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히 답변이 되는 문제입니다.
요약을 하자면, 나치즘-파시즘은 근대적 [행정력 + 생산력 + 무력] 등 소위 "자본주의 이후 산업화 시대"에 가능해진 물적/사회적 자원 및 동력을 국가레벨의 공식적인 절차아래 동원하여 "타자"로 지정된 대상에 대한 체계적, 기계적, 그리고 '합리적'인 과정의 폭력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설립하여 운영했걸랑요.
달리 말하자면, 다른 인간에 대한 폭력, 탄압, 살상행위가 전투 중이라는 특수상황이나 극단적인 감정적 폭발 등의 특수한 이유로 인해 발생한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폭력 및 가해행위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 시켜 평범한 일상이자 근대국가의 국민의 덕목 정도로 만들어버린 것이 나치즘이 다른 어떤 독재자의 어떤 행위보다도 비난받는 주요한 이유입니다.
그 나치즘이 현대사에 일으킨 충격은 철학자, 사상가, 역사가들에게 멘붕을 일으키게 만들정도로 가공할 것이어서, 나치즘의 등장으로 인하여 근 수 천년 동안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모든 철학 및 사상의 기본바탕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소위 "이성주의(logocentricism)" 및 인간이성에 대한 신뢰 자체가 근-현대 철학사에 있어서 완전히 폭망했심더.
즉, 인간이 바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성을 잃어서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자기자세를 유지한다면 반드시 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그 "이성"에 대한 믿음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절차적이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인간집단을 절멸시켜버리려는 시도를 정당화하여 사회적으로 파급시킨 나치들의 만행과 니치독일의 실태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버리고, 인간의 이성이 근원적으로 사람을 "善"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라는 믿음이 산산히 부서져버렸다는 말입니다. 그 이후로 현대철학사는 거의 50년이 넘도록 멘붕의 방황을 하게 되고요.
오죽하면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말을 했겄습니까.
그에 비한다면 스탈린과 현실공산주의든, 제국주의 일본이든, 아프리카의 독재국이든 심지어는 남미의 독재국이든... 그 어떤 다른 '악의 제국'도 그런 식으로 타인에 대한 폭력을 공식화하여 일상화한 전례가 없어요. 물론 그런 나라들에서도 못지 않은 폭력과 학살, 악행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독재국가와 독재자조차도 지극히 평범한 기준에서 그러한 악행이나 학살행위를 "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평범한 독재국가"에서는 공식적으로 그런 레벨의 폭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즉, 그 존재를 용인하고 내세울만큼 떳떳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그러한 폭력은 (실제든 허구든간에) 일단은 보편적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필요악"으로 치부되고, 악인에 대한 폭력은 일단 명분상으로는 정상적이고 절차적인 형벌로써만 존재합니다. 이유도 없이 사람 처단해놓고서는 그게 "이게 뭐 어때서?"라는 식으로 나오는 독재자는 적어도 히틀러와 나치제국을 제외하면 없다는거죠.
반면, 나치즘은 그러한 규모의 국가적 폭력을 그 국가의 근간으로 삼아버린 케이스입니다.
나치즘은 전체/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끝없이 자기들에게 위험한 타인에 대한 무한투쟁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는 그 공동의 "적"에 대한 무한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영원한 전시상황에 있으며, 그 적에게 보내는 "적의", 그 적과 맞서 싸우는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의 "전우애"를 통해 결속되고 단결되어 "영원히 통합된 국론"을 유지하는 사회를 이상으로 삼는다는 겁니다. 그게 "Mein Kampf"의 골자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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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하자면, 보통 인간사회에 있어서 "폭력"은 말하자면 "필요악"입니다. 평화로운 세상에 뭔가 방해가 되거나 문제가 되는 악행이 발생하여,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무력과 폭력을 투사할 수 밖에 없고, 그 불행하고 힘든 과정을 극복함으로써 세상은 다시 평화를 찾을 수 있고, 그게 "정상적"이라고 믿습니다.
근데 나치즘에 있어서 폭력은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수단이 아니라요. 나치즘에서 이상은 "발할라"같은 것입니다. 나치즘 아래의 사회는 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일치 단결한 전사들이 영원히 적들과 전투를 치루고 싸우면서 하나의 집단으로써 발생하는 상호간의 결속, 유대감, 전우애, 단결감, 고양감... 그러한 것들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통해 이룩하는 그 무엇인가가 목적이 아니라, 전쟁행위와 같은 극단적인 감정적 적대 등을 통해 사회가 경험하는 고취감, 단결력, 전우애, 그런 슈퍼마쵸한 "전체의 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겁니다.
