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내프로야구에도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중 나오는 오심을 줄여 경기력을 향상 시키자는 의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 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국내 리그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확대 시행하면서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미국 전역에 위치한 30개 구장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수많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인력을 배치했다. 경기 중 비디오 판독 신청이 들어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대기하고 있는 심판이 상황을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뒤 현장 심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KBO로서는 당장 메이저리그와 같이 많은 예산와 인력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 리그 크기와 자체 예산만 비교하더라도 KBO는 MLB 사무국의 반도 못 미친다. KBO의 자체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면 각 구단에 도움을 받아야하는 실정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9개의 프로야구단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BO가 '비디오 판독'에 관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프로야구 TV 중계를 하고 있는 방송사와의 기술적 연계를 제시하고 있다. TV 중계화면을 활용해 비디오 판독을 하자는 것이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지 않은 지금도 TV 중계 느린 화면을 통해 '오심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고는 있다.
하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를 본격적으로 비디오 판독의 분석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천성면 XTM PD는 방송사 카메라를 통한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중계에 투입되는 카메라는 12대+1대 이다. 1대는 피칭캠 역할을 하는 카메라로 S존 확인을 위해 사용된다. 문제는 방송사마다 카메라 세팅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라인선상을 타고 흐르는 타구를 찍을 때 A방송사는 공을 쫓아가고, B방송사는 선수를 쫓아간다. 각 카메라맨의 촬영 기준이 다르고, 방송사마다 고유의 전통이 있어 찍고 싶은 앵글에 차이가 난다. 때문에 판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확률은 100% 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천PD는 이에 덧붙여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KBO가 일괄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해도 사각지역은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삼 SBS SPORTS PD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모든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중계 카메라는 사양으로만 봤을 때 비디오 판독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단 100%는 아니고 80~90% 정도를 판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방송 관계자는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KBO가 방송사와 연계해 중계화면을 비디오 판독에 활용한다고 치자. 만약 비디오 판독 요청이 들어온 부분이 TV 중계화면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중계방송을 하다 보면 아무리 카메라가 사람과 공을 따라다닌다고 해도 오심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의 각도에서 찍기도 한다. 그럴 경우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오심의 책임 소지가 애매해 진다"면서 "현재 MBC SPORT+만이 4K 프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LG전에서도 LG 1루수 김용의의 발이 떨어지면서 생긴 오심도 이 중계기술을 통해 잡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 4K 프리즘은 화면을 다각도로 잡아 아무히 확대해도 깨지지 않고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술이다. 만약 KBO에서 중계화면을 비디오 판독에 활용한다면 방송사 간의 기술력에 대한 차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MBC나 KBS, SBS의 경우 프로야구 지상파 TV 중계가 종종 있다. 이때 예상 시간보다 경기가 길어지면 정규방송 관계로 야구중계를 중단하는 일도 있다. 만약 케이블에서도 방송을 이어서 하지 않을 경우 방송사가 중계를 하지 않는 경기는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해진다. 자막으로 'TV 중계가 중단됐으므로 이 경기의 비디오 판독은 불가합니다'라고 띄워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나 웃긴 상황인가. 중계가 되지 않는 경기에서 오심이 나오면 더 골치 아파진다"고 전했다.
▶ 김병삼 SBS PD
"방송사 카메라를 활용해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못잡는 경우가 있다. 사각운 분명 있다. 하지만 모든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중계 카메라 사양으로 보면 비디오 판독은 충분히 가능하다. 100%는 아니더라도 80~90%는 판독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경기가 지연 중계가 된다고 해도, 현장에 중계차는 나가있기 때문에 라인은 볼 수 있다. 중계차가 현장을 떠나지 않으면 영상은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자농구와 배구도 중계 방송 카메라에 의지해서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분명히 못잡는 것도 있다. 하지만 라인선상 같은 디테일 한 부분도 카메라가 다 설치돼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KBO가 방송사의 카메라 세팅을 관여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구장에 초고속 카메라 3대만 확보해도 KBO가 자체적으로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고 본다. MLB 쪽도 비디오 판독으로 100%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더라. 좀 더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