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병사같이 험악하고 잔인해 보이는 중위가 지휘대에 올라
서서 모든 지휘를 하고 있었다. 철모를 쓰고 있는데 눈도 보이지
않고 코 끝과 입만 보였다.
"차려! 열중 쉬어! 차려!"
"이 새끼들 동작 봐라
또 한차례 몽둥이와 군홧발이 날아들었다.
'지금부터 본관이 하는 말을 잘 들어 두는 것이 조금이라도 신상
에 이로을 것이다. 이 시간 이후부터 너희들의 생명은 신성한 군부
대에 보관한다. 사회에 있을 때의 모든 것뜬 오늘로 모두 소멸된
다. 우리 군은 오늘부로 썩고 병든 너희들의 육신과 정신을 인수
받았다. 알았나?"
"이 새끼들 대답 봐라. 알겠나?"
"예엣!"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대답 소리가 들렸다.
"좋다! 지금부터 명령을 시달한다. 0.5초 이내로 알몸이 된다
실오라기 하나라도 남기는 놈은 생명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
겠다! 실시 !"
그들이 양말과 속옷까지 벗어 버리고 알몸이 되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수치심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우선은 생명을 보전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인간이라는 개념을 버려라. 너희들은 인간
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너희 같은 놈
들이 더 이상 사회에 있으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혀 사회의 안녕질서를 어지럽히고 오염시켜 온 세상을 썩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우리에게 보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
금 이 시간부터 너희들이 안정된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
리를 박탈한다. 그러나 너희 같은 더러운 놈들도 썩은 곳을 도려
내고 개조시켜 참다운 인간으로 재생해 보라는 정부 당국의 선처
에 부응하고자 우리가 너희들을 초대하게 된 것이다. "
이때, 누군가가 쿨룩쿨룩하는 기침 소리를 냈다
"어, 이 새끼들 봐라! 간 큰 놈 있구만! 지금 기침 소리 낸 자
식 앞으로 튀어 !"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한 사람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이가 50이 넘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머
리를 삭발한 것으로 보아 승려인 듯했다.
"야! 이 새끼야, 너 사회에서 뭐해 먹고 살던 놈이야?"
"옛, 중질(lIfH) 했습니다"
"오, 그래! 중? 절간의 중놈 말이지?"
"예, 그렇
승려의 대답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몽둥이와 군홧발이 하늘
을 가른다.
"야! 이 새끼야. 중놈은 지휘관 훈시하는데 기침해도 된다고 부
처님이 그러든?"
지휘관과 하사관들이 한패가 되어 별로 힘도 없어 보이는 스님
을 합동으로 구타해 댔다.
"너! 이새끼 돌팔이 땡추지? 그 동안 사회에서 얼마나 사기 쳐
먹었어, 이 새끼야!"
그는 몽둥이와 군홧발에 채인지 얼마 되지 않아 입에 하얀 거
품을 물고 땅바닥에 사지를 늘어뜨렸다 그날 이후로 그 사람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희들 잘 보았지? 너희들은 기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 말
이야. 이 새끼들아, 알겠나?"
"녜! 녜! 녜!"
수련생들의 고막을 찢을 듯한 고함 소리는 치악산의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삭발을 한다. 앞에 보이는 이발병이 있는
곳까지 한 번에 20명씩 뛰어간다. 도착시간은5초다. 알겠나?"
"옛 ! "
"앞줄부터 20명 출발!"
이발병이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는 총알도 5초는 더 걸릴 것 같
았다. 이발병이 있는 곳까지 뛰어가는 수련생 들 뒤에서는 몽둥이
와 군홧발이 신들린 무당 칼춤 추는 것처럼 날뛰었다. 그 잔인한
매질에 수련생들은 내장을 토해내는 것 같은 처참한 비명을 질
렀다. 원주의 차가운 눈바람은 상처 입은 육신의 생살을 찢어 내
는 듯했다
일명 삼청교육대 수련생들은 벌써 몇 시간째 눈 덮인 연병장을
맨몸으로 구르고 있었다.
"취침! 동작 그만! 기상! 앞으로 취침!"
이제 그들은 형상만 사람이었지 사람이 아니었다. 온몸은 군홧
발과 몽둥이에 맞아 피멍이 들고 무릎과 팔꿈치는 살이 터져 유
혈이 낭자했다.