...히틀러가 걍 낭만주의자라서 아리아계/북구계 신화에 심취한게 아니라는거죠. 나치집단의 이상향은 수장 아래 일치단결한 고대 게르만전사들처럼 히틀러 아래 하나로 단결된 사회가 결코 분열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단일한 의지를 갖고 사회 전체가 마치 볼트너트 돌아가는 기계처럼 착착맞춰 병정처럼 전진하면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힘과 폭력으로 세상 앞에 자신들이 얼마나 우월하고 강한 존재인지를 인식시키며 그 우월함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그런 세상이니까요...
그에 비한다면 세상에서 난다긴다 하는 다른 독재자들조차, 심지어는 스탈린조차도 그런 레벨의 망상은 품지 않았습니다. 스탈린의 잔혹성과 만행이 히틀러와 쌍벽을 이룬다고 한들, 적어도 스탈린은 무서우리만치 철저한 현실주의자였고, 그의 모든 행동은 현대사회 아래 자본주의 강국들에 포위되고 고립된 소련의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요. 그는 권력 이외에 다른 것을 탐하지 않았고, 그 대신 권력에 대한 탐욕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무자비했으며, 그 권력으로 그가 이룩하려고 했던 것은 현실세계 내에서 소련을 "오랜 고립에도 불구하고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최강국"으로 만드는 것이었죠.
세상의 틀 자체를 고대게르만 신화로 바꾸려고 했던 히틀러와 나치집단은 그에 비하면 이루말할 수 없는 싸이코들이였고요.
(ps) 그리고 매우 유감스럽게도, 대략 1950년대에서 1979년 사이에 정확히 똑같은 꿈을 꾸던 놈들이 이 나라에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솔직히 저는 한국의 군사정권, 특히 박정희 정권이 권력을 잡았던 20년 가까운 세월에 대해 더도 덜도 말고 정확히 '한국식 파시즘' 이외에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용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그 시절의 성격을 규정함에 있어서 그것이 공히 '파시즘'의 일종이라고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많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완전한 파시즘"이 되기까지 99%까지 근접해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심심하면 뉴스에는 나오는 "국론통합"이라는 개씨!@(*#^!0!#)!#&)*! 같은 개소리, 이거야말로 파시즘의 18번, 전매특허입니다.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는 미친 소리요.
세상에서 "국론이 통합된" 나라는 파시스트나 그에 준하는 국가들 밖에 없습니다. 북한이라든가 이스라엘이라든가, 등등..
첫댓글 아도르노가 말한 건 정확힌 서정시입니다
파시즘이라는 대분류에 나치즘을 끼워넣기 민망할 지경이죠. 우리의 무능한 무대리는 나치들처럼 이탈리아를 장악하지도 못했고 히틀러의 인종청소를 비웃었죠(이게 선의라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애초에 파시즘 자체가 20년도 못간 이념이라 제대로 정립이 안되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아니, 애초에 그딴게 정립이 불가능할수도요)
유익한글 잘보고 가요
잘읽고갑니다
더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추상적인 것을 명확하게 잘 알 수 있게끔 글을 써 주셔서 고맙고요.
일제도 일단은 파시즘 아닌가요. 더군다나 독일과의 동맹국이었는데....왜 이거까지 나치즘과 다르게 취급할 수 있나요??
모든 덧글과 답변 잘 보았습니다.
결론은 스탈린이나 마오쩌둥, 폴포트, 일본, 북한 등은
그런식의 폭력이 비정상이라는걸 알긴 알지만
히틀러.나치는 폭력이 비정상이라고 생각안하고 정상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국가의 목표이기 때문이며, 역사상 그런
나라가 최초이자 마지막이라 그렇단 얘기군요?
그렇죠. 적어도 "형식적"으로 스탈린, 마어쩌둥, 북한, 일본은 자국민의 생존을 위해 "전쟁"과 "폭력"을 합리화하여 투사하였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전쟁"과 "폭력"을 합리화하여 영속시키려고 하였죠. 그에 대한 단적인 예로, "발지 대전투"에서 나오는 독일 장교가 "우리 독일은 영원히 세상과 전쟁할 수 있게 되었다." 라는 섬뜻한 말로 대변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