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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경주 칠불암 예진 스님 "늘 남산의 부처와 함께하겠다"
출처 영남일보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30530010003867
루모스 사진전 초청 강연 통해 남산 가치 알려
물 없는 칠불암에 외국인들도 템플스테이 예약
예진 스님 "사람이 부처되는 메시지 전파하겠다"
경주 남산 칠불암 주지 예진 스님이 대구 남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갤러리에서 열린 남산 사진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불국토' 경주 남산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지난달 28일 대구 남구 이천동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렸다.
석재현 루모스 관장의 기획으로 경주 남산에 얽힌 역사와 종교, 문화에 대한 가치를 사진으로 알리고자 마련한 전시에서 칠불암 주지 예진 스님의 초청 강연이 있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남산의 불상과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작가들과 스님, 시민 등 50여 명이 모였다.
남산은 494m밖에 안 되지만 깊이가 있는 산이다. 동서 4km, 남북 8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고, 신라 건국 이래 역사가 집중된 곳이다. 박혁거세의 출생 터인 나정에서 시작해 최초의 궁궐터 창림사지 삼층석탑은 남산에서 가장 큰 탑으로 알려져 있다. 남산은 많은 불교 유적을 품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산 답게 왕릉 13기, 산성 4곳, 절터 150곳, 불상 130구, 탑 100여 기 등 694점에 이르는 문화재 유적이 있다. 골짜기 곳곳에 마애불과 불상, 불탑 등이 있어 '노천 박물관'으로 부르기도 한다.
칠불암은 남산 자락에 있다. 예진 스님은 월암 스님에게 화두를 지도받던 중 비가 새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칠불암과 인연이 맺어졌다. 먹거리와 물도 없었으며 비가 새는 집으로 소문이 나서 아무도 찾지 않던 곳을 예진 스님은 정성을 쏟아 지금의 칠불암을 만들었다.
어른 스님 그늘에서 공부할 때라 '법문을 원 없이 듣겠다'는 마음으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찾아주는 발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안녕하세요", "차 드세요", "공양 드세요"로 맞았다. 11.8평 되는 칠불암이지만 예약을 받아서 템플스테이도 했다. 현재 외국에서도 예약해 온다고 한다. 칠불암의 기적이었다.
예진 스님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절은 친절, 세상에서 가장 안 좋은 절은 불친절"이라고 하자 모두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예진 스님은 '사람이 늘 웃을 수 있는 것'을 기적이라 여긴다. 예진 스님의 지인이 '예진 스님이 얼마 동안 웃을 수 있나'를 몰래 지켜보았는데 "자동으로 늘 웃더라"고 했다. 모든 것을 이고, 지고, 생활한 그 자리에 웃음꽃을 피워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웃음을 심었더니 세월이 흐르고, 입소문이 나면서 칠불암에는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사토로 된 남산은 물이 귀하다. 예진 스님은 처음 집 근처 샘터에서 10개월 동안 물을 길었다. 물의 귀함을 새삼 알게 된 시간이었다. 비가 새는 칠불암을 헐고, 2009년 새로 지었다. 지금도 물은 해결되지 않아 오는 이마다 각자 알아서 물을 준비한다. 이젠 소문이 나서 외국인들도 물을 짊어지고 온다고 한다.
예진 스님은 칠불암에서 생활하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많은 사진작가를 만났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가 든 가방을 메고 남산에 고요히 잠든 불상들을 일깨우는 작업을 한 후 돌아가는 발길에 뿌듯한 마음을 읽었다. 눈이 오면 눈 맞은 불상을 찍기 위해 아무도 밟지 않은 산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작가들, 비가 오면 촉촉이 비 맞은 돌부처를 바라보면서 촬영하고 돌아가는 작가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예진 스님의 얼굴도 덩달아 환하게 빛이 났다.
