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디오 방송사 NPR의 기자 에릭 와이너가 쓴 '행복의 지도(원제 The Geographo of Bliss)' 투덜이 스머프처럼 매사 불평꾼이라 자처하는 저자가 과연 행복의 비결이 뭘까 하는 의문을 품고 지구촌 방방곡곡을 찾아 헤매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귀기울이며 건져 올린 이야기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경제난이다 뭐다 세상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모드로 우리를 몰아갈 때는 정말 무슨 뾰족한 수라도 써야 웃고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저자는 이것만 갖추면 무조건 행복해진다는 싸구려 약장수 같은 얘길 늘어놓지는 않는다. 대신 어떤 게 진정한 행복인지, 그걸 얻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무수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예컨대 '은둔의 왕국' 부탄에서 저자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행복의 조건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부탄 사람들은 악수를 하든, 설겆이를 하든, 길을 건너든 매사에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건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과 자기가 하는 작은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즉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석유가 펑펑 터져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카타르에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그 이유를 '쾌락의 트레드밀'이라는 심리학 이론으로 설명한다. 돈이 주는 쾌락에 익숙해지고 나면 더 이상 즐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행복도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그래서다.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선 시기심과 실패를 행복의 키워드로 발견한다. 남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재능이든, 물건이든 모든 것을 나누는 관행이 그렇다. 든든한 사회 복지제도 덕분인지 실패가 낙인이 되기는 커녕 장려되는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저자는 "실패를 성공으로 가기 위한 애피타이저로 보는 미국인들과 달리 아이슬란드에선 실패자체 가 메인 디쉬"라며 감탄한다. 이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행복의 비결들을 전해 들은 저자가 백미로 꼽는 것이 있으니 바로 "행복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부탄의 한 학자가 들려준 얘기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 친구들과의 관계 맺음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명사도, 동사도 아닌 접속사"라는 게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