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名筆)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글씨, 주자(朱子) 무이도가(武夷棹歌) 칠가(七歌)

[농월]

명필(名筆)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글씨, 주자(朱子) 무이도가(武夷棹歌) 칠가(七歌)

먼저 위의 붓글씨의 시(詩)내용부터 설명한다.

七曲移船上碧灘(칠곡이선상벽탄)-일곱 굽이 배를 옮겨 벽탄(碧灘)에 오르니

隱屛仙掌更回看(은병선장갱회간)-은병봉(隱屛峰)과 선장암(仙掌巖)이 다시 돌아 보인다.

却憐昨夜峰頭雨(각련작야봉두우)-도리어 지난밤의 산봉우리비가 가련하니

添得飛泉度幾寒(첨득비천도기한)-폭포수의 증가함에 몇 번이나 추웠느냐

※위의 시는 주희(朱喜)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중 제 7편이다.

주희(朱喜)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는 자신의 학문성취에 대한 깊은 철학적(哲學的)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필자의 짧은 식견(識見)으로는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위의 붓글씨는 17세기 조선 최고(最高) 명필중 한사람인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1770~1845)의 글씨다.

전북(全北) 전주(全州) 출신이다.

글씨가 마치 전주천(全州川)의 물흐르듯 유려(流麗)함이 좋아 여기에 소개한다.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는 중국 송(宋)나라의 주자학(성리학性理學)을 집대성한

대유학자 주자(朱子)가 학문에 투신(投身)하여 한 글자 한 문장 학문을 쌓아올린

과정을 시(詩)를 지어 표현 한 것이다.

주희(朱喜)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서시(序詩)에서 제7곡(第七曲)을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이 초서(草書)로 쓴 것이다.

17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조선 최고의 명필(名筆)들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 ~ 1856 충남 예산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1705 ~ 1777 전북 전주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 1770 ~ 1845 전북 전주

해강(海崗) 김규진(金圭鎭) 1868 ~ 1933 평안남도

등이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를 조선 제일의 명필이라고

하였다.

잠깐 필자가 읽어본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중국은 땅이 넓어 희귀한 한약재가 많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산 한약재를 “당재(唐材)”라 불러 아주 귀하게 여겼다

(사실은 조선의 한약재가 중국산보다 약질이 좋다고 한의과대학교수들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북경으로 가는 인편이 있으면 “당재(唐材)”를 부탁하였다

전주 명필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도 자기가 필요한 “당재(唐材)”를 구하기 위해

한지에 붓으로 그 한약재의 이름들을 써주었다.

북경의 한약방 주인은 조선에서 온 이삼만(李三晩)의 약재 주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약재이름 글씨가 천하 명필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누구 글씨냐?

예, 조선 전주(全州)에 있는 이삼만(李三晩)이라는 사람이 쓴 것입니다.

약값은 안 받아도 된다.

그 대신 이 약주문서 글씨를 약값대신 나에게 주고 가라!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과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출신이 다르다.

이삼만(李三晩)은 가난한 집안이었다.

눈만 뜨면 글씨쓰기와 술로 세월을 보냈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왕실이 외가(外家)다.

완전 금수저 중에 금수저신분이다.

그야말로 교목세가(喬木世家)다.

※교목세가(喬木世家)-여러 대에 걸쳐 중요한 벼슬을 지내 나라와 운명을 같이하는 집안.

추사(秋史)는 20대에 이미 청나라 북경에 가서 당대 최고의 학자인

옹방강(翁方綱)과 완원(阮元)같은 대학자들을 스승을 삼고

서법(書法)과 금속학문에 대한 지도를 받은 귀족이었다.

김정희의 자(字)인 “(秋史)”와 호(號) “완당(阮堂)”은 이들 스승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반대로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은 전주 시골에서 별다른 스승 없이 독학(獨學)을

했던 “잡초학문”이라 할까.

일설에는 이삼만(李三晩)은 당시 조선의 명필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의

제자였다고 하였다.

추사 김정희는 안동(安東) 김씨의 정치적 모략에 의해 자행된 1840년

윤상도(尹尙度) 옥사사건(獄事事件)에 연루되어 제주도로 귀양 가서 9년을 지낸다.

추사가 제주도로 귀양 가던 길에 전주에 들러 이삼만(李三晩)을 만나 서로의 글씨를

겨뤄본다.

추사는 16년이나 나이 많았던 이삼만(李三晩)의 글씨를 보고

“조필삼십년(操筆三十年)에 부지자획(不知字劃)”이라고 혹평(酷評)하였다.

“30년 붓을 잡았다고 하지만 획(劃)도 하나 제대로 못 긋는구나!”

도에 넘치는 악평(惡評)이었다.

추사(秋史)는 이런 오만함이 있었다.

이삼만(李三晩) 제자들이 추사를 두들겨 패려고 했지만 창암(蒼巖이 말렸다.

이유는

추사는 털이 짧고 뻣뻣한 중국식 붓을 썼지만,

창암은 털이 길고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한 붓으로 글씨를 썼기 때문이다.

추사체는 획이 강직하다.

특히 예서(隷書)의 조형미(造型美)는 따를 사람이 없었다.

필자의 개인 생각이지만 추사가 천하 명필이라 말 듣는 것은

“예서(隷書)의 조형미(造型美)”로 인함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창암의 글씨는 “유수체(流水體)”라고 해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유연하다.

아마도 창암의 집이 전주천이 감아 도는 한벽당(寒碧堂) 옆에 있었기 때문에

항상 물을 보면서 서체를 궁리했기 때문일까~~~~

추사는 말했다.

지금 조선의 최고 명필은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가 아니라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이라고---

추사는 제주도 유배를 끝내고 오는 길에 다시 전주에 들렀다.

이때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추사는 그의 묘비에 슬픈마음으로

명필창암이공삼만지묘(名筆蒼巖李公三晩之墓)라는 글씨를 남겼다.

IT 산업으로 모든 것이 문화예술이 컴퓨터로 대신하는 시대에

붓글씨는 문자(文字)의 영역을 떠나 회화(繪畵)의 한 부분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