15년 전부터 인연을 맺은 사진작가들이 칠불암을 지켜온 예진 스님의 동참을 원해 사진전 강연이 마련됐다. 예진 스님은 "세계문화유산인 남산이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성지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남산의 부처님들과 함께할 것이며, 사람이 부처 되는 메시지를 전파하겠다"고 염화미소를 지었다.
루모스에선 오는 7월 2일까지 김세원·박근재·배중선· 백종하·변명환, 윤길중, 이순희, 이호섭 작가의 경주 남산 사진전이 열린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빛명상
칠불암의 샘물
경주 남산에 가면 칠불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신라 불교 문화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깎아지른 듯 서 있는 절벽 바위에 일곱 개의 부처상이 새겨져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불자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곳이다.
1994년 7월, 나는 경주 남산에 올랐다. 해발은 높지 않지만 산이 무척 깊고 넓어 심심산중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특히 산 입구부터 유물과 유적이 널려있어 그곳이 신라 문화의 본거지임을 실감하였다. 하지만 나는 얼마 못 가 지치고 말았다. 한 달 조금 넘는 동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살인적인 무더위 때문이었다. 그즈음 몇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불볕더위로 온 나라가 들끓을 때였다.
"아이고 죽겠다. 물이라도 좀 마셨으면."
갈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팥죽땀을 뻘뻘 흘리며 혹시 샘이 있을까 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보이는 건 모두 우거진 수풀뿐이었다. 하긴 몇 개월째 이어진 가뭄에 물이 고여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칠불암까지 올라가야 되겠군."
나는 지난 백 년 동안 어떤 가뭄에도 물이 마른 적 없다는 칠불암 샘을 떠올리며 느릿느릿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땀을 뻘뻘 흘리며 칠불암까지 올라간 나는 구경은 뒷전이고 우선 샘부터 찾았다. 하지만 웬걸, 부처님상 밑에 있는 그곳 샘마저 바짝 말라 있었다. 그 어떤 해에도 마르지 않던 칠불암 샘이 말라붙을 정도니 이번 가뭄이 얼마나 극심한지 알 만했다.
목이 바짝바짝 마른 나는 물 좀 얻어먹을까 하고는 다짜고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조그만 암자 쪽으로 걸어갔다. 암자는 멀리서 봤을 때보다 훨씬 낡아 있었다. 단청은 다 벗겨지고 여기저기 회벽도 들어나 사람 손길이 오래도록 닿지 않은 듯 보였다.
"스님,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세요?"
나는 안쪽을 향해 사람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스님, 안 계십니까? 누구 없어요?"
"누꼬?"
목소리를 한층 높여 부르니 그제야 낡은 장지문이 끼익 열리며 한 할머니가 나와 물었다. 헐렁헐렁한 일 바지 차림에 머리가 허연 일흔쯤 돼 보이는 할머니였다.
"할머니 혼자 계십니까? 스님은 안 계세요?"
"이 양반이 지금 뭐라카노? 날씨가 이렇게 더바 죽겠는데 뭐할라꼬 스님들이 절간 방을 지키고 있겠노? 벌써 마을로 내려갔제. 답답스런 양반······."
할머니는 다짜고짜 지청구를 줬다. 그러다간 나를 뻔히 보며 물었다.
"스님은 와 찾노? 시주 할라꼬?"
"아, 아뇨. 지나가는 사람인데 하도 목이 말라서 물이나 좀 얻어먹을까 하고 들렀습니다.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물이라꼬? 하이고 저 땀 좀 보소. 하긴 저 아래 샘물도 다 말라삣구만. 내사 이런 가뭄은 첨이라카이. 나라가 하도 시끄러버 비가 안 오는 갑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하늘도 비를 내려줄끼 아이가? 쪼매 기다려보소. 쯧쯧······.“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물도 물이지만 할머니 말씀이 하도 재미있어서였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니······. 요즘 일어난 대형 참사로 나라 안이 뒤숭숭했는데 할머니가 그걸 가뭄을 연관시켜 생각하시다니,'
나는 하늘의 마음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직도 주변에 있다는 게 반가웠다.
