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만성장염 등 치료에 효과, 장수에 도움…‘장명채’라 불려
얼마 전 아흔 다섯인 필자의 어머니가 장염 때문에 무척 고생했다. 필자는 병원에 함께 가는 대신 밭으로 달려가 쇠비름을 한줌 뜯어다가 잘게 다진 뒤 밥을 한숟가락 넣고 폭폭 끓여 잡수시게 했다. 설사가 멈추기 시작했고 장염은 완전히 나았다.
찬 맥주를 마시거나 생선회 등을 먹으면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던 50대의 남자분은 쇠비름과 삼백초를 환으로 빚어 먹은 다음부터는 아주 좋아졌다.
이처럼 쇠비름은 이질이나 만성 장염 등을 치료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장속의 해로운 균을 죽이는 특유의 성분 때문이다.
말의 이빨을 닮았다 하여 마치현(馬齒 )으로 불리는 쇠비름은 오행초(五行草)라고도 한다. 초록 잎은 간(肝), 붉은 줄기는 심(心), 노란 꽃은 비(脾), 흰색 뿌리는 폐(肺), 까만 씨앗은 신(腎)으로, 우주의 기운을 그대로 품은 오행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목숨을 길게 해준다는 의미로 장명채(長命菜)라고도 한다.
밭을 매는 어머니들이 ‘웬수 중의 웬수’라고 하소연하는 풀 중에 쇠비름만 한 게 또 있을까? 이는 쇠비름이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7~8월의 뜨거운 뙤약볕은 쇠비름의 약효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도가 매우 높다.
쇠비름의 전초에는 94~96%의 수분과 노르아드레날린·칼륨염·유기산·아미노산·조단백·조지방·비타민 B1과 C·카로틴·토코페롤·인·아연·동·망간·니켈·철·사포닌·타닌질 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햇볕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이 같은 성분함량이 높아진다. 또 쇠비름에는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 베타카로틴, 글루틴과 함께 항산화제도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쇠비름을 먹는 방법은 세가지다. 우선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나오는 연한 순을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으면 맛이 좋다. 쇠비름 전초를 뽑아 깨끗하게 씻어 증기로 찌거나 데쳐 건조한 뒤 음식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말린 쇠비름을 일반적인 묵나물처럼 다시 뜨거운 물에 불려서 나물을 해 먹거나 육개장 재료로 활용하면 일품이다. 또 건조한 쇠비름, 삼백초, 꾸지뽕 잎·잔줄기 등을 함께 넣고 푹 끓여 달인 후 조청이나 환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여름 작열하는 뙤약볕의 정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태양의 풀, 쇠비름! 오늘부터 당장 나물로 만들어 먹어보면 어떨까.
<지리산 약초학교 대표이사 허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