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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의 히메유리(1987, 요나조 노부코) 37.
● 제III부 제9장 세골과 유타(추억의 기록)
내가 여덟 살 때의 여름의 일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무심코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들이 대야 속에서 조각난 사람 뼈를 씻고 있던 것이 기억나요."
아버지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뗐다. 어머니는 바느질하던 손길을 멈추었다. 둘 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누나 뻘인 매화 아주머니가 와 있었다.
아주머니는 뚱뚱하고 머리가 크며 머리숱이 적은 편이었다. 달변인 사람이었지만, 그 아주머니조차도 바로 대꾸의 말을 못했다. "이 애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라는 듯이 짧은 침묵 후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아버지였다.
"그때 노부코는 아주 어린 아기였을 것이다." "잠깐!" 하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말을 막았다. "노부코야, 그리고 또 어떤 일이 있었어?" 라고 어머니가 돌아 앉아서 나에게 물었다. "자, 자, 모든 것을 말해 봐. 그게 밤이였니?"라고 매화 아주머니가 다그쳐 물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두운 밤이었다. 달님이 두꺼운 구름 뒤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였다. 나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 옆에 서 있었다. 몇 사람인가의 그림자가 가끔 무언가를 속삭이며 어둠 속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건너편에 돌벽이 있고 직사각형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의 크기는 세로가 1.5미터이고 가로가 0.5미터 정도였다. 구멍 속에 노란 빛을 받으며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여자는 소매에 얼굴을 대고 흐느끼고 있었다. 근처에서 북 치는 소리가 들렸다. 북소리가 커지면서 노란 불빛이 한층 더 밝아졌다.
그 불빛에 가느다란 회색 무늬가 떠올랐고, 기모노 무늬가 뚜렷하게 보였다. 여자의 양쪽에는 바람에 펄럭펄럭 춤추는 천조각의 막이 보였다. 그 막의 뒤에서 두드리고 있는 북소리가 점점 커졌다. 북소리와 경쟁하듯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노란 빛이 갑자기 사라졌다. 막과 여자의 모습도 사라졌다. 북의 울림도 그쳤다. 남자가 몇 명이 무덤에서 관을 가지고 나왔다. 무덤 밖에서 기다리던 여자들이 관을 둘러싸고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해골이 들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걷혔다. 해골이 달빛을 받아 해골의 금니가 반딧불처럼 어른거렸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황망하게 달이 다시 구름 뒤에 숨었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어둠 속에 묻혔다. 성냥 달라는 소리가 나더니 연등에 불이 켜졌다. 여자들이 일하기 쉽도록 연등을 든 사람들이 연등을 높이 들었다.
"비가 온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내 머리에 씌웠다. 나는 어머니에게 업혀 있었기 때문에, 창이 넓은 모자가 방해가 되었다. 어머니의 어깨가 가리워져 주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빗물 방울이 내 한쪽 다리에 떨어졌다.
여자들은 뼈 조각들을 관 옆에 놓인 김이 나는 대야 속에 던져 넣고 있었다. 한 사람이 해골을 집어 들어 올렸다. 긴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여자는 연등 불빛으로 해골의 금니를 조사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여자가 한 손을 대야 속에 넣어 뭔가를 찾고 있었다.
금반지가 나왔다. 여자는 오른손 손가락 하나하나에 반지를 꽂아 보고 있더니, 마침내 새끼 손가락에 끼었다. 또 다른 여자도 한쪽 팔을 대야 속에 넣었다. 아마 그 여자도 반지를 찾는 것 같았다. 여자들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뼈를 씻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물 속에서 문지르고 가끔 대야 속에서 꺼내 연등의 불빛으로 무언가를 조사했다.
흰 기모노를 입은 노녀가 대야 옆에 쭈그리고 앉아 단조로운 목소리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비는 멎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등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내 숨결을 확인했다. "푹 자고 있어"라고 아버지가 속삭였다. 나는 따뜻하고 매우 좋은 기분이었다. 아버지는 내 머리에서 모자를 벗겨내 자기 머리에 썼다.
여자들이 깨끗이 씻은 뼈를 항아리 속에 넣었다. 백의의 노녀는 염불을 계속 외우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서 연등의 불이 훅 하고 꺼졌다. 주변이 어두워졌다. 다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 노란 불빛, 북, 바람에 날리는 천조각의 막은 아무래도 진짜가 아닌 것 같다.