"옛소, 묵으소 마. 뭔 땀을 그리 많이 흘렸을꼬······."
할머니는 정겨운 입담과 함께 표주박을 건네주었다. 순간 나는 멈칫했다. 표주박에 담긴 물속에 무슨 모기 알 같은 게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갈증이 심하다지만 께름칙해서 도저히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와 보고만 섰노? 싸게싸게 벌컥벌컥 들이키소."
"······."
"와? 뭐가 어때서? 물이 시원찮아서? 아이고 온 산에 물이 죄다 말랐다카이. 이것도 없어서 몬 묵는 물이니가네 고맙게 생각하고 고마 쭉 들이키소."
할머니의 재촉에 나는 둥둥 떠 있는 알을 살살 헤쳐 가며 간신히 목만 축였다. 하긴 이나마도 할머니에겐 귀한 물일 터였다. 어쩌면 부처님 공양을 위해 자신도 안 마시고 아껴둔 물인지도 몰랐다.
"그래, 이 더분 날 여기까지 우예 왔노?"
표주박을 돌려주자 할머니가 물었다.
"예, 그냥 칠불암 좀 보고 가려고요."
"그라도 와 하필 이 더운 날이고, 쯧쯧······. 고생스러불낀데······."
할머니는 여전히 혀를 끌끌 찼다. 하긴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렸더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더니 허기마저 찾아왔다.
"저, 할머니, 죄송하지만 뭐 요기라도 할 게 있는지요?"
나는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와? 시장하나 보네? 하긴 때도 돼꾸마. 쪼매 기다려 보소."
잠시 후 할머니는 말라비틀어진 옥수수와 떢을 쟁반에 받쳐 들고 나왔다. 불상 앞에 얼마나 오래 놓아두었던 것인지 떡에는 곰팡이까지 피어 있었다. 하지만 물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할머니의 귀한 양식일 터였다. 나는 조금 꺼려졌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음식을 집어 들었다.
"많이 드소. 날씨가 이 모양이니까 음식도 성케 남아나는 기 없다카이. 대체 비님은 언제 오실 낀지·······아이고 더버라······."
할머니는 쟁반을 내 쪽으로 밀어놓더니 손바닥으로 가슴께를 휙휙 부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빨리 비가 와야 할 텐데요. 그런데 할머니는 이 가뭄에 어디서 물을 떠다 드세요?"
"아이고, 산에 물이란 물은 다 씨가 말랐는데 어디서 떠다 묵겠노? 내가 저 마을까지 가서 떠다 먹는다카이."
"아니 스님들은 뭐하시고요?"
"내 참, 아깐 뭔 소릴 들은 기고? 마을에 내려갔다카이. 선선해질 때까지 내 혼자서 암자를 지켜야 할끼구만. 그만 물어싸고 공양이나 드소.“
나는 허리도 굽은 노인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올 걸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자식들 부양도 못 받고 어쩌다가 혼자 암자에서 사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할머니, 혹시 소원 있으세요? 소원이 있으면 한번 말씀해보세요."
"소원은 와? 알도 몬하는 사람이 남의 소원은 뭐한다꼬 묻노? 와, 말하면 들어줄끼요?"
"하하, 할머니도 참······. 얘기하다 보면 혹시 하늘이 듣고 들어주실지 누가 아나요? 그냥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니까 한번 말씀해 보세요."
"늙은이 소원이 뭐 있겠노? 그저 몸뚱이 안 아프믄 그기 최고제. 하기사 이 허리 아픈 기만 나서도 내사 소원이 없을끼구만."
할머니는 주먹으로 허리를 탁탁 치며 웃었다.
나는 할머니가 그 아픈 허리로 물까지 길어온다고 생각하자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할머니, 한 번 이리 와 앉아보세요."
"이 양반이 와 이 카나? 뭐 할라꼬 그라는데?"