아 신이시여! 사람이 어떻게 저토록 잔인할 수가 있는 것
입니까?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어찌 두고 보고만 있습니까?
상옥은 하늘을 향해 속으로 울부짖었다.
'신이시여, 우리를 보살펴 주소서 힘과 용기를 주소서 저
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입니다.
이제는 그들이 지쳤는지 숨을 헐떡였다 수련생들은 삭발을 당
하고 처절한 몰골이 되어 군작업복과 시커먼 작업화를 지급받은
후, 다시 내무반으로 끌려가 세면도구를 지급받았다 관물함에 정
돈한 뒤 열을 지어 식당으로 향했다. 하늘에서는 상옥의 서글픈
마음을 알아 주기라도 하는 듯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이 펑펑 쏟
아져 내리고 있었다
식당은 상당히 규모가 컸다. 400명이 넘는 사람이 움직이는 데
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내면 초죽음을 당한다는 강박관념이 모두에게 박
혀 있었던 것이다.
'쟁그렁, 철커덕 !'
누군가 배식을 받아 나오다가 앞사람과 부딪쳐 식기를 식당 바
닥에 떨어뜨렸다.
"동작 그만. 이 새끼 정신이 썩었구나! 야, 이 새끼야. 그 밥이
어떤 밥인데 통째로 엎어 버리는 거야!"
육중한 군홧발이 식기를 떨어뜨린 수련생의 턱을 향해 날아갔
다. 그는 으윽!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뒤로 나가 떨어졌다.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아!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너희들은 수련생이란 말이야. 이 개새끼들아! 군인정신으로 수련
을 받아야 사람이 되는 거야. 이 개자식들아!"
그 수련생은 한 마디의 변명도 못 하고 식당 시멘트 바닥에 엎
드려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상처 입은 입으
로 엎질러진 밥과 반찬을 개처럼 혓바닥으로 핥아먹어야 했다. 그
것도 모자라서 조교의 군화 밑바닥을 윤이 나도록 핥아먹고서야
일어설 수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굶주린 창자는 채워야 하는 것이 인간이던
가
공포의 식사시간이 끝나고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페치카에서는
물이 器어 안개 같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교의
눈짓에 따라 수련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정렬하고 눈을 감은 채 정
신통일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를 생각하고 필이
반성하라는 것이었다. 상옥은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이곳에 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
었다 단 한 번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준 일도 없고, 법을 어긴 전
과자도 아니었다. 다만 한 여자를 사랑했다는 죄, 그 여인의 행방
이라도 알고 싶어했던 죄밖에는 없었다. 집 나간 아내를 찾아 헤
맨 죄가 이토록 엄청나고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할 정도란 말인
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때 갑자기 조교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157번 수련생, 1보 앞으로!"
악마 같은 조교가 상옥을 불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상옥이 157번 수련생이라는 것을 안 것은 조교의 몽둥
이 세례를 받고난 후였다. 상옥 자신이, 인간 김상옥이 아닌 수련
생 157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157번 수련생, 너는지금 울고 있다. 그 눈물은 무엇을 뜻하는
눈물인가?"
상옥은 살아야 했다. 한 대의 매도 맞지 말아야 했다. 어떻게
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무사히 살아 남아야 했다. 그 순간 자신
이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이들과 시시비비를 가리다가는 곧 죽음을 부를 수도 있었다.
'네! 저는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래! 이 새끼야, 진작에 그런 마음 먹었으면 이런 곳에 오지
않았을 것 아니냐 이 멍청한 새끼야! "
그는 상옥을 조롱하며 비웃고있었다. 오냐! 얼마든지 비웃고
조롱하거라.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아, 내가 살아서 이곳을 나간
다면 나는 다시 이곳에 찾아와 너의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다. 그
리고 지금 너희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얼마나 천인공노할 만행인
가를 뼈저리게 뉘우치게 해 주리라. 그때는 너희들도 지금의 우리
들이 어떠한 고통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상옥은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상옥 일행은 새벽 5시에 기상하여 밤 10시 취침 시간까지 전율
적인 기합과 체벌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름하여 삼청교육도 끝
이 나가고 있었다
상옥은 내심 자신은 전과가 없으므로 비교적 쉽게 이곳을 빠져
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련생들의 말을 들으니 경찰서에서
이곳으로 보낼 때 이미 A급 B급, C급으로 분류했다는 것이었
다. C급은 이미 경찰서에서 훈방이 되었고 상옥의 경우로 판단해
볼 때 4주 기본교육을 마치면 귀가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
었다. 그래서 4주만 마치면 귀가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고 있었
다. 그런데 그4주째 되는 마지막 날이 온 것이다.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내일은 이 생지옥을 빠져나가리라.