나의 세골(洗骨)에 관한 기억은 나하에서 가장 번화가인 석문구조에서 본 그것과 뒤죽박죽인 것이 틀림없다. 내 기억은 그다지 뚜렷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덟 살이 되는 그 여름 저녁까지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오키나와에서는 사망자에 대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한 차례 장례식에서 전 재산을 쏟아붓는 경우도 있다. 무덤의 크기는 가족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부자일수록 커진다.
위령제 또한 오키나와에서는 성대하게 열린다. 특히 도나키(渡名喜) 가문에서는 그랬다. 도나키 가문에서는 하인에게 묘지의 잡초를 뽑게한 후 위령제 준비를 했다.
향 상자의 모래를 깨끗이 씻게하고 무덤 주위를 정리하게 했다. 술이랑 음식 준비에 많은 돈을 썼다. 찬합에 담긴 떡, 과자, 다시마마키, 어묵, 산적구이 등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무 그릇과 조개 껍질이 박힌 쟁반이 있었다. 작은 술잔이 여러 개 있었다.
차(茶)가 두 되 정도 들어가는 큰 주전자도 있었다. 의식 절차도 대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절, 향 올리기, 합장 등등... 여름도 끝나갈 무렵의 위령제는 유난히 깊이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제향 음식을 먹은 후 우리 아이들은 소나무 사이를 누비며 놀곤 하였다.
어느 해 여름의 위령제 때였다. 그날은 내가 부모님께 세골(洗骨)에 대해 이야기하기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나는 사촌들과 함께 나비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짙은 갈색의 이상한 모양의 나비에게 정신을 빼앗겼다. 날개는 삼각형이었다. 보통의 나비라면 날개를 위아래로 하늘하늘 움직이며 나는데, 그것은 마치 글라이더가 공중을 미끄러지듯 날고 있었다.
나비가 풀잎 끝에 앉자 그 무게로 풀잎이 휘어졌다. 나는 손을 뻗어 붙잡으려 했으나 나비는 날아가 버렸다. 나는 좇아갔다. 어느새 사촌들과 떨어져 버렸다. 그 나비는 가시가 많은 보라색 꽃이 피어 있는 잡초 사이에 모습을 숨겼다.
나는 오래된 무덤 앞에 서 있었다. 무덤은 입구를 막는 돌문이 넘어져 있었다. 내부가 잘 보였다. 돌계단이 있고 그 위에 뼈를 넣은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무덤은 황폐해져 있었다. 무덤을 둘러싼 돌담... 290p
(291~292p 파손)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라고 점쟁이 유타는 중얼거리머 "쥐틀을 사라. 쥐가 너의 딸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라며 중년의 여자를 곁눈질로 보았다. 여자는 놀라며 유타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어젯밤에 쥐가 당신의 딸을 갉아먹었을 거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바로 어제밤의 일인데.. ” “쥐는 딸의 오른쪽 새끼 발가락을 물었다.” 쟁반 위의 쌀알을 응시하면서 유타가 말했다. "그래, 맞아요. 하지만, 어떻게 알고 계시는지... 쌀알의 줄을 보면 아는 것입니까..." 매실 아주머니가 내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모두 일제히 쟁반 위의 쌀알에 눈길을 보냈다.
"아까의 말은 당신의 2대 전 조상인 사촌 아저씨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것이다. 할머니의 사촌 아저씨에게 매일 아침 차를 올리고 손을 모아 예를 다하고 성묘도 잊지 않도록 하고 모든 조상님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셔라. 많은 제례음식을 만들어라" 라고 명령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약간 뜸을 들인 후, "돼지고기는 가능한 한 상등품을 사는 것이 좋다. 우리집 하인에게 어느 가게가 가장 좋은지 알려달라 하라" 라고 은근히 덧붙였다. "네, 네, 잘 알겠습니다." 중년의 여자는 돈봉투를 접어서 유타 앞에 내밀었다. "당신도 꼭 우리 집 제례 때 와 주세요"라고 말했고, 중년 여자는 공손하게 절을 한 후 방을 나갔다.
유티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작은 상자에 돈이 든 봉투를 넣고 예리한 눈길을 나와 매화 아주머니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매화 아주머니가 나의 놀라운 기억력에 대해 열심히 이야하기 시작했다. 세골에 대한 것, 무덤에 대한 것, 나방으로 보이는 나비에 대한 것 등 세세하게 보고했다.
"이 아이는 당시 아직 두 살도 안 된 아기됐는데...”라고 아주머니는 계속 말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 아이가 말하는 것은, 저도 거기에 있어서 자초지종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카는 지금 몇 살이지요." "여덟 살이에요."