"그냥 아무 말씀 마시고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하세요. 물도 얻어먹고 밥도 얻어먹었는데 저도 할머니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그저 아무 걱정 말고 편안히 눈만 감으세요. 아셨지요?"
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할머니를 억지로 떼밀다시피 초광력超光力을 주었다. 이미 하늘의 존재를 믿고 그 무서움을 아는 분이기에 초광력超光力을 주는 내 마음은 한결 편하고 푸근했다.
"아이고 이게 다 뭐꼬? 뭐가 이리 반짝거려쌋노?"
할머니는 손바닥에 솟은 빛(VIIT)분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떠세요, 할머니? 허리는 좀 시원하세요?"
"허리? 글씨······내사 마 허리보다도 이 금가루 맹키로 생겨 묵은 게 더 신기하구마."
할머니는 빛(VIIT)분에만 정신이 팔려 허리는 관심도 없었다.
나는 할머니의 그런 천진한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번졌다.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초광력超光力을 드렸고, 또 도중에 느낌도 좋았기 때문에 나는 이 할머니의 허리가 좋아지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요기도 하고 좀 쉬었더니 몸이 한결 편안해지자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할머니,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신세만 지고 가네요."
"와 벌써 일 나노? 찬찬히 쉬면서 내캉 말벗이나 하다 가게."
"아닙니다. 이제 쉬었으니 칠불암도 둘러보고 그래야지요. 그럼, 잘 먹고 쉬다 갑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나는 인사를 하고 암자를 나섰다. 할머니는 문까지 따라 나와 오래도록 나를 배웅해주었다. 사람의 정이 그리운 할머니를 혼자 두고 온 것 같아 칠불암 밑에 와서도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런 조용한 산속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사는 삶을 더 바랄지도 모르지.'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칠불암을 올려다보았다. 깎아지른 절벽은 그 모습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불상이었다.
'저렇듯 깎아지른 절벽에 목숨을 걸고 부처상을 새긴 그 기상이 신라 천 년을 유지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참으로 대단하구나.'
나는 오랜 세월에 깎여 선명함은 잃었지만 여전히 자애로운 모습의 부처상을 보며 감탄하였다.
구경을 마친 나는 다시 암자 쪽으로 올라갔다. 무언가 할머니를 도와드릴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가보면 알겠지.'
나는 칠불암에서 우주의 마음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암자로 들어서는데 할머니와 문 앞에서 딱 마주쳤다.
"아이고, 마침 다시 오시꾸만예. 나도 선상님 찾을라꼬 나가던 참이아잉교? 그냥 가삐렸으면 우야나 걱정했심더."
어느 틈에 할머니는 호칭까지 양반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제가 뭘 두고 갔습니까?"
"아이, 그기 아이고, 내 고맙다는 말이라도 전할라꼬예. 허리 말이라예, 허리가 다 나았다 아입니까? 아까는 금가루 보느라고 몰랐는데 선상님 가신 다음에 보니 허리가 하나도 안 아픈기라예. 20년을 넘긴 고질병이었구만 믿어지지가 안네예. 뭘 우쨌는가 몰라도 우야튼 감사합니데이, 고맙습니데이······."
할머니는 합장을 한 채로 내게 연방 허리를 굽혔다.
"됐습니다. 할머니, 그만 하세요. 제게 그렇게까지 인사하지 않아도 돼요. 할머니가 선하게 사시니 하늘에서 복을 내려주신 걸 텐데요. 뭐, 그나저나 할머니, 여기서 지내시기 괜찮으세요? 뭐 불편한 건 없으시고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불편은 무신······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불편할 게 뭐 있겠능교? 산 좋것다, 물 좋것다, 부처님까지 모시고 사니 더 바랄 끼도 없어예. 다만 요새 하도 가물어 물 떠다 묵는 기 쪼매 불편할랑가 몰라도 그 기사 가뭄이 가뿌면 해결될 기고······."
할머니는 마치 도인처럼 말했다.