그런데 내일 귀가조치된다면 오늘 밤 무슨 말이든 있어야 할
터인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자정이 가까워지는데도 아무런 변화
가 없었다. 상옥은 마음이 불안했다. 그런데 자정이 지난 한참후
에 조교들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기상! 전원 기상!"
몽둥이와 군홧발이 난무했다. 내무반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으윽! 억! 아이구!"
"이새끼들 동작 봐라. 그만큼 수련을 받았는데도 아직도 이 모
양이냐. 이 새끼들아, 삼선 정렬하고 주목!"
조교의 독사 같은 눈이 번뜩였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자는 관물 정리하고 앞으로 나온다 알겠
나!"
내무반이 떠나갈 것 같은 함성이 울렸다. 아, 이제야 이 생지옥
을 떠나는구나 생각하니 눈앞이 흐려졌다.
그러나 잠시 후 가슴 부풀던 귀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
았다 상옥이 속해 있던 내무반에는 62명의 수련생이 있었는데 그
중에 단 3명만이 관물을 정리하고 지옥 같은 내무반을 나갔던 것
이다. 그들이 밖으로 나간 후 남은 수련생들은 심야의 피비린내를
맡아아 했다. 무려 두 시간 이상을 패고 짓이기는 난투극을 치르
고서야 그들을 자리에 앉힌 교관들은 이상야릇한 말을 했다.
"여기서 너희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너희들은 이 부대를 떠나 다른 부대로 이동
하여 재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들의 교육 태도와
수련생활이 엉망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정신 수련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상부의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
"너희들은 지금부터 조용히 관물을 더블백에 단정히 넣어라."
이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악마들에게
시달리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기약도 없이 저들이
원하는 곳으로 이끌려 가야만 하는 것이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목숨조
차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 관물 정리가끝나
자 기상 시간이 되었다
아직도 창 밖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데,
어디론가 끌려가야 할 수련생들은 내무반이 떠나가도록 처절한
목소리로 목이 터져라 군가를 합창하고 있었다
"백두산의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나의 조국이라는 군가를 부르는 그들
의 얼굴에 진하디 진한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개같이 끌려
갈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그들은 절규에 가까운 군가를 부
르고 있는 것이었다.
먼동이 틀 무렵 수련생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삼엄한 헌병들
의 감시를 받으며 연병장에 집결하였다. 연병장에는 20여 대의 관
광버스가 이미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두 사
람이 한 조가 되어 또다시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 버스에 올랐
다.
수련생들의 승차가 완료되자 곧바로 버스가 출발했다. 지난밤에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그러나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는 수련생들의 마음은 칠흑 같은 어둠과 두려움뿐이었다.
상옥은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자신과의 싸움만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 처참한 고통과 치욕을 참고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떠
한 일이 있어도 죽지는 말자. 최소한 나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지
는 말자.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서 라도 살아나가자.
이곳에 끌려온 사람들 중 이렇게 엄청난 고통을 받을 만한 죄
를 지은 사람은 거진반 없었다. 뿐인가, 이곳에 끌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잘못되어 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정의를 말한 사람들이었
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잘못되어 가는 현실을 비판한 게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만약에 그것이 실정법에 위반된다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정식 재판을 받고 그 죄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법적 절차도 없이 무조건 끌어다가 이
렇게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들이 행하고 있는 행위는
엄청난 인권모독이고, 비도덕적이며 비 인간적이다. 여기에 억류되
어 있는 수련생들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짜 놓은 덫에 걸려 신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야 어쨌든 수련생을 태운 버스는 청정을 지나 망우리 고
개를 넘어 의정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련생들은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곳으로 끌려가든 수련생에게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무
엇이든 그들이 짜 놓은 각본대로 실행될 것이 뻔하니 의문을 가
질 필요도 없었다 생사의 권한을 그들이 쥐고 있으니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기왕에 그들의 손에 달린 목숨이라
면 어디서 죽든 무슨 대수라.