"그 아이가 나방을 쫓아 갔는데 그 나방이 요요 무덤으로 들어갔다는 말이군요.” 유타는 돈상자를 꺼내 열고 그 안에서 담배를 꺼냈다. 매화 아주머니는 짙은 눈썹이 한 일자가 될 정도로 이마에 주름을 지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주머니는 담배를 매우 싫어했고, 특히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싫어했다.
당시 오키나와에서는 술집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일반 여성의 흡연은 보기드문 일이었다. 매화 아주머니는 그때까지 상냥하던 목소리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변했다. 담배를 피우는 유타에 대한 불편한 심기의 표현이었다.
"이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은 요즘 이상한 말을 꺼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또래 이이들보다 초능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뭔가 나쁜 기운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됩니다. 아기 시절에 본 세골(洗骨)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 아이가 걱정돼 죽겠어요."
유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방을 좇아 갔다고?"라고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유타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를 크게 가로저었다. 리본으로 묶은 유타의 머리결이 흔들렸다. 나를 꾸짖기라도 하듯이--. 그런데 갑자기 입술을 움직이며 미소를 짓는 것이다.
그 웃는 얼굴이 그녀를 상냥한 어머니처럼 보이게 했다. "우리 집에도 여덟 살 된 딸이 있어요.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노부코도 학교에 다니나?” “네.”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는가?” “네.” “그건 다행이다. 선생님은 높은 사람이니까.” 매화 아주머니가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유타는 쓸데없는 말을 그만두었다. 불을 붙이지 않는 담배를 거두고 시주함을 가까이에로 당겼다.
그리고 쟁반 위에 쌀을 퍼뜨렸다. 2~3분 동안 쌀이 흩어지는 것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화 아주머니가 걱정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유타는 다시 담배를 집어 들고 불을 붙였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계속 피웠다. 매화 아주머니는 유타가 입이나 코에서 내뿜는 보라색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으러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유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아이가 요요 무덤에 나방을 좆아 갔구나." 유타는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체 엄청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것처럼 매우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리가 저려 방석 위에서 몇 번이나 다리를 바꾸어 앉으며 일어나서 다리를 펴고 싶었다.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천황 폐하의 사진을 보았다. 천황 폐하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훈장을 많이 달고 있었다.
유타의 손을 보니 새끼손톱이 5~6센티미터나 길게 자라 있는 것에 놀랐다. 이번에는 매화 아주머니의 손가락을 보았다. 아주머니의 손가락은 똥통하고 짧았다, 손톱도 짧았다. 오른쪽 새끼손가락에는 보통의 것보다 굵은 금반지를 끼고 있었다.
유타가 단조롭고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다가 마침내 "맞아, 맞아."라고 머리를 끄덕이며 말하자 "무슨 말입니까"라며 매화 아주머니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유타는 상체를 곧게 세워 매화 아주머니를 대했다. "요요 무덤의 응보가 이 아이에게 나타나 있다." 매화 아주머니가 깊은 한숨을 쉬며 신음소리를 냈다.
"나방은 요요 무덤의 조상 중 한 명이 변신한 것이다. 나방을 좇아가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것은 이승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의 혼령이 변신한 것이니까. 나방을 좇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령을 좆는 것이다. 나방은 저승에서 헤매고 있는 혼령이 변신한 것이다. 나방은 현세의 인간을 부러워하며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혼령의 응보를 제거하려면 이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매화 아주머니가 물었다. "내일 아침 닭이 울기 시작할 때 일어나서 이 아이를 데리고 요요 무덤으로 가서 무덤 앞에 세워서 ...” “안돼요, 싫어요, 그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나는 떼를 썼다. "가만히 있어라!" 아주머니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꾸짖었다.
"말한 대로 해야 해요. 이 아이를 무덤 앞에 세우고 요요라고 세 번 말하게 해야 해요. 세 번이야." "그러면..." 이라고 매화 아주머니가 물었다. "음 혼령이 물러나고 원래의 노부코로 돌아갈 수 있다. 옛날의 이상한 꿈 같은 것은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세골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게 된다."
"아니, 아니, 나는 그기에 더 이상 가기 싫어." 나는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무서워. 아침 일찍은 아직 어두우니까 더욱 싫어” “가야 한다”고 유타는 말했다. "가야 해"라고 아주머니도 덧붙였다. 아주머니는 돈이 든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는 빨간색과 흰색 끈으로 만든 리본이 감겨 있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요요 무덤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버지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도록 승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어머니도 아주머니와 함께 아버지에게 부탁햇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요요 무덤행을 승락하지 않았다.
2, 3일 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신문을 읽으며 들려주고 있었다. 여자 점쟁이가 우직한 나하시민을 속였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29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