 한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의 삶을 사는데에 큰 가르침으로 알겠습니다. 앞서서 글을 남겨주신 많은 분들의 생생한 후기를 여러번 읽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봐서 입원하고 수술하면서도 별로 낯설지를 않았습니다. 그 공덕이 정말 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든 분들께서 재발없이 쾌차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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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쾌유 빕니다
감사합니다~~
_()_
감사합니다~~
좋은 팁이 많네요. 감사드립니다. 얼릉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얼른 쾌차하세요~
감사합니다~~
생생한 정보 감사해요~
저도 드라이샴푸 챙겨 가야겠어요~^^
빠른 쾌유 바랍니다~~
네^^ 팔이 잘 안 올라가시면 누구에게 부탁하셔야 할거예요
수술 잘 받으시고 쾌차하세요~
목베게, 드라이 샴퓨 감사해요,,,,
네~^^ 쾌차하세요~~
저도 작년 가을에 같은 선생님께 로봇수술 받았는데..읽어보니 그때 생각이 다시 나네요~ 넘 비슷해서...퇴원해선 집에 있다가 답답해서 나갔더니 걷다가 휘청할뻔했지요~ 5개월이 좀 지난지금 어깨부분의 얼얼함이 아직 남아있어서 언제까지 이럴지 궁금한데 상처도 잘 아물었고(아직 스카제품 붙이고 있지만) 생활은 양호하네요. 단 큰소리가 안나오지요~~꽥 한답니다~ㅋ
암튼 얼마안되셨으니까 몸조리 잘하시면서 지내셔요^^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목소리가 안 풀립니다. 고음이 안나오고요, 속삭여서 말하게 되네요...
아- 저도 이제 수술 일주일 남았는데 생생한 후기로 인해서 좀 안도감이 드네요.
전 워킹맘이여서 지금 휴가를 얼마나 내야하나 고민중인데.
일주일뒤에 바로 복귀하신건가요?
제가 업무 시작해보니, 수술로부터 2주 쉬면 적당해보입니다. 퇴원하고 6일 뒤에 진료가서 절제한 갑상선에 대한 정확한 검사결과를 듣고, 피검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6개월분 약을 받아왔습니다. 신지로이드 용량도 0.05mg으로 줄여주시대요. 바로 다음날 부터 직장 복귀했는데 2-3일은 좀 후달립니다. 일단 여러가지 챙겨드시는 것과 목운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보 공유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위안되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
감사합니다~ 쾌유하시기를 빕니다.
4월 22일에 수술 앞두고 있는데...마음을 차분히 가다듬는데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수술 잘 끝내시고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통증이나 불편감은 하루 반만 견디면 웬만해지니 힘내세요.
7월말에 갑상선유두암 수술 대기하고 있는데 좋은정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술 무사히 잘 끝내시고 쾌유하시기를 빕니다.
저는6월1일 로봇수술 할 예정인데...생생한정보 감사합니다.
20일 남으셨네요. 체력 잘 챙기시고 마음 편안히 하세요^^ 수술 잘 되시고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큰큰나무 감사합니다^^
제 남편이랑 똑같아서 너무 생생하게 글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잘 정리해서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입원하는 중에 많이 도움이 됐어요~
(목베게 등등).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5월9일 정교수님 로봇수술앞두고
있는데 너무 도움이 되었습니다
열흘 휴가냈는데 출근할수있겠죠?
불안한마음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인수인계때문에 연휴도 없이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