"그러시다면 다행이네요. 가뭄이야 조금만 있으면 곧 끝나겠죠 뭐."
그러자 할머니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가뭄이 언제 끝날라는지······. 오늘까지는 우예 되겠지만 아마 내일 아침부턴 부처님 물 공양도 몬할낍니다. 마을에서 물을 떠 올라케도 며칠 더 기다려야 할 낀데······."
"걱정 마시고 물 공양 하세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물이 가득 고인 샘의 모습이 떠올랐다.
"걱정 마시고 물 공양 하세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물이 가득 고인 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하, 바로 이것이었구나. 내가 할머니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제 알았다.'
"야? 물이 없는데 우애 물 공양을 하능교?"
"걱정 마세요. 내일 아침이면 저 아래 샘에 물이 찰 겁니다."
"물이 찬다꼬요? 저렇게 버썩 마른 샘에 우예 물이 찬단 말입니까?"
할머니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마 제가 돌아가고 나면 비가 올 겁니다."
"비라꼬예? 저렇게 시퍼런 하늘에서 비가 와예?"
할머니는 아까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내가 보기에도 비가 올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하늘은 그저 푹푹 찌기만 할 뿐 구름 한 조각 없었다.
"어쨋든 샘에 물이 찰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아침엔 물 공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어리둥절해 있는 할머니에게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초광력超光力을 보내고 산을 내려왔다.
경주를 떠나기 전, 나는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호텔의 부하 직원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그냥은 발걸음이 떨어질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하네만 시간이 나면 칠불암 암자에 사는 할머니 좀 찾아가 주겠나? 또 만약 오늘 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 좀 떠다 드리게."
나는 신신당부를 하고 경주를 떠났다.
며칠 후 그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 그래, 어떻든가? 한 번 찾아가 뵈었나?"
"네, 지배인 말씀대로 그다음 날 찾아가 봤습니다. 헌데 신기하데요?"
"신기하다니, 뭐가?"
"예, 지배인님이 다녀가신 후 경주에는 비가 오지 않았거든요. 다음 날 아침까지도 경주에는 여전히 비가 오지 않았어요. 그래 다 틀렸구나 싶어서 물 몇 통 짊어지고 암자에 올라갔죠. 헌데 샘에 물이 찰랑찰랑 차 있지 않겠습니까? 깜짝 놀라 할머니께 여쭤보았더니 지배인님이 다녀간 그 날 밤, 비가 내렸다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칠불암 일대에만 소나기가 내렸더군요. 참 희한한 일이죠? 경주 시내에서 남산까지는 차로 2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인데, 거기만 비가 오고 시내는 안 왔으니 말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비가 한 10분쯤이나 내렸을까? 겨우 땅을 적실 정도밖에 안 내렸는데 샘에 물이 가득 찼다며 할머니가 이만저만 신기해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저도 신기했어요. 땅이고 나무고 비가 온 흔적이 하나도 없는데 샘에만 물이 가득 고였으니 말이예요."
"하하, 그것참 잘된 일이군.“
나는 한바탕 기분 좋게 웃었다. 기뻐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아마도 할머니는 하늘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불상 앞에 향불 하나 피워 올리지 않았을까? 그 후로 할머니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남은 여생도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우주마음에 기원해 본다.
출처 : 나도 기적이 필요해
2017년 5월 3일 초판 3쇄 P. 37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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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빛VIIT역사 여행기
필리핀 보라카이 하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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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칠불암의 빛역사이야기.
감사합니다.
칠불암의 샘물 기적 7월의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샤람이 늘 웃을 수 있는 것은 기적
칠불암의 빛 애기는 들을 때마다 재밋고 신기합니다
선한 마음에 우주의 힘의 기적을 보여주시는 빛얘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칠불암의 샘물이야기.. 하늘의 마음을 의식하고 살아가시며 부처님을 모시고 계시는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칠불암의 샘물을 읽습니다.
함께 해 주시는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공경과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