상옥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차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버스는
의정부 삼거리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차는 직진을 하
는데 상옥이 타고 있는 버스는 우회전하여 포천 방향으로 내달렸
다. 포천을 지나 이동 쪽으로 향하던 버스는 국도를 벗어나 가파
른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포장 도로를 20분 정도 오르니까 산 중턱에 군부대 막사가
보였다 정문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붉은 글씨가 상옥의 가슴을
조였다.
'나의 검은 과거를 씻는다!
까만 천 위에 쓰여진 새빨간 글씨가 극도의 공포 분위기를 자
아냈다. 산기슭에 자리한 넓은 연병장에는 원주에서와 마찬가지로
빨간 모자를 눈 밑까지 푹 눌러 쓰고 진초록빛 몽둥이를 허리에
찬 조교들이 열중 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가
명령만 내리면 당장이라도 악마의 충실한 시종이 되어 수련생들
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다. 이들의 눈에는 살기 어린 광기가
서려 있었다.
불행하게도 상옥의 예감은 적중했다. 연병장에 도착한 버스의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도열하여 대기하고 있던 조교들이 굶주린
야수가 먹이를 발견한 듯이 몽둥이를 빼어들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고함을 쳤다.
"머리 숙여, 이 새끼들아! 머리 숙이라구!"
그들은 복날에 개 때려잡듯 수련생들을 무차별하게 치고, 차고,
두들겨 팼다. 마치 철천지 원수를 만난 듯했다. 설사 제 부모 죽인
원수를 만났다 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수련 생들은 비명
도 지르지 못하고 몽둥이와 군홧발을 몸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부러지는 모습은 마치 유황이 끓고 있는
지옥의 모습 그대로였다
수련생 모두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몽둥이질은 계속되었다.
모두 버스에서 내려 정렬하자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가 지휘대
에 올라섰다.
'자 그만! 조용"
대위는 한껏 위엄을 부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나는 오늘부터 너희들을 책임 맡은 중대장 최00이다! 너희들
이 원주에서 어떻게 수련을 받았는지는 개인기록 평가서를 확인
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원주에서 어떠한 수련을 받았든 그곳
에서의 습관은 버려라! 이제부터는 내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것
만이 너희들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길임을 명심하라 만약 조금이
라도 내 명령에 불복한다면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나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너희들의 생과 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
에서 오늘 시범을 보여 주겠다!"
수련생들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우향 우!"
"연병장 끝에 아카시아 나무가 보이나?"
"넷 ! "
"너희들은 지금부터 저 아카시아 나무를 돌아온다. 돌아오는 방
법은 뛰어가는 게 아니고 개같이 기어서 돌아온다. 너희들은 개만
도 못한 놈들이니까! 알겠나?"
"옛 ! "
'더플백을 어깨에 멘다. 그리고 개같이 엎드린다! 실시!"
수련생들은 개같이 납작 엎드렸다.
'준비 됐나?"
"옛 ! "
'내가 하는 대로 복창한다. 나는 개다!"
"나는 개다!"
"나는 개새끼다!"
"나는 개새끼다!
"좋다. 너희들이 분명히 개라고 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
부터 개가 된 것이다. 맞나?"
"옛 ! "
"그러면 개같이 짖는다! 실시!"
'멍 !"
'캥캥 !"
"왈왈!"
연병장은 완전히 개 훈련장이 되었다. 팔도의 개가 다 모여 울
부짖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개소리를 내며 반환점을 돌아온다. 알겠나?"
'멍멍"
"왈왈"
"캥캥"
"준비 출발!"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련생들은 완전히 개가 되어 반환
점을 향하여 죽을 힘을 다하여 기어갔다. 입으로는 왈왈, 멍
멍 미친 개소리를 내며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열심히 기어가
고 있었다. 손바닥이 해어지고 무릎이 까졌다. 그러나 이런 고통
은 문제가 아니었다. 대열에서 낙오되면 무릎이 까지는 정도가 아
니라 두 다리가 잘릴지도 모르는 위기일발의 순간인 것이다. 상옥
은 자신이 정말 개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혓바닥을 빼물고
침을 흘리며 죽어라 기었다.
