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까맣게 옻칠한 것처럼 깜깜한 것입니다. 또는 사진 현상 때 쓰는 암실(暗室) 같은 어둠입니다. 요즘은 이런 어둠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릴 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 살았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도 마을에 전기가 안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별도 없고 달도 안 뜬 밤에는 진짜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이웃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늦은 밤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 속을, 막연한 두려움에 싸여 달음박질쳐서 집에 돌아왔던 적도 있습니다.
평소에 익숙한 길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성막의 깜깜한 성소 안에서 등불을 밝히는 아래 말씀을 누리면서 잠시 옛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등잔이 항상 빛을 내게 하여라.
아론과 그 아들들은 회막 안의 증거 앞에 있는 휘장 밖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여호와 앞에서 등불을 관리해야 한다(출 27:20-21)
이번 주도 위 말씀을 여러 번 읽고 먹었습니다. 성막 안의 등불 관리에 관한 이 말씀을 지금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이 생각나게 해달라고 간구했습니다. 다음 세 구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일곱 등잔대는 일곱 교회이다”(계
1:20), “여러 분이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영께서 여러 분 안에 거하시는 것을”(고전
3:16), (“사람의 영은 여호와의 등이라”(잠
20:17)입니다. 이러한 말씀을 토대로 누려서 정리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론과 그 아들들”: 구약에서 성막 안의 등불 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전적으로 제사장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약에서는 피로 구속받은 모든 믿는 이가 제사장입니다(계 5:10). 그러므로 흔히 성직자로 알려진 목사, 전도사, 선교사는 물론이고, 자신을 “평신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여호와 앞에서 등불을 관리하는 엄중한 책임을 분담해야 합니다. 즉 성소 안의 등잔이 항상 빛을 내도록 분량껏 기여해야 합니다(엡 5:8, 4:16).
“회막
안의 증거 앞에
있는 휘장 밖”: 등불을 관리하는 일은 성소(“회막 안의 증거 앞에 있는 휘장 밖”)에서 이뤄집니다. 성막의 세 부분(바깥 마당, 성소, 지성소)을 성전인 거듭난 사람의 세 부분(몸, 혼, 영)과 연관 짓는 것이 타당하다면(고전
3:16), 이 등불 관리하는 일은 주로 사람의 혼(생각, 감정, 의지)의 영역의 문제입니다.
등불을
관리해야 한다: 구약에서는 이 ‘등불’ 혹은 ‘등잔대’가 위 본문 외에 여러 곳에서 더 언급되었습니다(출 25:31-39,
30:7-8, 민 8:2-4, 왕상 7:49,
대하 4:7,
20, 13:11, 슥 4:2). 그러나 이 구절들을 다 찾아 읽어보았지만, 어떻게 등불을 관리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곳은 없었습니다. 다만 :”어스름한 저녁에 등잔에 불을 켜고”(출 30:
8), “아침마다 등불을 손질(trims)”해야 한다(7절)는 것과 등불을 밝힐 때는 “올리브 열매를 짜낸 기름”(출 27:20)을 쓴다는 것과 “등잔 부집게와 불똥 그릇”(출 25:38)이라는 표현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즉 등불을 관리하는 것은 저녁에 등잔에 불을 켜고, 그 다음 날 아침에는 밤새도록 빛을 내느라고 줄어든 올리브기름은 추가하고, 심지의 그을린 부분은 잘라내거나 새 것으로 갈아 끼우는 일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기름’과 ‘심지’가 핵심인데 이에대하여 회복역 성경 관련 각주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올리브 나무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고(비교 롬 11:17)
올리브 열매를 찧어서 짜낸 기름은 그리스도의 육체 되심과 인간 생활과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부활의 과정을 통해 산출된 그리스도의 영을 상징한다(고전 15:45, 롬 8:9와 각주 4 참조)
삼일 하나님의 체현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금 등잔대는 순금으로 만들어졌지만(출
25:31) 빛을 내기 위해 타는 심지는 식물의 생명에 속한 것이다. 심지가 타면서 빛을 내려면 기름으로 적셔져야 했다. 심지는 그리스도의 높여진 인성을 상징하며, 이 심지는 신성한 기름으로 불타서 신성한 빛을 발한다” (출 27:
20 각주 1-2).
등불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올리브 ’기름’은 그리스도의 영을 상징하고, 그 기름에 적셔진 ‘심지’는 그리스도의 높여진 인성을 가리킨다는 위 설명은 제게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위 말씀을 신약의 성전인 우리에게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이 주제를 묵상하는 중에 주님은 “사람의 영은 여호와의 등이라. 내적 존재의 가장 깊숙한 모든 부분을 살피느니라”(잠 20:27)라는 말씀이 생각나게 하셨습니다(사람의 영은 성경 다른 곳에서도 여러 번 언급됨. 창 2:7, 욥 32:8,
슥 12:1,
롬 8:16, 고전 2:11, 살전
5:23, 히 4:12
참조). 아래 내용은 이 ‘사람의 영’에 관한 각주 설명입니다.
“사람의 영은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등이다. 사람의 거듭난 영 안에서 빛나고 있는 빛은 하나님 자신이시다(요일
1:5). 등이 빛을 담아 표현하듯이, 사람의 영은 하나님을 담아 그분을 표현하려고 창조되었다. 신성한 빛이 사람의 내적인 부분들 안으로 비춰 들어가려면 기름이신 하나님의 영이 심지(롬 8:16 참조)와도 같은 사람의 영을 적시셔야(연합되셔야)하고 사람의 영(롬 12:11)과 함께 “불타셔야” 한다(잠 20:
27 각주 2).
위 본문 말씀을 묵상하고 추구한 결과, 제 마음 안에 다음 세 가지가 새겨졌습니다.
-신약의 제사장들인 우리 모두에게 ‘성소의 등불 관리’라는 “영구한 율례”가 주어졌다(출 27:21).
-거듭난 영(지성소) 안에는 이미 쉐카이나 영광이 가득 하나, 성소(생각, 감정, 의지) 안의 등불 관리가 느슨하여 이 영광 빛은 현재 상당 부분 가리어져 있다.
-매일 아침에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우리의 존재 안에 기름이신 그리스도의 영을 더 채우고(마 25:4), 우리 옛 사람의 표현인 불똥 심지를 잘라낼 때 교회는 “금 등잔대들”로 더 빛나게 될 것이다(계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