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는 림프관에 들어 있는 조직액이다. 림프액이라고도 한다. 과거엔 임파라고도 불렀으나 이는 림프의 영어인 일본어식 표기여서 사용하지 않는다.
림프는 조직세포와 세포사이에 있는 액체인 조직액 림프관에 들어간 액체를 이른다. 원래 조직액은 혈장성분 [적혈구, 백혈구 등의 혈액 속의 피톨들을 빼고 난 혈액 성분]이 모세혈관을 통해 배어 나온 것이다. 칼로 베이거나 하면 말간 조직액이 나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조직으로부터의 림프의 제거가 시원치 않아 조직액이 축적하여 부종(浮腫)으로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서 있든가, 기차여행 등에서 오래 의자에 앉아 발을 내리고 있으면, 점점 발이 부어 구두가 작아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의 근육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림프가 고여 발이 붓는 것이다. 외상이나 화상 등으로 손발의 넓은 부분에 상처가 생기면, 상처가 일단 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부은 것이 가라앉지 않는 일이 있다. 염증이 원인이 아니면 림프관계 통로의 재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모세혈관의 동맥쪽에서는 혈압이 높아서 혈장성분은 혈관 밖으로 여과되어 조직액이 되는데, 정맥측에서는 유효교질삼투압이 높아서 조직액은 혈관내에 흡수된다. 즉, 모세혈관으로부터 나온 혈장성분의 대부분은 다시 모세혈관으로 재흡수 되어 되돌아가는데 과잉된 조직액은 림프관에 들어가 림프가 된다. 사람에서는 전신의 모세혈관에서 하루에 여과되는 양이 약 20ℓ이며, 이 중 16~18ℓ가 흡수되고 나머지 2~4ℓ가 하루의 림프액 생성량이다. 무색인 림프액의 성분은 혈장과 비슷하나 단백질량은 적고, 또 혈장단백질보다 저분자의 것이 많다. 이것은 림프의 단백질이 혈장의 여과에 의하여 생긴 것이며, 분자량이 큰 것은 여과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혈액을 굳게 하는 피브리노겐(fibrinogen)이 들어 있으므로 응고성이 있다. 소화흡수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을 때의 소화관에서 모이는 림프에는 다수의 지방 덩어리가 들어 있어서 뿌옇다. 이것을 젖같이 보인다고 유미(乳靡)라고도 한다. 림프구를 비롯한 소수의 백혈구, 적혈구도 들어 있다. 혈액 속의 림프구 수명은 수 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어떻게 소멸되는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은 모세혈관벽을 지나서 림프조직에 되돌아가며 적은 부분은 소화관에서 없어진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으나 선천성 또는 후천성으로 림프관이 손상되거나 막혀 단백질이 풍부한 림프액이 피하에 축적되어 팔다리가 붓는 현상을 림프부종이라 한다. 염증 등으로 가래톳이 붓는 것은 림프절이 붓는 것이다. 증세가 지속되면 림프관은 확장되고 결체조직이 그 곳에서 증식하고 섬유화가 일어나 마침내 코끼리 다리같이 되는 상피병(象皮病)으로까지 진행한다.[그림3]
림프관이 폐쇄되면 발병부위에 조직사이의 조직액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폐쇄성 림프부종이 생긴다. 림프관 폐쇄의 가장 흔한 원인들은
① 악성종양으로 인해 림프관 또는 림프절의 폐쇄를 일으킨 것. 또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혹은 암이 진행되어 혈관손상으로 림프부종이 발생한다.
② 유방절제술을 하면서 림프절을 함께 들어내어서 생기도 하고,
③ 방사선을 쏘인 후 림프계를 구성하는 조직화가 일어나서 굳어 버리는 이유로 발생하고,
④ 주혈사상충[혈관에 기생하면서 상피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증
⑤ 염증 후 림프관이 막혀서 오기도 한다.
림프부종은 이처럼 1차적 원인에 의해 2차적으로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드물게 1차적으로 림프부종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특발성[1차적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 림프부종이 그 중 하나이다.
첫째, 특발성 림프부종은 10~25세의 여성에게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한쪽 또는 양쪽 발에 부종이 진행성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종은 발 또 발목에 국소적으로 남아 있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다른 부위로 진행한다. 부종은 꾸준히 일생을 통해 서서히 축적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 밀로이(Milroy, 사람이름) 병은 특발성 림프 부종과 비슷하지만 유전병으로 태어날 때부터 림프 부종이 있다. 전형적으로 하지가 붓는다.
섯째, 단순성 선천성 림프부종은 가족 중 한 사람만 발생한다는 것이 밀로이 병과 구별되고 이것 역시 출생할 때부터 나타난다.
우리 몸에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계와 림프액이 흐르는 림프계가 있다. 그러나 혈관계와 림프계는 해부학적 구조나 기능면에서 썩 다르다. 림프액의 기능은 물론 순환 구조 등에 대해서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다. 또한 림프액이 과도하게 쌓여 붓는 경우는 거의 모두가 구체적 질병에 의한 것이다. 지금 림프계에 관한 우리네 지식이 이런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여겨 림프액의 순환이나 림프의 소통을 간단한 물리적 행위로 바로잡고 다듬겠다는 것은 아루래도 마뜩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