살아야 한다 죽어도 죽을 수가 없다 나는 네놈들에게 팔 하
나, 다리 하나, 아니 손가락 하나라도 잘릴 수가 없다. 이놈들아,
너희들은 천벌을 면치 못하리라. 언젠가 맑은 하늘에서 벼락을 맞
아 죽으리라.
상옥을 지탱시켜 준 것은 오기와 증오였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
다. 죽게 되면 죽을 것이고 살게 되면 살 것이다 수련생들은 반
환점을 돌아서 지휘대 앞으로 돌아왔다.
결국 한 사람의 꼴찌는 필연적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 꼴찌는 원주에서 상옥과 같은 내무반에 있었던 정민모라는
47세의 사내였다. 정씨는 나이답지 않게 힘도 좋았고 날씬한 사
람이었는데 몽둥이로 맞아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반 병신
이 되어 있었다. 그 정씨도 반환점까지는 죽을 힘을 다해 기어갔
는데 원위치로 돌아오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정씨는 모든 것을 포
기했는지 나무 밑에 엎드려 있었다. 중대장이 날카로운 금속음으
로 옆에 있는 조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교! 나무 밑에 엎어져 있는 놈 끌고 와!"
"넷 !"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56명의 조교들이 총알같이 달려가
정씨를 무조건 두들겨 패고는 죽은 개 끌듯이 끌어다 중대장 앞
에 내동댕이쳤다. 정씨가 중대장 앞에 놓여졌을 때는 이미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입에서는 찐득한 개거품이 흘러 나오고 있
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이 새끼가 어떻게 되는가를 봐 둬라"
그는 연병장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막사 앞에 세워진 길이 3미
터쯤 되어 보이는 나무 세 개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수련생들은
숨을 죽이고 그자가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자는 조교들에
게 나무 끝을 함께 묶게 하여 정씨를 거꾸로 매달게 하였다. 이제
정씨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얼굴은 백랍처럼 굳어 있었고 아무
런 고통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죽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악마 같은 중대장이 조교에게 삼발이 위에 밧줄을 걸고 잡아당
기라고 명령했다 정씨는 삼발이 속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지상으로부터 1미터 이상 올라가다가 멈추었다. 중대장은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제놈이 하고 있는 일이 살인행위라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자신의 야차 같은 행위를 즐기기
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 새끼들아! 끝까지 올리라구!"
중대장은 자신의 부하인 조교들의 정강이를 군홧발로 걷어찼다.
조교들은 밧줄을 힘껏 잡아올렸다.
"아 으으
정민모의 처절한 신음 소리는 수련생들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듯했다.
"아 아악!"
정씨는 나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마지막 통한의 비명을 지르
고 있었다.
'밧줄을 놓는다! 실시 !
조교들이 팽팽히 당겨진 밧줄을 순간적으로 놓아 버리자 정씨
는 장마철에 썩은 호박 떨어지듯이 퍽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널브러져 버렸다. 그가 떨어진 자리에 시뻘건 선헐이 낭자했다
"다시 당긴다! 실시! 놓아라! 당겨라!"
똑같은 방법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정씨의 입에서, 코에서, 머
리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만약에 저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리라. 살인마 중대장은 그렇게
하고도 부족했는지 수련생 중 몇 사람을 불러내어 나무에 묶은
정씨를 끌고 뛰라고 명령했다. 수련생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그를 차마 끌고 뛸 수가 없어 잠시 망설이자 몽둥이와
군홧발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수련 생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
쩔 수가 없었다 밧줄을 끌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었다. 그들은 밧줄을 끌고 뛰었다.
첫댓글 보고 갑니다.......
인간이 할짓이 아니것만 그들은 어찌 이런짓을 했는지!
이짓을 한 사람들 지금 발뻣고 살고 있을까?
그땐그랫죠
잘보고갑니다.
이런 새상이 있었다는걸 우리는 잊고 살아가고
또 우리는 사실 실감이 안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